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은 지난 정권 10년 간 국정원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MB국정원’ 여론조작 활동의 핵심으로 알려진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공작 관련 ‘비선 보고’, ‘동향 수집’을 이끌기도 했다. 검찰은 그가 국정농단 사건 정황을 포착하고도 정식 보고 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는가 하면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 전 국장에 대한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 혐의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은 지난 16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 권고에 따라 검찰에 추 전 국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 정황을 2년 전 포착했지만 은폐에 나섰다고 밝혔다.

개혁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이 국장으로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최순실 씨, 미르재단 등과 관련돼 작성된 국정원 첩보는 170건에 달한다.

‘청와대 비선 논란 관련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前妻) 최순실이라는 說(설) 확산(2014년 12월)’, ‘전경련·재계는 미르재단에 이어 K-스포츠에 300억 출연 관련, 계속되는 공익재단 출범 자금을 기업에 요구하다 보니 불만 여론이 상당(2016년 1월)’ 등이 첩보의 주요 내용으로,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들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 한 부분은 첩보 가운데 ‘검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됐다는 소문이 있음(2016년 9월)’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개혁위는 조사결과에서 추 전 국장이 2016년 7월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친교 인물 등에 대한 동향 수집을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고, 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2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 전 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었는데, 이 때문에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으로 향하는 수사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8월 작성한 ‘우리은행장 동향 보고서’ 역시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에 대한 부정적 내용 위주의 세평 보고를 지시했는데, 이 중 6명이 우 전 수석 직권남용 혐의(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조치 요구)에 적시된 이들과 일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 전 국장이 팀장급이었던 ‘이명박 정권’ 시절엔 문화·연예인 블랙리스트,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활동 등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개혁위는 지난달 11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이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등의 문건을 작성하고 관련 심리전 활동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전 국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다.

검찰은 지난 18일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의 직권남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국정원이 어제(17일) 추 전 국장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를 해왔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 정황을 2년 전에 포착했다. 그는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복장 불량’, ‘유언비어 유포’ 등의 이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인사 전횡을 벌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 18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추 전 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추 전 국장에 대해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기본적 증거가 수집됐고 수사기관에 출석해 온 점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과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검찰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영장 재청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은 국정원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간부”라며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관제시위 개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추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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