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주선으로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우회…경기감각 되살린다
-음주사고,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사고로 미국 무대 복귀가 무산된 강정호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합류해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그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을 거다. 많은 생각을 하며 깊이 반성했다”고 밝히며 그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강정호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기로 해 2018시즌 미국 무대 복귀를 위한 잰걸음을 가동했다. 강정호는 지난 22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인 ‘7디아스’는 “강정호가 26일 리즈 맥과이어와 함께 아길라스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이글스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는 동기 부여가 크다”며 강정호의 인터뷰를 보도 했다.

이에 따르면 강정호는 “올해 피츠버그에서 뛰지 못했다. 몸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다”고 심정을 전했다.

또 그는 앞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 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출근 시간에 강정호 선수의 기록을 확인한다’는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빈자리 실감한 구단
발벗고 나서

이번 윈터리그에 대해 “생각도 못했는데 구단에서 주선해 주셨다”며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실전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닐 헌팅턴 단장이 강정호를 챙기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헌팅턴 단장은 지난 25일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제한 선수에 있는 강정호의 윈터리그 출전에 대해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동의를 받았다고 전하며 “강정호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구단의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할 것이며 그를 계속 팀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윈터리그 계약은 구단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팀이 재도약하기 위해 강정호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지난 18일 기준 82패(68승)을 당해 잔여경기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 이후 가장 저조한 승률이다. 이에 대해 미국 CBS스포츠는 “피츠버그는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제외됐고 2연속시즌 승률 5할 달성에 실패했다. 최근 피츠버그에서 열린 야구 르네상스를 생각하면 실망스런 결과다. 2018년에도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시카고 컵스, 밀 워키, 세인트 루이스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피츠버그가 2018년 시즌 도약을 하려면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 강정호의 복귀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매체는 “강정호가 필요하다. 첫 2시즌 동안 성적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시즌 평균 25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다. 3루수뿐만 아니라 유격수로도 뛰었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정호의 재기를 위해서 구단차원에서 발 벗고 나섰지만 여러 관문이 남아 있어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가장 급한 비자 문제를 비롯해 1시즌을 쉰 만큼 윈터리그를 통해 강정호 스스로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도미니카 윈터리그는 보통 출전 기회가 필요한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이 출전해 검증을 받게 된다. 올 시즌은 지난 21일 시작해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강정호가 무사히 통과한다면 다음 시즌 복귀를 노려볼 만 하다.
 
<뉴시스>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음주사고


이처럼 험난했던 강정호의 2017년은 음주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잘못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처음 검찰이 벌금 1500만 원에 약식 기소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에 넘겼고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2009년 8월, 2011년 5월에도 음주 교통사고를 낸 이력이 있어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돼 가중 처벌이 불가피했다. 강정호 측은 항소해 형량 줄이기에 나섰지만 2심에서도 형량은 유지됐다.

이렇게 되자 비자가 만료된 강정호는 결국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 사실상 2017시즌을 뛰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저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다.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라고 거듭 후회했다.

그는 또 “거의 모든 걸 잃은 것 같다.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끝나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많은 걸 배우면서 정말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더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호는 여전히 미국 무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국 무대 복귀에 대해) 생각은 해봤다. 아직 비자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게 아깝다. 그 자리에 올라가려고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게 한 번에 무너지니까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전 한국을 위해 뛰어 왔고 정말 제가 한국을 위해 뛰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부족한 답변인 거 잘 알지만 변화된 강정호를 한 번 더 보여드릴 기회가 생겼으면 정말 바랄 게 없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더욱이 그는 팬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일단 성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강정호의 수난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매체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지난 5월 집행유예가 확정된 강정호에 대해 체육 연금 수령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따라 강정호는 광저우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받았던 연금을 더 이상 수령하지 못하게 됐다.

체육연금 박탈은 1974년 생긴 체육인 복지사업 규정으로 가능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선수는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수령 자격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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