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와 ‘경쟁 심화’ 우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오유진 기자] 국내 조선3사가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공백으로 ‘구조조정’ ‘순환휴직’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상선 수주만으로 국내 조선3사의 위기 탈피는 힘들다며 대안책으로 ‘해양플랜트’를 꼽고 있다.

국내 조선3사 역시 ‘위기’ 극복 수단으로 단일 노선은 힘들다고 판단, 상선 수주와 해양플랜트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오일 메이저사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재개하고 있으며, 유가 역시 전환점을 돌아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해양플랜트가 국내 조선 3사의 ‘일감 공백’을 탈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국내 조선사가 손에 쥐고 있던 대형 상선 및 해양플랜트 시장을 넘보고 있어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 수단으로 떠오른 ‘해양플랜트’ 수주 적극 나서
 국제 유가 상승세, 해양플랜트 관련 발주 늘어날 전망

국내 조선3사는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절벽’의 여파가 국내 조선업계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없어 11개 도크 가운데 3개 도크(울산 제4도크, 5도크, 군산조선소 도크)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6월 8기의 도크 중 1기를 중단한 데 이어 7월 1기 가동을 중지시켰다. 또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공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올해 역시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3사가 대규모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마른 땅의 단비처럼 숨통을 틔워 주고 있지만 과거의 명예를 회복할 만큼은 아닌 미진한 수준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지난 2011~ 2015년 상반기 발주량과 비교하면 60%가량 감소해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주에 발 벗고 나선 조선3사

조선업계관계자들은 ‘상선’ 수주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수주를 통한 일감 부족난 등을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는 상선 수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플랜트는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절벽’의 돌파구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국제 유가가 지난달 21일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은 뒤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발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5일 전일보다 3.08%(1.56달러) 오른 배럴당 52.22달러, 브렌트유는 3.8%(2.16달러) 오른 배럴당 59.0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로열더치셸, 토탈, 브리티시페르롤리엄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와 관련 선박 발주를 늘릴 것으로 전망돼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기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최근 베트남 석유회사 ‘푸꾸옥 페트롤리움’이 발주하는 ‘블록B 가스 프로젝트’의 사전입찰 자격 심사에 참가했다.

푸꾸옥 페트롤리올은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로 2012년부터 사업을 준비했지만 저유가의 지속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블록B 프로젝트는 베트남 근해에 가스 생산설비를 설치하는 공사로 금액은 1조 원으로 추정된다. 발주는 부문별로 나눠서 진행된다.

이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입찰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선 수주, 해양플랜트 수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수주를 이어 갈 계획이다”며 “수주를 위해 계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쉐브론의 북해 로즈뱅크 프로젝트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스타토일의 요한 카스트버그 프로젝트 입찰에도 이들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네덜란드 로열더치셀의 멕시코만 비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를 놓고 중국해양석유엔지니어링(COOEC)와 최종 경쟁 중이다.

정부, 중국 투자에 발 맞춰야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얼어붙었던 국내 조선3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해 초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해양플랜트 점유율 35%를 달성한다는 내용의 조선산업 구조 개편·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 조선소들이 해양플랜트 설비, 고부가 선박 건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 3사가 손에 쥐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해양플랜트 시장을 중국이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이) 기술력을 따라왔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일감 수주가 가능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주문받아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5년 동안 확보한 일감 가운데 최대 수주 규모다. 이번 수주에 대해 폴라리스쉬핑 측이 이전부터 현대중공업과의 거래를 이어왔던 곳으로 높이 쌓인 신뢰도가 이번 수주에 중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해양플랜트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가지 강화 방안인 ▲해양플랜트 설계 전문회사 설립 ▲프로젝트 매니저(해양플랜트 전문가) 100명 양성 ▲오는 2020년까지 기자재 국산화율 40% 달성 등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났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실제 이행되기까지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 중국 정부의 투자에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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