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20~30대 여성들이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된 경구용 임신중절(낙태)약 미프진을 구매·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프진은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약에 대한 정보와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낙태는 이 같은 방법으로 더욱 성행하고 있으며,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만연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약 정보와 이용 후기, 복용 방법, 판매 사이트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사이트에서는 곧바로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 사이트는 흰색 의사 가운을 입은 모델들이 메인 화면에 등장해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약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다른 사이트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약의 효과와 복용법, 수술과 미프진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수술은 신체에 해로우니 약을 선택하라는 뉘앙스의 글이 대부분이다.
 
제품을 구매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인인증은 불필요하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실명 확인 없이 가입이 완료된다. 가격은 임신 기간에 따라 35만 원에서 57만 원 선.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수술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비싼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매 신청을 하면 개별적으로 안내되는 계좌번호를 통해 입금을 해 약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또는 약을 미리 받아 복용한 뒤 비용을 내는 후불구매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용 후기다. 사이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이용후기가 있다. 대부분 만족스러운 평가를 했다. 낙태를 망설였던 여성은 후기들을 보고 구매 확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낙태약 판매 사이트를 발견해 차단 조치해도 불법음란물 사이트처럼 끊임없이 생겨나는데다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낙태약 복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낙태 합법화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모든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월 13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위가 열렸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의 여성 모임 ‘BWAVE’가 낙태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강조했다.
 
시위에 참여한 수십명의 여성들은 “내 자궁은 내 것이다”, “공공재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낙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270조 폐지와 미프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시위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미프진은 경구 복용약으로 전세계 119개 국가에서 판매중이다. 마취와 수술이 필요 없으며 장기가 손상될 우려가 적다”고 국내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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