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기 바쁜 ‘남양유업’ vs 빨대로 큰 성공 거둔 ‘빙그레’

업계 “회사명 가리면 안 되지 않느냐, 다른 곳도 비슷”

남양유업 “고의로 의도한 것 아냐 공정상 오류 발생한 것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남양유업과 빙그레가 각기 다른 ‘빨대’ 사용법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제품에서 빨대로 회사로고를 숨기고 있다는 특이점이 발견돼 지적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고의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지난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 사태’로 인한 이미지 하락의 여파를 무마하기 위해 ‘회사로고 가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이 같은 ‘회사로고 가리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면 빙그레는 소비성 제품인 ‘빨대’를 이용한 이색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두 업체가 다른 행보를 택한 까닭을 추적해 봤다.

지난 8일 한 인터넷커뮤니티사이트에 ‘남양의 빨대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신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히며, 상품 정리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남양 상품들 대부분 빨대로 회사명을 가려놓았다”며 “반면 타 회사 상품들은 회사명이 대부분 정면에 있거나 보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 상품이 어느 회사의 상품인지를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지난 20일 기준 조회수 31만을 기록해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빨대가 남향이다” “남양 꺼는 안 사먹는데 저것 때문에 여러번 속았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언론들 역시 남양유업의 ‘빨대 위치’와 관련된 보도를 일제히 내보내 논란이 증폭됐다. 

기자는 ‘빨대’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의 컵커피가 실제 유통·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돌며 확인해 봤다. 확인 결과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시리즈 대부분의 제품들에서 회사로고인 ‘남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타 경쟁사 제품들은 회사 로고가 정면에 부착되거나 같은 위치더라도 가려지지 않게 디자인돼 있었다.

빨대로 가린 까닭은?

업계 관계자들은 유사 디자인을 가진 컵커피 제품에서 로고를 가린 것은 앞서 발생했던 ‘남양유업 사태’의 하락된 이미지, 매출 성장을 위한 소비자들의 ‘눈 가리기’라고 지적한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데는 지난 2013년 5월 발생한 남양유업 사태의 여파로 보인다. 남양유업 사태란 남양유업의 대리점주가 자신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남양유업 영업 직원과의 대화 녹취록 파일을 공개되며 시작됐다.

녹취록의 주 내용은 남양유업의 영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강압적으로 제품을 받으라고 한 내용과 욕설과 폭언이 내포돼 있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대리점주에 대한 강압적 밀어내기를 자행하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은 남양유업의 매출 급감, 주가 폭락 등의 후폭풍로 이어졌다. 특히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면치 못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영업 사원 개인의 문제로 그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미흡한 대처로 결국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지속하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해당 사태 직후 하락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린 뒤 떨어진 매출 수습에 나선 듯한 모습을 여럿 보여 이번 ‘빨대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상자의 ‘남양’로고 위에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며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어 2014년 남양유업이 런칭한 아이스크림 디저트 카페 ‘백미당’은 남양유업 브랜드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특히 올해 이전한 신사옥 역시 ‘남양유업’이 아닌 ‘1964 빌딩’이라는 간판인 점 등은 이번 논란을 더 키우는 증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며 공정상의 약간의 오류가 발생한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업계관계자는 “빨대 위치가 부착되는 곳을 ‘아이마크’라고 통칭하며, 아이마크는 색깔로 표시돼 있어 CI와 표기 등을 가리지 않게 디자인을 할 때 정한다”며 “글씨를 가리면 안 되지 않느냐, 다른 곳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엇갈린 두 기업의 명암

국내 커피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로 기업은 커피 관련 사업이 중요 매출 활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음료 시장은 1조19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6% 성장했다. 2014년 9700억 원에서 2015년 1조281억 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국내 커피음료 시장은 롯데칠성음료(26.5%), 동서식품(17.5%), 매일유업(16.5%), 코카콜라(11.1%), 남양유업(9.7%), 빙그레(3.2%)가 차지하고 있다.

빙그레는 소비성 제품인 ‘빨대’를 이용한 이색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어 남양유업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에 사용되는 빨대를 소재로 한 이색 캠페인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빙그레의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은 연인끼리 사용할 수 있는 ‘러브 스트로우’ 누워서도 마실 수 있는 ‘링거 스트로우’, 일반 빨대보다 직경이 4배 큰 ‘자이언트 스트로우’, 분무기 형태인 ‘SOS 스트로우’ 등 이색적인 빨대 판매를 통해 빙그레의 주력 상품인  바나나맛우유 매출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플래그십 스토어인 ‘옐로우 카페’ 동대문점과 제주점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빙그레 측은 “이번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은 바나나맛우유 상징인 ‘빨대’를 소재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를 통해 바나나맛우유의 브랜드 강화와 매출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마케팅 활동 등이 빙그레의 매출 15% 가까이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양유업과 빙그레의 다른 ‘빨대’ 활용법이 두 기업의 명암을 명확히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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