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CJ푸드빌, 블루클럽 등 ‘긴장’

노무사 “고용부의 근로 감독, 강화될 것으로 예상 돼”

제조업체들도 고용부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아

파리바게트는 시작에 불과… ‘불법파견’ 논란 한동안 지속될 듯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파리바게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불법파견’ 논란의 불씨는 산업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파리바게트에 시정 지시를 내리자 유사 업종과 타 업종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번 근로감독을 시작으로 고용부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노동관계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부는 다른 업종으로 지도 감독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파리바게트와 유사한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업체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미용실 프랜차이즈 블루클럽, 고용부가 검찰에 송치한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 센서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파리바게트發 ‘불법파견’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지난달 28일 파리바게트 근로감독 결과를 담은 ‘불법파견과 임금체불에 대한 시정지시’ 공문을 파리바게트 본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파리바게트는 25일 이내(공휴일·주말 제외)에 고용부의 시정지시 명령대로 ‘직접고용’을 끝마쳐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1차 시정기한은 오는 11월 9일까지며, 사유에 따라 직접고용 시한은 추가로 연장이 가능하다. 시정지시를 위반할 시 직원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약 5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리바게트의 지난해 영업이익 655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학주 하나법인 노무사는 “본 사건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제도 시행 이래 역대 최고 적발 실적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건이다”며 “2016년 애슐리 사건도 큰 사건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더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의 고용정책 중 하나가 바로 ‘근로감독 강화’였는데, 향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고용노동부 감독의 실질적인 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노무사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 유사한 형태의 도급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걸쳐 노무관리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제2의 파리바게트’는?
 
정부는 불법 파견 관련 추가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리바게트와 유사한 형태의 구조로 운영 되는 곳들이 있어 프랜차이즈 업계는 ‘제2의 파리바게트’가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트와 고용 구조가 동일한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이번 파리바게트 사태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으로 지목된다. 뚜레쥬르는 전국 가맹점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약 1500명의 제빵 기사를 고용하고 있어 고용부가 근로감독에 나서면 파리바게트와 가장 유사한 시정 지시가 떨어질 곳으로 꼽히는 탓이다.

제빵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고용 구조를 가진 업체는 우리나라에 많이 존재한다. 제빵 기사처럼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에서 파리바게트와 유사한 고용 형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남성 미용실 블루클럽 역시 가맹점의 인력 부족사태로 본사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인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고용부의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들 역시 고용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고용부는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 센서 업체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고용 형태가 불법이라고 판단,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기 때문이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연구직 등은 본사가 채용하고 생산 물류 등은 하도급 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쉘코아가 맡고 있다.

서울커뮤니케이션쉘코아 노조는 지난 4월 고용부에 원청인 만도헬라가 근로시간 등에 관여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했고, 고용부는 이를 불법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고용부는 “불법 파견이 확인된 만큼 그에 적합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일부 프랜차이즈들은 본사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아르바이트 인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법파견’ 논란은 한동안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불법 파견 논란 왜?
 
이번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논란은 지난 6월 정의당이 처음 제기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의당은 파리바게트가 불법 파견과 임금꺾기 등 노동관계법 다수를 위반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고용부는 7월 16일 파리바게트 본사·협력업체와 직영·위탁·가맹점 등 68개 업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근로감독 결과 파리바게트의 전국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 기사 4362명과 카페 기사 1016명을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며 총 5378명에 대해 파리바게트 본사가 직접고용을 이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각 가맹점에 제빵 기사를 내보내는 파리바게트 11개 협력업체가 제빵 기사들의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총 110억 원을 체불한 사실도 적발했다. 고용부는 임금체불의 경우 14일 이내 해결해야 해 오는 25일까지 시정하도록 통보했다.

이번 파리바게트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이렇다. 원청업체에서 업무 지시를 할 때 이는 ‘파견’에 해당하고 하청업체가 직접 하면 ‘도급’이 된다. 도급은 법적인 규제가 없는 반면, 파견은 노동부장관의 허가와, 파견대상업무, 기간, 파견사유 등 노동법상의 규제 울타리 안에 있다.

파리바게트의 고용 구조를 살펴보면 제빵 기사와 카페 기사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다. 해당 협력업체가 파리바게트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통해 제빵 기사와 카페기 사들이 가맹점에 근무하는 구조다.

이에 파리바게트 본사는 도급계약 주체가 아니지만 이번 고용부의 조사결과 파리바게트 본사에서 SNS 등을 통해 제빵 기사와 카페 기사들에 대한 출근보고, 지각사유보고, 생산품목지시, 연장근로승인 등의 업무지시 및 감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파리바게트는 ‘도급계약’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을 하고 있어 이점을 고용부는 ‘불법파견’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상 파견 가능 업무는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파견법 시행령에 따르면 32개 업무만 파견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단, 출산·질별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성수기 등과 같이 일시적 직원 충원이 필요하면 파견이 가능하다. 이에 제빵업체, 건설공사현장, 항만, 하역, 선원, 간호조무사, 버스운전기사 등의 업종은 파견할 수 없다. 즉, 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팔기 위한 직원들 역시 마트 정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가 직접 지시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업계, 시장 위축 우려
 
이번 파리바게트의 시정명령으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프랜차이즈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파리바게트 시정명령이 노동관계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신호탄이냐는 질문에 “내 이름을 걸고 그게 아니라고 밝힌다. 노동관계법에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법)을 넣은 이유도 고용 유연성이 필요한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리바게트는 협력업체가 해야 할 업무지시를 본사가 해서 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종으로 지도 감독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다른 업종으로 확대 계획은 전혀 없다. 고용부가 파견 업종에 대해 전력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1년 동안 국가가 비정상적으로 스톱돼 쌓여 있는 일이 많다”며 “부당노동행위, 산업재해 은폐 등 노동 관련 현장이 굉장히 많다. 근로 감독에서 잘못된 부분이 밝혀지는 것에 대해 시정 요구하고 행정지도하는 입장이지 인지 조사, 수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우려를 표했던 프랜차이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노조 측이 ‘불법파견’에 관한 엄중한 처벌과 근로감독 확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를 비롯한 시민사회종교 단체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불법 파견 시정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종교 단체는 “파리바게트 불법 파견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전형적인 간접고용 문제”라며 “제빵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 상품을 생산하는 제빵 기사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어디에도 고용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왜곡된 고용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접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비정규직 양산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트는 강력 반발
 
파리바게트 측은 고용부의 이번 시정명령에 대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파리바게트 협력도급업체 8개사 대표들은 지난달 25일 긴급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와 정치권에서 제기한 협력업체 폭리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다.

또 그들은 “협력사들은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 기사 공급에 대한 최소한의 도급료를 받고 있다”며 “도급료와 제빵 기사 급여가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협력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협력사들은 “제빵 기사 용역 대가로 가맹점주에게 받는 도급료에는 제빵 기사의 급여 외에 4대 보험료, 각종 복리 후생비, 퇴직적립금 등 인건비가 포함돼있다”며 “적정 휴무일 보장을 위해 대리로 투입하는 지원기사 운영인건비 외 필요비용만 도급비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