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말 한마디에 노동자 길거리로” vs 법원 판결 승소 “잘못없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시장에 진출한 SPA(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국내 SPA브랜드 시장의 규모와 전망’에 따르면 SPA시장 규모는 2010년 1조2000억 원에서 2014년 3조4000억 원으로 불과 4년여 만에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도 그 성장속도가 빨라 패션업계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빠른 성장세와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불합리한 처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일본 최대 SPA브랜드 유니클로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밀레21 “2호점 안착 돕고도 팽 당해…계약 해지 후 3일 만에 입점 계약 석연찮아”
유니클로 “밀레21의 일방적 주장, 사실 아니다. (회장)갑질은 말도 안 된다”

유니클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18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073억 원, 827억 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1조원 매출을 돌파하는 등 고신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 패션시장에서 자매 브랜드 론칭하는 등 점차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피해 주장 내용은

그런데 유니클로 성장 이면에 국내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루아침에 사업파트너가 도산 위기에 처했는데 오히려 유니클로는 민사소송을 벌여 이 기업의 회생 기회조차 묵살하려 했다는 것.

대형 메가숍 ‘밀레21’을 운영했던 박형근 대표는 본지를 만나 그동안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2006년 11월 유니클로와 입점 계약을 맺었다. 당시는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브랜드 전개를 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다. 다행히도 유니클로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고 밀레21도 유니클로 때문에 많은 성장을 했다.

문제는 점포 리모델링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사가 끝날 즈음인 2015년 7월께 유니클로 담당자인 L팀장이 기초공사를 해달라고 해 밀레21측이 자비를 들여 모든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오픈 3개월 남겨 둔 시점에 경영적인 이유 때문에 입점을 못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 왔다.

일본 본사 다다시 회장의 “입점을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유니클로의 경쟁사인 Z사에 비해 작은 점포를 배정받은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밀레21은 유니클로의 계약 해지로 회사 투자자를 잃게 되었고, 다른 브랜드의 계약 역시 지연되면서 결국 무역센터점 입점 해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 70여 명도 각자 살길을 찾아야 했다.

박 대표는 “유니클로와 같은 SPA브랜드의 경우 입점 준비기간이 약 6개월 소요되는데 재입점을 위한 바닥공사까지 시킨 후 오픈 예정일 3개월 전에 입점 의사를 취소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며 이는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와 계약 해지 후 3일 만에 유니클로와 코엑스몰과 입점 계약을 체결한 것도 석연찮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박 대표는 “개인간 거래가 아닌 업체 간 거래에서 3일 만에 모든 게 마무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코엑스몰과 공모해 계획적으로 밀레21을 배제하고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대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담보까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통상 3일만에 계약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법적 문제는 없다며 약자의 설움이라고 덧붙였다. 

밀레21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이 살아보겠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더 죽으라고 유니클로와 같은 대기업이 당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유니클로의 한국 입점으로 무수히 많은 중소 브랜드가 피해를 입었지만 유니클로의 배당금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총 275억 원의 현금배당을 했는데 이 배당금의 절반은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에 들어갔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51%를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로열티까지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가 지난해 일본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은 366억 원이다. 2006년 3억9000여만 원에 불과했던 로열티는 국내 유니클로 고성장과 맞물려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한편 에프알엘 측은 본지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장 말 한마디로 철수가 결정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황당해 했다. 유니클로가 작은 회사도 아니고 회장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그런 곳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유니클로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회사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 회장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회사도 아닐뿐더라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일방적 계약해지로 밀레21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3일만에 계약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밀레21’과 ‘COEX Mall’측의 임대차계약은 ‘밀레21’의 임대보증금의 미지급 때문에 해지됐다. 전대차계약의 전제가 되는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기 때문에 전대차계약은 자동 해지될 수 밖에 없었고, 당사는 이후 COEX Mall측의 제안을 받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본 건과 관련한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501540)에서 법원도 ‘밀레21’이 스스로 약정한 임대보증금을 미지급해 ‘COEX Mall’과의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상기 내용은 법원의 소송판결문을 통해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니클로, 주일대사관 분쟁 해결 권고에 대한 입장 재검토 밝혀

양측의 분쟁해결이 언제쯤 해소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사관이 개입된만큼 자칫 논란이 확산될 여지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밀레21은 지난달 26일 주일본한국대사관을 통해 받은 유니클로 본사 입장서에서 오오키 이사가 “밀레21과는 2건의 소송(물품판매 대금 관련 임차계약 해지에 따른 보증금 반환 관련)이 진행 중임을 설명하면서 자사의 고문변호사와 상의 후 대사관 서한 및 밀레21의 서한에 대한 회신 여부 및 당 대사관의 원만한 분쟁해결 권고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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