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위기 돌파 위해 뭐라도 해야 vs 왜 힘 없는 우리가 먼저냐”

<사진=정대웅 기자>
‘일괄사퇴’에 격앙된 반응…면담 이어졌지만 불씨 남아
바른정당과의 통합 급부상 속 당내 분열 조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야권 발 정계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내 분열이 가속화할 조짐이다. 국민의당이 지지율 침체 등 당 위기 돌파를 위해 꺼낸 카드가 당 내부 반발에 봉착해서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최근 당 조직 쇄신의 일환으로 전국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대상자들은 돌연 자리를 내놓으라는 당 방침에 반발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급부상한 가운데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반대 뜻을 밝히며 ‘대외적 갈등’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제2창당위원회 위원장인 김태일 교수는 시도당·지역위원장의 재신임을 묻겠다며 일괄 사퇴를 공식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1일 제2창당위 최고운영위원회의에서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전원 사퇴’를 통한 조직의 면모일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당 혁신과 제2창당의 대열 제일 앞줄에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이 서 달라”고 말했다.
 
전면 ‘내려놓기’ 동참 요청
위원장들, 날벼락에 멘붕

 
당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등으로 내년 지방선거 필패가 예상되는 만큼 당 조직의 ‘내려놓기, 비우기, 새 틀 짜기’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도당·지역위원장 들은 논의 과정 없는 일방적 결정 과정과 잘못된 우선순위 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 지역위원장은 “당 쇄신과 발전을 위해 한다고 하는데 우리 지역위원장들은 하향식으로 내리꽂는 이런 방식과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점을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며 “또 당 위기 상황에 대한 쇄신 대상의 포커싱이 잘못돼 있다. 지도부나 중심부 문제인데 (쇄신 대상이) 지역위원장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사퇴한다 해도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의 활성화가 담보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위원장은 당 쇄신 작업에 대한 취지를 공감한다면서도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 사퇴는 대선 직후 또는 8월 임시 전대 직후 이뤄졌어야 했는데 지금 조치는 시기적으로 상, 중, 하책 가운데 가장 나쁜 하책”이라며 “창당 1년 8개월 동안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로 당의 요직에 계시던 분들과 현재 모든 당직에 계신 분들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시도당위원장은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로부터 선출된 시도당위원장과 당원들로부터 인준받은 각 지역위원장의 보장된 임기를 어떤 근거로 재신임을 하고 사퇴하라는 것이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 같은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과거 3김 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현재 대다수 시도당 위원장들이 반대하는 등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가 당내 주류와 다른 계파를 정리하기 위한 작업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시도당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하는데 국민들 관심은 국회의원들과 당 지도부 기득권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순수성이 의심된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본인들의 계파를 심어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수순을 밟기 위한 선조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역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그와 같은 시각이 중론”이라며 “바른정당과 합칠 수도 있는데 국민의당에서 지역을 다 차지하고 있으면 곤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태일, “의원들 ‘내려놓기’
작업, 적절한 시기에 밝힐 것“

 
이 사태와 관련해 제2창당위 김태일 위원장은 당 위기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지난 전당대회 때 전면적 당 조직 쇄신을 단행했어야 했는데 그때도 ‘하자. 말자’ 논란이 벌어졌고 하지 못해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다 결국 내 손까지 넘어왔다”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쇄신 대상 순서가 반대로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책무의 우선순위로 보면 그게 맞다. 다만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했듯 국회의원들도 예외 아니다”라며 “국민들과 당원들 앞에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들을 내친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원주권의 수임자로서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 맞다”면서도 “당 생존과 활로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 책무도 (동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도 당 위기 상황이면 임기와 관계없이 자리를 내놓고 재신임을 받고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방침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선조치라는 해석에는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7일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은 안철수 대표와 면담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18일엔 긴급 운영위를 열었다. 19일 김기옥 원외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안 대표를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길종 원외협의회 대변인은 통화에서 “정식 면담은 아니었고 추후 면담을 진행하기 위한 요청 자리였다”며 “이날 지역위원장들의 입장 요지를 전달하며 향후 원탁회의 등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지역위원장들과 일부 중앙당 관계자들은 오는 22일 모여 서로의 입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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