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특히 서울시 2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 여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속성상 현 정권 심판의 장으로 흐를 공산이 높아 집권 여당에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0%대 후반인 데다 25개 자치구 중 20개가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라는 점에서 집권 여당에 현역 프리미엄까지 더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재선급 이상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與 기초단체장 10명 불출마 후 당·청 고위직 ‘내정설’ 무성
- ‘코드’ 맞는 출마자 ‘기회’주고 ‘경력쌓기’ 일석이조 노려


서울시 25개 자치단체장 현황을 보면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은 강남 신연희, 서초 조은희, 송파 박춘희, 중구 최창식, 중랑 나진구 구청장 등 5명이다. 나머지 20개
구청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민주당 소속 20개 구청장중 14명이 재선 구청장이고 3선으로는 성장현 용산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이해식 강동구 구청장 등 3명이다.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내년 출마를 할 수 없는 구청장은 이 구청장이 유일하다. 성 구청장과 유 구청장은 3선이지만 민선 2기에 당선된 이후 잠시 쉬었다 5, 6기 민선구청장에 당선돼 출마는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해 내년 서울 자치구 전체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소속 재선 구청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행보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 재선급 기초단체장
불출마 선언 왜


대표적인 인사로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지난 7월 제일 먼저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뒤를 이어 김우영 은평구청장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도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해 공석이 된 노원병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영배 성북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 역시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 대변인을 역임한 김만수 부천시장 역시 10월10일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처럼 민주당 출신 특히 재선급 기초단체장이 3선 연임이 어느 때보다 유리한데도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집권 여당의 한 인사는 “통상 구청장 재 선정도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정책이나 공약은 할 만큼 다 해본 상황”이라며 “3선이 돼도 더 이상 새롭게 추진할 사업도 별로 없고 자칫 레임덕에 빠져 노회한 정치인으로 찍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인사는 “3선에 도전할 경우 12년 단체장직을 하는 것인데 당내에서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세대교체론의  대상이 되고 밖으로는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자칫 후폭풍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 25개 기초단체장 중 3선 연임을 한 구청장은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유일하다. 실상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적에 상관없이 재선 구청장 다수가 자의든 타의든 물갈이 된 셈이다. 여기에 또 다른 여당 고위 인사는 정권이 바뀐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한 인사들의 다수는 2020년 총선에 시계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내년 6월에 임기를 마치면 2020년 총선까지 2년간 공백이 생긴다. 기초단체장직을 유지하는 게 언론이나 지역 주민에게 주목을 받을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는 집권 여당으로서 갈 자리가 어느 정도 보장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청와내 내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원하는 인사들도 있고 여당 내에도 출마자들이 상당수다”라며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청와대나 당에서 자리를 마련해 줘 중앙 정치 무대 나서게 되면 총선 경력을 쌓고 집권 여당 내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버거운 현역 단체장과 경선을 피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부 불출마한 수도권 기초단체장들의 경우 2급 대우를 받고 있어 직에 상당하는 당직과 청와대 고위직(2급 이상)에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도 당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2년간 공백기간이 있어 당보다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보다는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일하는 것이 총선 출마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들의 경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선급 구청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역 내 인지도가 높고 무엇보다 구민들과 친밀도도 강해 출마할 경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고민하고 있는 기초단체장 다수 지역이 같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도 다수라는 점에서 당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총선 출마설 바짝 ‘긴장하는’
민주당 의원들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관악구의 경우 관악갑은 재선의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과 관악을은 바른정당의 역시 재선인 오신환 의원 지역구다. 반면 은평의 경우 은평갑은 민주당 초선 박주민 의원, 은평을 역시 초선인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있다.

노원의 경우 노원갑 민주당 초선 고용진 의원, 노원을은 3선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있다. 노원병이 안철수 대표가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다. 부천의 경우에는 재선인 민주당 김경협(원미갑), 3선 김상희(소사구), 4선 설훈(원미을), 5선 원혜영(오정구) 의원등 4명 모두 민주당 의원이다.

불출마한 민주당 출신 기초단체장들의 총선 출마가 해당 지역 내 민주당 의원들로선 달가울리 없다. 자칫 자신의 지역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잠재적인 경쟁자가 고위 당직을 맡거나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결국 당내 상대가 명확하게 있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의 무더기 불출마 배경에 당청 핵심 인사들의 사전교감 후 차출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당·청 핵심 인사들이 주도하지 않는 이상 2년 공백기간에 3선이 무난한데도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영우 은평구청장의 불출마 선언에 주목하고 있다. 은평구의 경우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같은 당 강병원 의원에 패한 바 있다. 당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임 실장 캠프에 비서실장 출신을 보내는 등 적극 지지했다.

이에 김 구청장의 경우 은평갑 박주민 의원 지역구보다는 강병원 의원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와 사전교감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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