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점의 ‘스타필드’ vs 동맹 반격 ‘롯데·이케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경기도 서북권 고양시에서 유통 공룡들의 자존심을 건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시는 신세계그룹이 지난 8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을 개장, 경기 북부 진출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다. 그런데 롯데백화점과 이케아(IKEA)가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롯데아울렛·이케아 고양점 복합 매장을 개장하면서 유통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일요서울은 이른바 고양대전이라 불리는 이들 싸움의 맥을 짚어봤다.

“고양시가 쇼핑 특화 지역으로 부상, 시너지효과 낼 것”
“벌써부터 교통지옥이라던데…향후 매출 추이 지켜봐야”


대형 유통 기업들의 격전지 고양은 수도권 북부 핵심 상권이면서 향후 서울·수도권 전체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고양은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 서대문 등 서울 서북부 반경 3km 이내 핵심 상권에 180만 명이 거주 중이다.

서울 강서와 마포, 영등포와 파주, 김포, 양주 등 30분 내 접근 가능한 지역을 포함하면 무려 500만 명이다. 인접한 고양 삼송·원흥·지축지구 등의 입주가 시작되면 해당 지역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주거 개발 지역이 몰려있는 만큼 가족 단위 소비자와 2·30대 젊은 층이 많아 향후 고객 민심의 판도를 읽어낼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만큼 지역 중요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러한 고양을 먼저 선점한 곳은 신세계의 스타필드 고양점이다. 지난 8월 24일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가구업체 한샘과 손을 잡고 문을 열었다. 롯데보다 앞서 고양 상권을 차지, 고양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였다.

스타필드 고양의 영업면적은 13만5500㎡, 축구장 50배 규모다. 신세계그룹의 첫 복합쇼핑몰이었던 스타필드 하남보다 업그레이드된 스타필드 고양은 하남보다 늘린 100여개의 맛집과 젊은층을 노리는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스타필드 고양의 가구 매장인 한샘은 3600㎡ 규모로 다소 작지만 토탈(total) 홈 서비스, 즉 개별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집이나 방 전체를 설계·시공하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노렸다.

특히 하남, 코엑스몰에 이어 세 번째로 고양에 세워진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브랜드 스타필드는 가족 단위 고객을 고려해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등 문화 시설의 크기를 하남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스타필드 브랜드에 대한 신세계 그룹의 기대는 매우 큰 상황이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개장 당일 직접 스타필드 고양을 찾아 고양시장 등 외빈들과 함께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스타필드 고양에 힘을 실어줬다.

또 스타필드 관계자는 “쇼핑테마파크라는 스타필드의 지향점에 걸맞게 스타필드 고양에는 쇼핑은 물론 엔터테인먼트나 휴식을 모두 누릴 수 있다”면서 “특히 비쇼핑 시설의 비중을 30퍼센트까지 대폭 확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스타필드 고양의 첫 번째 목표였던 시장 선점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방문자 수가 평일 5만명, 주말 10만명으로 꾸준한 모습이다. 추석연휴를 넘긴 지난 9일까지 기준으로는 누적 방문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현재는 스타필드를 긴장시킬 만한 상대가 둘이나 나타났다. 특히 그 둘은 동맹까지 한 상태다. 또 다른 유통 강자인 롯데아울렛과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의 복합 매장이 스타필드 지근거리에 떡하니 들어선 것.

롯데아울렛 고양점은 19일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와 같은 건물에 입점, 개장했다. 롯데아울렛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1만6628㎡)만을, 이케아는 2~4층(5만2199㎡)을 쓰면서 양사는 총 6만8827㎡의 공간을 확보했다.

롯데아울렛은 패션 중심이었던 기존 매장과 차별화해 1층에 리빙브랜드와 식품, 휴식시설 등을 강화했다. 이케아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상 1층에 리빙 원스톱 쇼핑 공간을 구현한다는 것인데,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고양을 의식했음이 역력한 모습이다.

롯데는 신세계와 입점 포인트도 비슷해 정면 대결이 예상된다. 롯데아울렛은 이케아를 방문하는 주 고객층이 20~30대인 만큼 영 브랜드를 유치했다. 이케아 광명점 구성비로 따져보면 20대 이하의 구성비가 20%로 아울렛 평균 수치인 12%보다 8%포인트가량 높다.

가족 단위의 고객을 위해서는 유명 맛집 등을 대폭 강화했고, 체험형 놀이 시설도 들여왔다. 330㎡ 규모의 타요키즈까페와 레고를 할 수 있는 브릭까페 고래고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무엇보다 실제 스타필드와 롯데아울렛·이케아 고양점의 거리는 3㎞ 내외, 차로 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선점 효과를 가져간 스타필드가 소비자들을 지켜 낼 수 있을지, 롯데·이케아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흐른다.

또 경기도 고양에 대형 쇼핑몰 두 곳이 연달아 문을 열면서 어떤 효과가 일어날지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서로 시너지(Synergy) 효과를 일으켜 고양시를 쇼핑 특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의견과, 시장을 양분해 각각의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견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 매장이 집합한 효과로 시너지가 나고, 고양시가 쇼핑의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를 통해 외부에서 고객들이 많이 유입되면 고양시 지역도 활성화되고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이 좋아 시너지지, 일단은 시장을 갈라 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벌써부터 고양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교통 지옥’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가면 고생’이라는 이미지가 쌓이게 되면 방문자 수는 정체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롯데와 신세계가 인근 지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은 고양 외에도 다수다. 2011년 3월 신세계가 경기도 파주에서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하고 9개월 뒤 롯데가 인근에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을 열었다.

인접 지역인 경기도 여주와 이천에서도 신세계(2007년)와 롯데(2013년)가 각각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장했다. 다만 그동안이 ‘간접전’이었다면 이번 대결은 ‘전면전’이라는 시각이 많은 만큼, 고양 대전의 승자가 당분간 유통 시장의 선두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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