<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가 또 울상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에는 정부가 올해 말 점용허가기간(30년)이 만료되는 영등포역,구 서울역,동인천역 등 3개 민자역사를 국가로 귀속시키키로 결정했다.

이후 운영권은 국가가 갖게 되고 임대차 관리는 민자역사 관리청인 한국철도 시설공단이 갖게 된다. 문제는 롯데 등 점용권자와 입주 상인간 재계약을 포함해 이들 3개 민자역사에서 점용허가 기간을 초과한 계약이 20건이나 된다. 이들 업체와 정부와의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고용 문제와 직결… 입점 업체 직원 불안감 높아져
입주한 롯데백화점 등에 1~2년간 정리 기간 부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자사 직원 200명, 용역·입점업체 직원 28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본사와 협력업체 인원을 합쳐 750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본사 직원들의 경우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 다른 점포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기타 인력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폐점 당시 정직원 150명은 타 부서 전보 및 휴업휴직(유급휴가)이 시행됐다. 휴업휴직은 순환식 유급휴가로 3개월 동안 받는 금액의 70%만 지급됐다. 1000여 명에 달했던 판촉직원 대부분은 퇴사 및 원치 않는 매장으로 이동한 바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발생한다. 롯데는 30년인 점용허가기간이 올해 말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을 초과하는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해당 점포 입주상인들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리면서도 의아해 했다. 혹시 모를 불이익이 있을까 봐 실명 노출에 대해 불편해했다. 

일부 상인들은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시설관리공단이 21일 백화점 입점 업체를 상대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롯데의 경쟁력을 보고 입점했고 수십 년 동안 상권을 일군 상인들에게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통보하는 건 정부가 기업과 국민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에 귀속돼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면 국유재산법의 재임대 불가 조항에 따라 기존 임차인들이 영업을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측은 백화점이 각 임차인과 어떤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지 검토하겠지만, 점용 허가 기간 연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민자역사의 국가귀속을 앞두고 점용기간을 넘겨 소상공인과 권한 밖의 입점계약을 맺은 롯데역사(롯데쇼핑, 코레일 공동출자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책임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2015년에 30년 점용이 도래한다는 사전예고를 했었다”며 “30년 점용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연장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진 소상공인의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권한 밖의 계약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대기업의 부실계약의 책임을 고스란히 소상공인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3개월 전 점용기간 만료고지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측,입주자 vs 정부,
팽팽한 긴장감 감돌아

입점 상인들의 손해배상 책임은 전적으로 임차인인 롯데 측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자역사 환수에 대해 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민자역사는 원상회복이 원칙이고, 시행령상 사업자의 신청을 접수할 여지는 있으나 국가의 직권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위법”이라며 “법리상 재량은 국가에 있다”고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철도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민자역사 환수와 관련해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상인들에 대한 민법상 (손해보상) 책임은 롯데 측에 있다. 임대인은 정부, 임차인은 롯데이며, 롯데는 임대인인 정부에 대헤 점유허가 배타적 사용권을 가진다. 즉 정부는 입점상인들에 대해 조치를 할 의무나 권리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주한 100여 명의 상인들은 국토부를 대상으로 “국가 귀속 방침을 철회하라”며 “롯데에 사용 허가를 연장해 주는 것도 롯데가 30년 동안 일군 상권을 하루아침에 정리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선조치로 재입찰이 예상되는 1~2년 동안 롯데백화점에 입주한 상인들이 피해를 받지 않게끔 현재 상권에서 영업하는 것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규모 실업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철도시설공단은 또 이번 달 내로 민자역사에 입주한 사업자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정부방침을 사전에 설명하고, 정리기간 부여 계획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맹성규 국토부 2차관은 “민자역사 사업자 및 입주 상인분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거쳐 정리기간을 포함한 구체적인 처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자 역사
귀속 문제점 지적하기도 

한편 일각에서는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현재와 같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자역사가 국유재산이 되면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아 임대 기간이 현재 30년에서 최장 10년으로 줄어들고 재임대도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사업 운영이 어려워 입찰에 참여할 기업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영등포 및 서울역의 사례는 향후 용산역사, 왕십리역사, 신촌역사 등 13개 민자역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재임대 금지를 비롯해 최장 10년으로 정해진 조항 등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시설투자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백화점의 경우는 10년 안에 투자비 회수가 대부분 불가능하다”며 “영등포와 서울역점의 사례가 남은 민자역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입장과 고용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정부가 조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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