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재평가” vs “얻어걸린 것”

사진=게임 배틀그라운드
이희진 추천 주식 900만 원→2억2000만 원

증권업계 “돈 버는 방법 알면 혼자 투자한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증권가 스타 CEO로 떠오르며 수십억 원의 차, 초호화 하우스를 자랑하던 ‘청담동 주식부자’에서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업을 영위해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추락한 이희진 미라클인베스트먼트 前 대표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이희진의 말을 듣고 산 주식이 크게 뛰었다는 사연을 커뮤니티사이트에 게시해 화제를 모은 것. 이 글은 삽시간에 다른 커뮤니티에 퍼져나갔고 언론들 역시 해당 사례를 일제히 보도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희진 재평가” “사기꾼이 아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정확한 정보 없이 얻어걸린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틀그라운드와 이희진 그리고 투자자들의 ‘웃픈이야기’를 살펴봤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 지난 6일 “1년 전에 샀던 블루홀 주식 300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1년 전 이희진의 말을 듣고 (블루홀 주식을) 주당 3만 원에 300주를 샀었다”며 이희진이 감옥에 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이 누리꾼은 얼마 전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시작했는데 게임 화면에 ‘블루홀’이라는 이름이 화면에 떠 주가를 확인해 보니 3만 원인 주가가 75만 원으로 돼 있었다며, 900만 원이던 주식가치는 2억2000만 원이 돼 해당 주식의 적절한 판매시기가 언제인지 묻는 글이었다. 해당 글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판매 시기에 대한 의견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이희진의 재평가” “그는 사기꾼이 아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상장사인 블루홀의 주식가치가 큰 폭 상승한데에는 블루홀이 제작한 PC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11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게임 인기도의 척도인 PC방 점유율 역시 PC방 게임 순위 리서치 업체 게임트릭스의 지난 10일 발표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은 22.56%로 지난 8일 이후로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청담동 주식부자’에서 ‘피고인’으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블루홀 주가가 상승하자 구속 기소 상태인 이희진이 해당 글로 인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블루홀은 장외주식(공개 및 상장요건이 미흡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며 주주끼리의 직거래가 주를 이룬다)으로 이희진이 추천한 주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희진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주택, 고가 수입차 사진 등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해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렸다.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 같던 그의 삶은 그의 동생과 함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 원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됐다.

그의 행각은 계속해서 드러났고 검찰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증권방송 등을 통해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204명을 투자하도록 유인해 251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한 혐의로 이씨 형제를 추가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부장검사)은 투자자 28명에게 41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희진의 사기 혐의 피해 금액이 41억 원에서 292억 원으로 불어났으며, 이 씨의 범행 피해자 수는 232명, 사기 혐의 피해 금액은 292억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희진 평가 엇갈려

한 증권업계관계자는 이번 블루홀 주가 상승과 이희진 재평가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장외주식은 족보가 없다. 명확하게 거래되는 창구가 없고, 당사자 간의 거래가 이뤄져 가격의 형성이 불분명하다”며 “충분한 양의 거래가 수반되거나 현재 주가보다 높은 수준을 예상하는 등을 파악하지 않은 사례면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장외주식은 천 배가 오르면 천 배가 떨어질 수도 있어 의미 없는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 가격을 입증하려면 상장을 거쳐 얼마에 거래되는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장외주식의 변동은 그 회사의 값어치를 반영한다고 보지만 실제 일부가 조작한다면 가격 상승은 쉽다. 장내는 여러 가지 주가를 올리는 감시감독이 이뤄져 가격을 임의적으로 조작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의 이희진에 대한 평가는 어떠냐는 질의에 업계 관계자는 “관심 없다. 사기꾼으로 본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상승세의 블루홀 추천한 것에 대해서는 “얻어 걸린 거라고 생각하지 정확한 종목 분석을 통해 추천을 한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돈 버는 방법을 알면 투자자 안 모은다. 혼자서 투자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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