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무서 직원 김모 사무관, 임환수 전 국세청장 ‘직권 남용’ 고소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국세청이 지방청 산하의 세무서를 대상으로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국세청 직원이 여러 차례 정부와 국세청 조직의 문제점을 꼬집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게재하자 보복의 목적으로 감사를 벌였다는 게 골자다. 이 직원은 국세청이 ‘특정 목적으로 감사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을까 우려해 모든 세무서를 점검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감사일뿐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그가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하면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 달 만에 현재 근무 중인 곳과 과거에 근무했던 곳을 전부 들여다봤다.” 광주세무서 소속 김 모 사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쓴 소리’를 담은 글을 수차례 게재했다. ‘우병우 수석 처가 탈세혐의에 대한 세무조사 공개 제안’ ‘청장님께 강력 항의합니다’ 등 일선 직원으로서 느끼는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지난 2월과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본청에서 급박한 일정으로 두 차례의 감사를 추진했다. 국세청은 먼저 지난 2월 9~14일 지방국세청과 산하의 일선 세무서를 대상으로 ‘분야별 업무 매뉴얼 활용실태 특정 감사’를 진행했다.
 
지방국세청은 서울·중부·부산·대전·대구·광주 등 6곳으로, 각 지방국세청 산하에 120여 곳의 세무서가 있다. 당시 본청 직원이 현장 감사를 벌인 곳은 서울지방국세청 산하의 ‘종로세무서’와 광주지방국세청 산하 ‘광주세무서’ 두 곳이다.
 
김 사무관은 두 곳만 현장 감사가 이뤄진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광주세무서는 김 사무관이 현재 근무하는 곳이다. ‘업무 매뉴얼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려면 모든 세무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사무관은 “최소한 각 지방청별로 한 군데 씩이라도 감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며 “광주와 종로 두 군데만 한 이유는 누가 봐도 표적 감사”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서울과 광주청을 대표하는 세무서를 선별하다보니 두 곳이 선정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국세청 감사담당관이었던 이모 담당관은 표적 감사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올해 1월에 직원들이 어떤 테마를 가지고 감사를 할지 연간 계획을 세웠고, 그에 따라 감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모든 세무서의 자료를 다 봤다. 다만 일선 세무서 직원이 각종 규정이나 지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 등의 실태와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방문한 것이며, 감사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두 군데 봤으니 이제 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무관은 ‘이게 바로 표적 감사의 증거’라는 입장이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본청 직원이 일선 세무서에 나온다는 것은 세무서 직원으로서는 굉장한 압박을 받는 것이며, 실제로 감사 일정 통보가 되자 직원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나보다’라는 얘기가 오고갔다고 한다.
 
그는 “광주세무서는 전년도에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이미 잘하고 있는 곳을 잘하는지 보러 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의심은 한 달이 채 안 돼 더욱 짙어졌다. 국세청은 지난 3월 14~21일 ‘납세자보호실 분야 기획 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 대상은 광주지방국세청 산하의 14개 세무서였는데 정읍세무서도 여기에 포함된다. 김 사무관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2년간 정읍세무서 납세자보호실에서 근무했다. 한 달 새에 김 사무관이 현재 근무하는 곳과 과거에 근무했던 세무서 모두 감사를 벌인 셈이다.
 
일련의 감사에서 확인한 내용은 ‘정기 감사’에서 충분히 볼 수 있음에도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종로와 광주세무서 두 곳의 감사는 진행 3일 전인 2월 6일에 통보됐다. 3월에 있었던 감사는 진행 5일 전에 통보됐는데, 주말을 제외하면 이 역시 준비기간은 3일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 의아스러운 점은 국세청이 요구한 자료다. 국세청은 ‘국세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인용사건 명세, 세무조사 중지 적정여부, 각 민간위원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소속과 위촉기간’ 등을 요구했다.
 
특히 김 사무관은 ‘인용사건 명세’를 요구한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민원인의 고충, 과세적부심, 이의 신청 등에 대해 관련 위원회가 의견을 받아들일지(인용) 말지(기각)를 결정하는데, 이는 번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에서 결과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용 명세를 보겠다고 해서 당시 굉장히 의아했다. 인용 과정에서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돈을 받은 게 있나 본 게 아닌가 싶다”며 “원래 (감사에서는) 잘 안 보는 내용이다. 그것도 인용된 것만 본다는 건 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현장에 나오지 않고 감사를 벌인 것도 의심이 증폭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3월에 있었던 감사는 대전지방국세청에 감사장이 설치돼, 광주청 산하 14개 세무서 자료가 대전청으로 옮겨져 이뤄졌다. 김 사무관은 당초 감사장이 광주청에 있는지 알았다고 한다.
 
국세청 측은 통상 일주일 전에 감사 일정을 통보하며 당시 14개 세무서의 서류를 모두 봤다고 해명했다. 이 감사관은 “정읍세무서만 본 게 아니라 모든 세무서를 다 봤다”며 “자료도 다 가지고 있다. 인용사건의 경우 일정금액 이상의 사건을 확인한 것이며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정읍세무서만 보면 표적 감사인 게 드러나기 때문에 다 봤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미 정기 감사 때 매뉴얼대로, 규정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대부분 다 점검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서류를) 대전으로 가져가니까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의심을 막으려면 현장에 나와서 감사를 벌여야 한다. 현장에 오지도 않고 관련 서류 받아다가 감사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성토했다.
 
김 사무관은 조직에 쓴 소리를 하는 직원에게 국가 권력이 사용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사무관은 “이번 일은 조직의 폐쇄성에서 나온 일이다. 본인은 국세청 조직을 위해 개선할 점을 얘기한 것뿐이다.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국세청을 신뢰하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감사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직권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임 전 국세청장)은 바른소리와 항의성 메일에 대하여 보복할 목적으로 표적감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국세청 조직의 민주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엄단해야 할 중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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