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 시대, IT 기업 발전 토대 만들어 줘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경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 관련 정책들은 유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정부의 새로운 경제 법안들은 시장 질서 유지 또는 적폐 행위 근절이라는 기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갈수록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일요서울은 문재인 정부 기업 옥죄기, 신음하는 기업들을 기획, 산업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막강한 글로벌 IT기업…규제는 국내 IT 기업들만?
뉴노멀 법·대기업 지정·은산분리 등 논란 가득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의 최대 불만 사항 한 가지는 해외 IT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다. 앞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등 해외 IT 기업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심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임지훈 대표는 “인터넷 모바일 시장은 결국 점유율 싸움이다. 우리보다 규모가 100배 큰 글로벌 IT 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힘에 버겁다”며 “국내 기업만 예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했으면 좋겠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혁신하는 운동장에서 같이 뛸 수 있게 조치해 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 IT 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들이 세금 납부 및 사업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역차별을 토로해 왔다. 그 일례로 구글은 통신망 사용료 부담이 낮아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은 망 사용료 부담 때문에 낮은 수준의 화질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때만 해도 IT 업계 주변에선 역차별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흘렀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움직임으로 봤을 땐 IT 업계가 그 기대감을 깨끗이 접어야 할 판이다. IT 업계를 향한 규제 칼날이 무뎌지기는커녕 갈수록 서슬이 퍼렇다.

규제 일환으로 국회에선 뉴노멀법(New Normal)법을 만들어 네이버와 카카오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포털 사업자 규제 법안인 뉴노멀법은 포털을 정부 사전 규제 체계에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사업자 간 수평 규제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뉴노멀법은 이동통신사 같은 기간 통신 사업자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부가 통신 사업자를 동일 규제 체계 안에 넣겠다는 이야기다. 특정 규모 이상의 포털 사업자에게도 이용자 보호 의무와 같은 공공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 요지인데, 포털 규제 강화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에 포함하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한 부분도 논란이다. 지난달부터 네이버를 비롯해 넥슨 등 일부 IT 기업들이 준대기업 집단으로 됐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모든 지분 현황 등을 세밀하게 공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IT 업계는 일제히 반발한다. 업계의 주장은 “30년 전, 제조업, 재벌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잣대를 4차 산업 혁명시기의 IT, 벤처기업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공시 의무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해도 승계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자수성가형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네이버는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공식입장을 내고 “네이버는 이해진 전 의장이 회사를 소유지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총수 지정이 불합리하다”면서 “이 전 의장이 개인 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4.64%)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는 전혀 없고, 계열사들도 모기업 네이버가 거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IT 산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자산 규모로 대기업으로 지정되고, 그에 따라 내부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면 현존하는 IT, 벤처 기업 가운데 제 2, 3의 네이버는 나올 수 없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준비하는 정부의 자세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반문했다.

규제 완화 목소리는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비금융회사는 은행의 지분 10%(의결권 4%)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KT와 카카오가 각각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의결권 4%의 지분을 가진 IT 업체들이 금융 산업에 핵심 IT기술을 선뜻 투자하려 하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IT 기업 등이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면 금융 산업 혁신이 시작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정부도 IT기업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설치한 네트워크를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싹쓸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우려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정한 시장 경제와 투명한 기업 경영을 위한 대기업집단 지정을 공감하고, 은산분리 정책 완화로 인한 위험성을 경계하는 목소리 등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2011년 상호저축은행의 대규모 파산 사태와 2013년 동양증권 사태는 은산분리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우리나라 산업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국내 IT 기업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과제로 남아 있다. IT 업계 역시 정부의 정책이나 우려를 단순하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 혁명 시대와 IT 산업이라는 특성에 맞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입장인 만큼 정부와 기업 간 대화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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