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보수당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당은 107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제1야당이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표결 과정에서 40석의 국민의당보다 존재감을 상실한 상황이다. 바른정당은 당 대표와 대표적인 유력한 대선 주자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당 자체가 와해 직전에 처해 있다.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양당은 ‘생존’을 위한 해법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박근혜 추가 기소 재판 연기설… 친박 ‘출당’ 주춤
- ‘바르지 않은 바른정당’ 통합파 활개 ‘분당’ 초읽기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자유한국당은 4차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지양하고 전략공천을 통해 정치 신인, 여성, 청년에게 정계 진출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조차 ‘홍준표 사당화’를 위한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50% 물갈이론’이 현실화될지도 미지수지만 정작 보수당이 내건 ‘혁신’의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여부의 분수령은 오는 10월17일 1심 재판 결과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는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당 윤리위를 열어 출당 조치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핵심 친박 의원들에 대해서도 출당 조치를 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검찰 추가기소…박 전 대통령 ‘재판’연기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기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9월 26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일부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31일 구속된 뒤 4월17일 기소됐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70억 원을,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에게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의 추가기소 결과는 10월10일 재판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만약 판사가 추가 기소를 받아들일 경우 10월17일 예정된 1심 재판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 역시 미뤄질 공산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지도부에서는 검찰의 추가기소를 재판장이 수용할 경우 바로 윤리위를 열어 예정대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1심 재판 결과를 보고 정하자’는 친박계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힐 공산도 크다.

서청원·최경환 두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출당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두 인사가 윤리위에서 출당 조치를 당하더라도 의원총회에서 최종 투표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한국당 당헌·당규를 보면 당 소속 국회의원 출당 결정은 의원총회를 열어 3분의 2이상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한국당 의원은 107명이고 35명 이상 반대할 경우 부결된다. 친박 성향의 국회의원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히 서 의원과 최 의원의 경우 평소 친분이 있는 친박계 의원들과 물밑 접촉해 탈당 저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인사들의 출당 조치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친박 청산 없는 당 혁신안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른당도 마찬가지다. 바른당 한 당직자는 “전혀 바르지 않은 바른당”이라며 “얼마 안되는 의원들마저 딴 생각을 갖고 있어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한탄할 정도다.

사단은 이혜훈 전 바른당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바른정당 내 유승민·하태경 의원등과 함께 대표적인 ‘자강론’자인 이 전 대표는 금품수수 의혹에 빠져 9월7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유력한 대선 주자이자 역시 자강파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들의 마약 사건’으로 내년 도지사 연임도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정치적 생명도 끝날 위기에 처했다.

원내교섭단체 최소 요건인 20석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바른정당은 오는 11월13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지도부를 꾸리고 전열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하지만 당내 김무성·김영우 의원 등 통합파는 자유한국당과 함께 3선 의원 12명이 9월 27일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보수통합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여차하면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뉜 바른정당이 분당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쌍둥이 위기론’에 빨라지는 보수통합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패론’마저 나올정도로 보수 양당이 위기에 처하면서 역으로 통합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단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한국당이지만 바른정당에서 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청산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양당 통합파들 사이에서 “차라리 제3지대로 나가 보수대통합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친박 역 제명 시나리오’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분당될 당시 친박계 의원만 남기고 분당하려다 ‘반기문 대망론’에 수도권 일부 의원들이 탈당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이에 당초 계획대로 친박계만 당에 남겨두고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과 제3지대에 모여 신당을 창당하자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최소 60석 이상 되는 보수통합신당이 생기면서 40석의 국민의당을 대신해 국회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제3지대 보수통합신당’창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한국당 한 고위당직자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친박계들도 크게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며 “바른정당 내 한국당에 오려는 인사들이 있는데 굳이 신당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인적 쇄신을 잘 마무리하고 바른정당이 와해될 경우 유일한 보수정당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1대1 구도를 만든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양당 통합파는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11월13일을 기점으로 통합을 가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 여권발 정계 개편이 당초 지방선거후에서 전으로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