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재력가 할아버지 재산 노려 증여계약서 위조?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8월 24일 배우 송선미 씨의 남편 고모씨의 살해 소식이 전파를 탔다. 병사도 아닌 살해 소식에 하루 종일 언론이 떠들썩했다. 당시 고 씨는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한 남성과 말다툼 중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고 알려졌다. 송 씨는 고 씨와 지난 2006년 결혼해 2015년 4월에 딸을 낳았다. 고 씨의 직업은 영화 미술감독이었다. 고 씨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사건의 진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 달여가 지난 지난달 18일과 25일 검찰이 고 씨를 살해한 A씨와 다른 범죄자 3명을 각각 구속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화 ‘황해’ 속 조선족 청부살해업자 언급한 문자들 발견
고 씨 살해범 A씨와 장손 C씨 ‘원래부터 알던 사이’ 밝혀져


송선미 씨 남편 살해사건의 원인은 재산 싸움이었다. 송 씨의 남편인 고 씨의 외할아버지 곽모씨는 재일교포다. 곽 씨는 일본 교토에서 4성급 호텔, 파친코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국내 재산만 따져도 수백억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곽 씨가 재산 대부분을 장손에게 물려주기로 하면서 가족 간 갈등이 시작됐다. 고 씨의 어머니는 곽 씨 장남과 장손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고 고 씨가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돕게 된 것이다. 모양이 친손자와 외손자의 싸움으로 비쳐졌다.
 
빼앗긴 재산 되찾기 소송
친손자 VS 외손자

 
당초 고 씨를 살해한 A씨는 재산권 분쟁에서 유리한 정보를 고 씨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2억 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고 씨가 1000만 원밖에 주지 않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송 씨 측은 8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 사건은 기존 보도와 달리 외할아버지의 유산 상속 분쟁과 관련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 씨 소속사 제이알이엔티는 “고인의 외할아버지는 현재 생존해 있고, 고인은 불법적으로 이전된 외할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민·형사상 환수 소송에 관해 외할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소송 수행을 돕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외할아버지의 모든 재산은 소송 상대방의 명의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에 대해서도 “(8월) 17일께 소송 상대방의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피의자로부터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줄 테니 만나자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피의자와 처음 만나게 되었으며, 사건 발생 당일 피의자와 3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고 씨가 A씨에게 정보 대가로 주기로 한 돈을 주지 않아 살해당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고인은 피의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송 씨 측은 “피의자를 만난 지 4일밖에 안 되었고, 피의자가 어떠한 정보나 자료를 갖고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인이 피의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기로 약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다.
 
청부·계획 살인 정황
문자메시지·노트북 등 조사

 
검찰은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고 씨 외할아버지인 곽 씨가 소유한 600억 원 상당의 국내 부동산을 빼돌리기 위해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장남 B씨와 장손 C씨, 법무사 D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그런데 고 씨 살해범인 A씨가 장손인 C씨로부터 피해자살인을 청부 받은 정황이 검찰의 수사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A씨와 C씨는 서로 잘 아는 사이로 밝혀졌다. 둘은 2012년 일본 오사카의 한 어학원에서 만났으며 지난 5월 C씨가 A씨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재일교포 재력가의 장손 C씨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방법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흥신소 등을 통해 청부 살인 방법을 알아본 내용을 포함해 A씨를 기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검찰은 C씨가 A씨에게 살해 방법을 묻거나 흥신소를 통해 청부 살인을 알아보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를 위해 A씨와 C씨의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에서 고 씨 살해를 모의한 정황이 담긴 음성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 등을 다수를 확보했다. 특히 C씨는 A씨에게 영화 ‘황해’ 속 조선족 청부 살해업자를 언급하며 고 씨를 살해할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C씨의 부탁을 받고 흥신소 등을 통해 청부 살인 방법을 알아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A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청부살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B씨와 장손 C씨, 법무사 D씨 등도 청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곽 씨의 재산 상속 문제를 두고 고 씨와 장손 C씨 등이 갈등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청부 살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청부 살해 정황을 보여주는 각종 증거가 있는 만큼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사실 관계를 입증할 방침이다. 또 A씨가 범행 당일 흉기를 미리 구입해 고 씨를 만나러 갔던 점에 비춰 우발적 살인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고 씨 살인 사건은 형사3부, 증여계약서 위조 건은 형사4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의혹이나 단서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송선미 사부곡
“그립고 그립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송 씨는 사건 이후인 8월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남편에 대해 “하늘이 맑고 푸르른 것처럼 그런 사람이었다”고 했다. 또 “항상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표현은 작았지만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 그의 표현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하는 그런 사람. 내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지지해줬던 사람, 내가 힘들어하거나 자신없어 할 때 누구보다 용기를 줬던 사람”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송 씨는 “그 사람이 그립고 그립지만, 그를 위해 나는 오늘도 버틴다”고 말했다.

한편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은 송 씨 남편 미술감독 고 씨의 피살사건을 다루면서 고인의 장례식장 모습까지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담아 과잉 취재라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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