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으로 30~40대 남성들과 성매매를 한 여성 청소년이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에 감염돼 경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추적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다른 성매수자들이 에이즈에 걸렸는지도 현재까지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문제는 해당 성매수자들이 추후 성관계를 맺을 경우다. 에이즈는 잠복기가 10년 안팎이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성 접촉이 이어지면 병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B(20)씨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지난해 8월 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A양은 B씨가 휴대전화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30~40대 남성 10여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용인지역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남성들로부터 성관계 1차례에 15만~20만 원을 받은 뒤 B씨에게 전해줬다.

A양은 지난해 연말부터 산부인과에서 비뇨기과 치료를 받았고, 올 5월 혈액검사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됐다. 이어 A양은 올 6월 초 “B씨가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제로 시킨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B씨가 A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입건했다. B씨는 경찰에서 성폭행, 성매매 강요에 대해 부인했고, 성매매 알선 혐의만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양에게 에이즈를 옮기고, 감염 이후 A양과 관계를 맺은 성매수자에 대한 추적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용인동부경찰서와 용인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에이즈에 걸린 A(15)양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해당 남성들이 계속해서 성관계를 이어간다면 에이즈가 확산될 소지가 크다.

경찰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했다는 A양과 B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성매수남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이미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다. 또 성관계가 이뤄진 장소 등에 대해서도 탐문 수사를 진행했으나 어떠한 증거물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도 역학조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이즈 확진자를 일대일 면담해 질병관리본부 등과 역학조사를 벌이지만 당사자까지 찾는 것은 어려우며 수혈을 통한 것인지, 성관계를 통한 것인지 등 유형만 파악하는 정도라는 게 보건소 측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에 대한 인식이 깊게 박혀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감염 확장세가 꺾인 에이즈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은 11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에이즈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에이즈 신규 감염자수는 2014년 기준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2000년(310만명)보다 35% 줄어든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 에이즈 신규 감염자수는 2000년 219명에서 2016년 1062명으로 26% 증가했다. 특히 10·20대 에이즈 환자의 경우 10대는 2006년 10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2.6배 늘었고, 20대는 158명에서 360명으로 1.3배 증가했다.

한편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경기 용인지역 고등학교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용인시 C고등학교에 다니던 A양은 지난 5월 혈액검사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자퇴했다.

C학교는 자퇴를 위해 학교를 찾은 A양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현행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학교장을 포함한 교육 종사자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알게 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학교는 이후 언론사가 이런 내용에 대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은 지난달 말 교육지원청에 관련 사실을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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