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단체, ‘낙하산 인사’ 위한 곳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2일 개최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산하기관 단체들의 여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토부 산하기관인 25개 법정단체 중 16개의 기관에서 인사채용비리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정단체들 67곳 중 단 한 번의 감사도 진행된 적이 없는 단체가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감사의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구시대적 ‘사상검증’부터 퇴직자들 ‘재취업 통로’ 수단까지
법정단체 67곳 중 60% 감사 안 받아···강훈식 의원 “감사 실효성 의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지난 12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4년 이후 감사가 시행된 25개 산하 단체 중 16곳에서 인사 채용비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단체에서는 채용공고를 한 것처럼 위장하고 특정인물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만들고 허위의 면접 평가 의견서를 만든 다음 임용발령을 한 사례’, ‘인재 채용 기준 없이 주관적 판단에 의해 22명의 직원을 고용한 사례’, ‘교육관련학과 졸업자를 대상으로 직원모집 공고를 내놓고 실제는 행정실 조교 경험이 있는 의상학과 지원자를 채용한 사례’ 등이 발생했다.

고용정책기본법(제7조 1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성별, 신앙, 학벌, 연령 등의 사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나 이를 무시한 것이다.

학교별로 점수를 차등 부여하고 만 28세 이상 지원자에게는 5점을 감점하거나 군필자에게는 5점을 가산하는 등 평가기준을 임의로 세우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강 의원은 “합격할 수 있는 인원은 떨어지고 불합격 대상 인원이 합격하는 사례들도 많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처분 수위도 낮아 심각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주의‧경고 조치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라며 “여러 사람의 장래가 달린 문제임에도 가벼운 조치에 그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상 온전’
‘가정환경 원만’?

 
사상 검증을 통해 취업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에서 채용자격으로 ‘사상이 온전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신체가 건강한 자’, ‘성품이 성실하고 용모와 태도가 단정한 자’, ‘가정환경이 원만하고 근무지에 대해 이의가 없는 자’ 등의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국토부 소관의 법정단체에서 이같이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규정들을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구시대적 채용자격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국토부 퇴직자들의 재취업 통로로 활용된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 의원이 4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 중 국토부 산하 법정단체 재취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이전 1년간 총 14건) 1년 여간 주춤하던 일명 ‘낙하산 인사’가 2015년에는 4명, 2016년에는 1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올해 초까지 총 17명의 고위 공직자가 산하 법정단체로 재취업했으며 직위도 이사장, 회장, 사업 단장 등 요직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전세버스공제조합, 개인택시공제조합이 감사를 받는 시기에 국토부 퇴직인사가 각각 이사장으로 취업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국토부가 산하 단체를 통해 고위급 퇴직자들의 재취업 통로를 공식적으로 마련해 놓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낙하산 인사 방지 대책 그리고 취업 관련 규정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미 장관
“나도 놀랐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국토부 산하 법정단체 67곳 중 60%에 육박하는 39곳의 단체가 지난 2012년 이후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강 의원이 국토부의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법정단체에 대한 감사 횟수와 주기가 들쑥날쑥했다.

지난 6년간 4년 연속 네 차례 감사를 받은 단체가 있는 반면 어떤 단체는 단 한 번, 또 다른 단체는 5년간 한 번으로 감사기준의 주기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사가 실시됐던 총 25곳 법정단체는 조치계획의 경우 주의 11건, 시정 81건, 권고 29건, 신분조치의 경우 경고 195건, 주의 60건, 징계 32건 등 지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총 537건의 처분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체 당 평균 약 22건의 처분을 받은 셈이다. 정기적 감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감사를 빠져나간 단체도 많다는 점에서 이 같이 많은 처분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은 법정단체 운영에 큰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지적이다.

강 의원은 “감사의 실효성이 의문이다”라며 “감사에 대한 기본적이고 탄탄한 원칙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며 감사 지적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폐를 방치하는 물러터진 정책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지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의 엄격성 또한 강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감 준비 과정에서 산하 법정단체에서 감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60%나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산하 기관을 집중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