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데뷔전부터 연기수업…연기력·인지도·해외 인기 등 1석 3조
-낮은 시청률에 비난도 거세…몰입도 저하 논란·실력입증이 최우선


우주소녀 보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치열한 연예계 생존 게임 속에서 수많은 지원자들이 도전을 하는 가운데 기획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아이돌들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특히 몇해 전부터 아이돌들이 공연무대뿐만 아니라 속속 연기에 도전하면서 이제는 브라운관을 비롯해 스크린, 뮤지컬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한때 연기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드라마에서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그간의 우려를 감탄사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대구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과거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건 다름 아닌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 보나다.

그는 당시 대구 여고생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중 보나가 맡은 이정희는 미팅에서 만난 배동문(서영주 분) 앞에서는 새침한 모습을, 자신이 반한 소진(여회현 분) 앞에서는 수줍은 모습을 보이며 사춘기 소녀의 들쭉날쭉한 심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서울에서 전학 온 예쁜 박혜주(채서진 분)를 보고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복작한 심리도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는 등 아직은 연기 초보가 소화하기엔 힘든 감정표현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당초 보나의 캐스팅을 두고 방송가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왔다. 앞서 보나는 지난 7월 22일 종용한 KBS2 예능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스타펀치 엔터테인먼트의 악바리 연습생 도혜리 역을 맡아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아이돌과 닮은 부분이 있는 캐릭터여서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도전은 달랐다. 첫 주연작인데다 1995년생인 보나가 1970년대를 묘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그러나 보나는 제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어 차세대 연기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이핑크 정은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아이돌

이 같은 우려는 보나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에이핑크 정은지, 걸스데이 혜리 역시 캐스팅이 확정되면서부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표 연기돌로 자리 잡은 정은지는 tvN ‘응답하라 1997(2012)’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해 걱정과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더욱이 첫 드라마에서 사투리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기에 부담감은 컸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은지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첫 연기라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구사하며 ‘응칠’ 성공 요인의 한 축으로 평가된다.

연기돌의 우려는 이어 tvN ‘응답하라 1988(2016)’에서 재점화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신원호 PD는 걸스테이 혜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걸스데이 혜리
혜리는 ‘맛있는 인생’,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 등에 출연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에 그의 출연을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그러나 혜리는 1988년의 쌍문동 평범한 덕선이를 거침없이 그려 내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더욱이 서러운 둘째의 눈물 연기와 그저 평범한 여고생의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연기돌이 입지를 굳혀 가면서 한동안 연기돌 열풍은 연예계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최근 방영된 지상파 3사 드라마의 경우 연기돌이 대거 장악하며 이들을 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임시완(제국의아이들 출신)을 비롯해 임윤아(소녀시대, 이상 ‘왕은 사랑한다’), 강민혁(씨엔블루), 권민아(AOA, 이상 ‘병원선’), 김세정(구구단), 로운(SF9), 한선화(시크릿 출신, 이상 ‘학교 2017’), 김재중(JYJ), 유이(애프터스쿨 출신), 바로(B1A4, 이상 ‘맨홀’), 정채연(다이아), 솔빈(라붐, 이상 ‘다시 만난 세계’), 이준(엠블랙 출신), 류화영(티아라 출신, 이상 ‘아버지가 이상해’), 서주현(소녀시대, ‘도둑놈 도둑님’), 최수영(소녀시대, ‘밥상 차리는 남자’), 다솜(씨스타 출신, ‘언니는 살아있다’), 함은정(티아라), 이주연(애프터스쿨 출신, 이상 ‘별별 며느리’) 등 아이돌 멤버 혹은 아이돌 멤버 출신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장식하고 있다.

종편 및 케이블채널까지 확장하면 연기돌의 입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씨엔블루 강민혁
실력 입증에도
부정적 꼬리표는 여전

다만 아직도 연기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남아 있어 이들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줄줄이 난항을 겪으며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드라마가 몰입이 잘되는데 연기돌이 흐름을 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 연기돌인 임시완의 경우 탁월한 감정 표현과 감성 연기로 극을 이끌어 나는 걸로 유명하다. 최근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표독스러운 악녀 연기를 선보이는 다솜 역시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아이돌은 무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단 센스가 좋다. 신인 연기자는 카메라 동선을 파악하는 것부터 애를 먹는데 연기돌은 이러한 밑 준비가 이미 끝나 있다. 또 짧은 시간 내에 자기 어필을 해야 하는 만큼 눈빛 연기가 강점”이라며 “요즘은 아이돌도 데뷔 전부터 연기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으며 준비하기 때문에 발연기를 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또 인지도와 해외 인기까지 따라오는 만큼 연기돌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기돌의 드라마 도전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소녀시대 임윤아, 제국의아이들 출신 임시완(왼쪽부터)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던 미쓰에이 수지는 SBS 새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통해 설욕전에 나섰다. 또 혜리는 MBC 새드라마 ‘투캅스’ 출연 물망에 올랐고 류화영은 KBS2 새 수목구 ‘매드독’으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연기돌로서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라는 고유의 장르에 몰입할 수 있는 실력을 선보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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