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바른정당이 창당 후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와해 위기에 봉착했다. 창당 주역인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까지 통합을 못 박은 것이다. ‘당 대 당 통합’이든 ‘부분 탈당 후 통합’이든 어쨌든 바른정당이 분당 수순에 돌입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제 관심 포인트는 탈당 규모다. 일단은 ‘당 대 당 통합’보다는 ‘부분 탈당 후 통합’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바른정당은 의원 1 명만 탈당해도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파로 분류되는 의원 9~10여 명 가운데 김무성·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의 한국당행(行)은 기정사실화 분위기다. 다만 대선 직전 탈당한 13명의 의원에 쏟아진 비판 여론을 지켜본 만큼 통합파 전원이 다시 비난을 감수하면서 한국당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 통합파 중 일부는 탈당 후 제 3지대에 머무르다 이후에 한국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일인 16일 이후부터 홍준표 대표의 출국일인 23일까지가 바른정당 분당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金 “26일 전 합칠 것” 최후통첩, 劉 “변화 없는 당에 가지 않는다”
- ‘朴 출당·文 정부 견제·지선 승리’ 명분, 탈당 저울질


보수 야당 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이르면 이달 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 통합’ 데드라인 제시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양 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수 통합’, 군불 지핀 홍준표에
기름 붓는 김무성


무엇보다도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방침이 통합파에겐 큰 명분이 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분당한 것인데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 다시 뭉쳐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홍 대표는 지난 11일 “바른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된다”며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 홍 대표의 발언은 합당 시 통합파의 입지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홍 대표와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과의 사전 물밑 교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바른정당 통합파는 보수 통합을 공식 선언한 만큼 하루빨리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창당 주역이자 당내 통합 물꼬를 튼 김무성 의원도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논의가 시작된 이상 빠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며 “(보수 통합 데드라인을) 26일로 날짜를 못 박지는 않았고, 여러 가지 상황이 그렇게 모이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김 의원이 말한 ‘시점’을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일인 16일 이후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법원의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여부 결정 직후 윤리위를 소집해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윤리위의 출당조치가 의결되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거나 개별 순차적 탈당을 통해 한국당에 복당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여 보수 야당 재편작업이 이르면 이달 말 완료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당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서청원·최경환 의원 제명 여부는 변수로 남아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중에서도 조건 없는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따라 한국당에 합류하는 바른정당 통합파 규모와 합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당 대 당’이든, ‘부분 탈당’이든
바른정당 ‘와해’ 불가피


그럼에도 정치권은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 결과를 떠나 바른정당의 와해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망한다. ‘당 대 당 통합’은 힘들 수 있겠지만 바른정당 일부 통합파 의원들이 개별 혹은 집단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어찌 됐건 바른정당의 분당은 가시화됐다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 측은 자강파 설득에 실패할 경우 10월 말이나 11월 초께 통합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거나 개별적으로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 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 당 통합을 원하고 있는 김영우·황영철 의원 역시 자강파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비판 여론을 감수하더라도 탈당을 결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을 제대로 한다면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 대 당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양 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하고 사무처 직원의 처우 문제도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합의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른정당 내 자강파는 통합 흐름에 결코 빨려 들어갈 수 없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의원들이 탈당해 교섭단체가 깨지더라도 바른정당을 유지시키겠다”며 “우린 ‘보수의 정의당’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보수 대 통합’은 ‘당 대 당’이 아닌 ‘집단 탈당’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대선 직전 탈당한 13명의 의원에 쏟아진 비판 여론을 지켜본 만큼 통합파 일부는 집단 탈당 후 한동안 제 3지대에 머물다 추후 한국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보수 대통합’, 보수층
찬성(51.8%)이 반대(43.7%) 앞질러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한 찬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대한다’(매우 반대 39.6%, 반대하는 편 23.3%)는 응답이 62.9%로, ‘찬성한다’(매우 찬성 8.4%, 찬성하는 편 14.1%)는 응답(22.5%)의 약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14.6%였다.

다만 보수층(찬성 51.8% vs 반대 43.7%)에서 만큼은 찬성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10월 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21명에게 접촉해 최종 506명이 응답을 완료, 5.0%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 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이다.

위 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보수 진영 내에선 ‘보수 대 통합’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 논객 A 씨는 보수 통합과 관련해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 보수 정치 전체 차원에서 볼 때 통합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분당의 원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사망했고,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대통합은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의 존재 이유는 선거 승리와 집권인데, 분열된 상태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궤멸이 자명하다. 정강·정책은 물론 정당 시스템까지 시대에 맞게 재편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보수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는 11월 13일로 예정된 바른정당의 당원대표자대회(전당대회)는 결국 자강파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커졌다. 통합파 쪽에선 전대 전까지 탈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무도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실상 새 지도부는 자강파 일색으로 꾸려질 게 유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되면 전대는 그야말로 반쪽짜리에 불과한 데다 비상 상황인 만큼 전대 대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당 지도부를 비롯한 다수 의원은 현재 전대 강행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이 당권 질주를 멈출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지난 대선 당시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도중하차’ 압박을 이겨내고 본선을 완주했던 전례가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은 12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만일 탈당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이상 잘 준비해서 전대를 통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다음 달 13일 유 의원이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큰 바른정당은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10석 안팎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자칫 원내 교섭단체 지위도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홍준표 유승민 양자 대결’에서 홍 대표의 통합 제의는 유 의원을 위축시키는 절묘한 한 수가 될 것 같다”면서 “유 의원은 더욱 단출해진 당을 이끌며 개혁보수의 험한 길을 가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보수정당 통합이 실현될 경우 의회가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현재 다당제 구도는 와해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원내 4당 교섭단체 체제에서 바른정당이 이탈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구축해 온 중간지대 입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과 손잡고 중도 입지를 키워 온 안철수 대표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호남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연대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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