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에 그들을 대령하렸다”

<사진=정대웅 기자>
이명박·전두환부터 조국·손석희까지…여야 대립 격화
채택 여부는 미지수…‘속 빈 강정’ 국감 우려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회는 추석 이후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약 2주간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이번 국감은 올 초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 출범 5개월이 지난 정부를 상대한 것이어서 여타 국감 때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 여당은 전 정부를, 야당은 현 정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어서 여야 간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격돌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감의 핵심 요소인 증인 출석과 관련해 거물급 인사가 상당 수 거론되면서 국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정책이나 비위 의혹들을 파헤쳐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임을 부각시키며 새 정부의 안보·경제·인사 등에서 불거진 문제를 ‘신적폐’로 규정,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증인 채택 단계에서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 24일 ‘공영방송 장악’ 의혹을 따져 묻겠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MBC·KBS 전·현직 사장 등도 주요 증인으로 신청했다.
 
추 의원은 최근 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문건을 언급하면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수립, 실행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인 만큼,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윤종오 새민중정당 의원도 지난 26일 KBS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등 공영방송 전·현직 경영진 21명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국회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에서 증인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방위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직접 발포자로 의심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결사항전 보수 야당
현 정부 고위인사 지목 맞불

 
보수 야당은 현 정부의 인사 문제 등을 따져 묻겠다며 청와대 수석 등을 타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 등을 소관 기관으로 둔 운영위에서 한국당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비롯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행정관 등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과방위 소속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대한애국당의 신규 당원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국감과 관련해 손 사장을 언급했다.
 
그는 JTBC의 ‘태블릿 보도’와 관련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최순실) 셀카라고 (한 JTBC의 보도는) 국민들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야는 손석희 사장의 증인 신청에 적극 응해 달라”며 “만약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는) 국감 역할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증인 채택 난항
‘증인실명제’ 유명무실 지적도

 
9월 말부터 각 상임위는 전체회의에서 기관 증인을 중심으로 채택을 의결했지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핵심 증인과 참고인 등에 대해선 접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증인 채택을 위해선 여야 간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견 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증인 채택과 관련해 국방위 간사인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당 반대로) 쉽지 않다”면서 “채택된다 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제 출석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측 간 이견이 많은 증인이 출석할 경우 효과적인 국감이 이뤄지기보다는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채택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실제 김관진 전 국방 장관과 정의용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여야 간사 합의로 부르기 않기로 했다. 거물급 증인이 줄줄이 채택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국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번 국감부터는 증인 채택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가 적용된다. 누가 어떤 이유로 증인을 신청하는지를 밝혀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무분별한 증인 채택 남발을 막기 위함이다. 증인 신청하려는 의원이 의장 또는 상임위 위원장에게 증인 신청 이유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통과됐다.
 
하지만 이 법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증인 신청 명단 요청에 “대부분 상임위에서 채택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면서 “의원들이 공개하길 꺼리는 부분이 있어 채택이 되더라도 공개가 가능할지 확답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무위 관계자도 유사한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정무위는 11명의 기업인 증인을 불렀지만 증인실명제가 적용된 올해는 증인 출석 요구 인원이 더 늘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증인 신청 문제에 있어서 폐쇄적이고 증인 신청 남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국감에서 불필요한 증인을 무더기로 부르는 관행이 있어서 지난해 말 개정됐는데 바뀐 지금도 누가 어떤 이유로 부르는지 알리지 않으면 이같은 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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