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감사원 감사 결과 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가 대거 적발된 가운데, 하반기 대규모 공채를 앞둔 시중 은행들이 괜한 오해를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에 하나 채용 과정 중 작은 의혹이라도 나올 경우, 대대적인 인사 비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한 채용에 만전을 기하는 은행권의 기대와는 달리 벌써부터 ‘은행권 특혜 채용’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 은행 하반기 특명은 ‘채용 과정 투명화’
금감원 비리 수사 은행권까지 삼킬지 관심


현재 금융권은 ‘금융경찰’로 불리던 금감원 채용 비리가 발각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조직적인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금융감독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총무국과 감찰실 등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채용 평가·심사 관련 서류를 포함한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감사원으로부터 이들의 비위 사실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내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통해 지난해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적격자를 특혜 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 등은 2016년도 신입 직원 채용 당시 사전에 확정한 채용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예정보다 채용인원을 늘려 추가로 뽑는 등 부적격자를 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5급 신입 일반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한 국장급 인사가 지인으로부터 경제학 분야 지원자 A씨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문의받았다. A씨가 필기전형 합격 대상인 22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고 채용 예정 인원을 늘려 A씨를 합격시켰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은 채용 인원을 늘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이를 허용했고, 서태종 전 부원장은 이를 그대로 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세평(世評) 조회 등 다양한 방법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채용 비리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 통보로 검찰 수사를 받는 서 전 수석부원장과 이 부원장보의 사표를 수리한 상태다. 서 전 수석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반발하면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금감원의 피감기관인 은행권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고 있어 긴장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금융 공기업과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민간 금융회사들은 올해 하반기 6600여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앞두고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NH농협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은 235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올해 은행들은 정보기술(IT),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저마다 분야를 특화해서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부문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00명 확대했는데, 전체 지원자의 3분의 1이 이공계 전공자로 파악됐다.

주요 은행들은 서류 전형에서 학점이나 어학 성적, 연령, 전공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열린 채용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은행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그에 따른 입사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의 입사 경쟁률은 낮게는 40:1에서 높게는 62:1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다. 어느 시중은행이든 채용 비리가 발견된다면 수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셈이다.

은행권은 정부 정책에 부응한 대규모 채용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지적을 받아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와 연루될까 노심초사다. 공채와 금감원 채용 비리 시기가 겹친 만큼 작은 비리도 조직적 비리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은행장들의 경우 임원회의를 통해 하반기 신입 채용과정에서 기본에 충실할 것을 직접 주문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청탁은 물론 오해를 사거나 단순한 실수로 채용과정 전체에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시중 은행 채용 담당자들 역시 금감원 채용 비리와 은행권 공채 기간이 맞물려 매우 민감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은행들은 출신이나 배경을 배제하고 능력 위주의 선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고 있다.

또 서류, 필기시험(논술, 인적성검사) 등을 모두 외부업체에 의뢰해 청탁을 방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통상 은행권 채용은 서류-필기 혹은 인·적성검사-1차 면접-2차 면접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은행권의 예방 대책에도 특혜 채용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례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과거 최순실 씨의 독일 금융 거래를 지원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승진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금감원 채용비리에 현직 국책은행 및 민간 금융회사 고위직 이름이 풍문에 오르내리고 있어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감사원이 적발한 2015년 말 특혜 채용의 수혜자가 한 국책은행 임원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에게 전화를 건 지인이 모 금융사 회장이란 설도 있다. 관련인들은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금감원에서 시작된 채용 비리 후폭풍은 당분간 은행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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