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좌),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사진=정대웅 기자>
선거구제 개편 시 양당 의석수 상승 장미빛 전망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4당은 필요성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 문제는 정당 간 이해관계가 각자 다른 데다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어서 오랜 기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지부진하며 수면 아래에 있던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최근 다시 부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의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방식과 비례대표제(정당의 득표수에 따라서 대표자를 배분하는 방식)를 혼합해 치러진다. 소선거구제는 선거구가 좁아 유권자가 후보자를 알기 쉽고 선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반면, 1등만 당선돼 승자 독식주의를 심화하고 사표(死票)가 많아지는 등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불씨를 되살린 시발점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촉발됐다. 국회의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가결을 두고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대법원장 인준 가결을 대가로 더불어민주당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합의했다는 논란이 일어나면서 이슈화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추악한 뒷거래”라고 비난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며 설전이 오갔다. 그러다 지금은 선거구제 개편 이슈만 남은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선 의도적으로 ‘노이즈 마케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 급부상… 왜


민주당과 청와대, 국민의당 세 주체가 선거구제 개편 추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우선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는 여러 차례 재확인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북핵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묻혀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통해 개헌 이슈를 환기시키는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개헌 문제는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정치 개혁 과제 가운데 손꼽이는 사안인 만큼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이 동시에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사전 공론화 작업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구제를 개편할 경우 두 당은 실제 의석 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이 대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민주당은 영남권(TK·PK)에서도 당선자 배출이 가능하고, 국민의당은 중선거구제 등으로 바꿀 경우 호남·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2등만 배출해도 당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국 정당화라는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보수당의 입지를 좁히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아울러 개헌 이슈는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인 자유한국당을 관련 논의로 이끌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꼽힌다. 한국당은 개헌 논의에는 적극적이지만 선거구제는 현행 유지를 고수하는 만큼 개헌 고리를 통해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풀기 위해선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며, 특히 개헌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한국당 동의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개헌·선거구제 방식
각 당 입장 ‘온도차’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하는 정당들은 현행 소선거구 제도가 승자 독식과 표심 왜곡의 선거 결과를 만들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 중심인 현행 선거구제가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중선거구제 등이 거론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갖는 제도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이 제도를 선호하며, 특히 민주당 내에서 논의가 활발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 대표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재의 선출 인원(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보다 적을 경우 그 차이를 비례대표로 충원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국민의당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총 38석을 얻었는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정당 득표율(26.7%)로 계산 시 80석 확보가 가능하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 크기를 넓혀 한 지역구에서 1~3등 또는 4등 이상까지 선출하는 제도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헌의 경우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각 당의 인식이 같다. 다만 구체적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해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 한국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국민의당은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바른정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통일 전)·의원내각제(통일 후)를 공약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이원집정부제는 외치(外治)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내치(內治)는 국회 다수당 당수가 총리가 돼 국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서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돼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10월엔 국정감사 일정 때문에 11월에 공청회 등을 통해 쟁점 사안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헌특위와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며 “활동 기간을 연장하면 내년 2월쯤 대략적인 선거구제 개편안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