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 물려 본 사람이라면 가려움증의 곤혹스러움을 겪어봤을 것이다. 긁어도 잠시 시원할 뿐, 다시 가려워 모든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 보통 모기면 다행이지만 산 모기나 큰 벌레들은 그 가려운 정도가 훨씬 심하다. 만약 그러한 느낌이 여성의 외음부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가려움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이를 수 없을 것으로 어림짐작한다. 게다가 외음부는 위치적 특성상 타인 앞에서 긁기가 민망하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일반적으로 외음부의 소양증때문에 병원에 오는 여성들은 크게 질 분비물인 대하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질염(칸디다, 트리코모나스, 세균성, 클라미디아, 비특이성, 노인성, 위축성)과 외음부에 병변이 있는 접촉성피부염, 성기사마귀, 당뇨병성외음부염증, 음부포진 등의 질병을 진단받는다. 전신에 나타나는 소양증이 외음부에도 나타날 수 있고 간혹 특별한 원인 없이도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외음부소양증은 ‘질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성 외음부소양증 양방치료는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와 함께 단기간의 연고제 사용을 고려해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원인이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의 병원균에 의한 감염이 확실 한 경우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의 원인치료 및 대증치료를 실시해서 쉽게 낫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소적으로 가려운 증상이 있다면 가려움의 양상에 따라 스테로이드 연고, 칸디다 연고 등을 사용해 빠른 시일에 치료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굳이 한방치료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치료 진행 중 병원균이 소실됨에도 불구하고 생식기 가려움이 낫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불쾌감이 계속될 것이라는 심리적인 불안과 짜증이 섞여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생활에도 문제가 생겨 부부관계, 나아가 집안의 분위기까지 악화될 수 있다. 수 주에서 수 개월 치료를 해도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본인과 가정을 위해서도 지금 받고 있는 치료를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이렇게 병원균이 치료되어도 낫지 않는 생식기 가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을 면역의 저하로 본다. 여성의 생식기는 질의 자정작용을 통해 외부로부터 병원균의 침입이나 균의 증식을 차단한다. 실제 질내에는 ‘되데르라인 간균(Doderlein bacillus)'이 상주하여 질 내부를 강산성으로 만들어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정작용은 몸의 면역이 충분히 강할 때 유지되는데 최근 무리한 다이어트, 꽉 끼는 옷, 잦은 음주와 인스턴트 섭취 등의 습열을 조장하는 식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외음부와 질 점막이 과민해지고 균에 대항하는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몸의 면역 저하와 함께 질 내부의 면역이 무너지면 질의 자정작용의 저하로 염증이 만성화되어 성기 가려움증이 지속된다. 그리고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게 되면 질에 상재하는 정상 균까지 없애버려 오히려 질염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가 나타나게 되므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증상을 참지 못하고 계속하여 스테로이드 등의 연고에 의존하게 된다면 염증을 피부 안에 가둬놓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자체적 회복기능을 상실해 피부와 점막의 변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저하된 면역을 치료하기 위해 질의 상태와 몸 전체를 파악해 수증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질 분비물인 대하의 성상에 따라 대하의 색이 백색이고 희박한 경우 기허(氣虛)로 진단하며 대하가 백색이고 점액성이 높다면 기울(氣鬱), 담울(痰鬱), 황색으로 비린내나 불쾌한 냄새가 나면 습열(濕熱) 으로 변증해 낼 수 있다. 이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습열(濕熱)로서 소양증과 더불어 염증증상 즉, 따갑거나 배뇨통증 등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습열증(염증증상)과 함께 전신적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특징은 신음허(腎陰虛)증이다. 신음허(腎陰虛)증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오후에 증상이 심해지고, 손이나 발에 열감이 생기며, 잘 때 식은땀이 나거나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것 등이다. 신음(腎陰)이란 비뇨, 생식계의 진액, 정(精)으로서 현대의학적 개념으로는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 특히 부신호르몬과 관련이 깊은데 부신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성호르몬)과 스테로이드호르몬은 질 자정작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반드시 이 신음허증을 치료해야 한다.

이에 실제적인 여성의 외음부소양증 한방치료는 습열(濕熱, 염증증상)증과 신음허(腎陰虛)증을 치료하고 추가적인 어혈증, 기울증(스트레스) 등을 파악해 수증치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처방으로는 용담사간탕(습열, 염증소견이 심할 때), 육미지황탕가미방(신음허), 오림산(작열감이 심할 때)등이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신(腎)이 허약한 소양인 여성들이 비뇨생식기 계통에 문제가 많기에 외음부소양증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떠한 체질이라도 면역이 저하된다면 체질 불문 발병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외음부소양증이다. 그렇기에 병원치료와 함께 평소에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는가가 중요하다.

여성의 외음부소양증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반드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식생활에서는 습열(濕熱)을 조장하는 맵고, 짜며 기름진 음식,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 간단한 위생처리도 도움이 되는데,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항상 질에서 항문 쪽으로 닦아 내는 것이다. 잦은 입욕 및 질 세정은 질의 유익한 세균을 제거할 수 있어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또한 음부가 습해지면 안 되므로 쾌적한 통풍을 위해 뒷물 후에는 음부를 잘 건조시키고 수면 시엔 속옷을 벗고 편안한 상태로 자는 것, 평소에 꽉 끼는 하의보다는 여유 있는 옷으로 입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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