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브로커 유씨·보좌관 김씨 구은수 전 경찰청장까지…‘게이트’로 번질 듯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우는 IDS홀딩스 사기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고위공작자 등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도 최근 의혹이 제기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칫 ‘정관계게이트로 번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도 있다. 투자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이 지난 17일 오전 10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구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금융다단계업체인 IDS홀딩스측으로부터 경찰 수사관 교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을 상대로 인사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 실제 청탁이 받아들여졌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검찰은 11일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 전 보좌관인 김모씨를 금품수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3일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IDS홀딩스 회장 유모씨로부터 자기 업체를 수사 중인 경찰관을 교체해 달라는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기고, 이중 상당 금액을 구 전 청장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검찰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 사무실과 구 전 청장의 자택에서 컴퓨터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같은날 IDS홀딩스 회장 유모씨를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는 등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파급력 큰 잠재적 수사 대상 거론

검찰 안팎에서 이번 수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IDS홀딩스 금품로비’ 실체가 드러날 경우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IDS홀딩스 사기사건은 피해규모가 1조 원을 훌쩍 넘어 ‘제2의 조희팔 사건’ ‘제2의 주수도 사건’ 등으로 불린다. 주범인 김성훈 전 대표는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이번에 구속기소 된 유 씨는 충북 출신으로 IDS홀딩스 정ㆍ관계 로비를 담당하기 위해 고용된 인물로 알려졌다. 구 전 청장이 수사대상에 오르게 된 것도 유 씨 진술을 통해 나왔다. 검찰 주변에선 충청 출신 전ㆍ현직 의원들이 IDS홀딩스 경영진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잠재적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IDS홀딩스 감독기관인 금융권 인사들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충북지역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이 변호사 시절 IDS홀딩스 사건 변호를 맡았으며, 의원은 2014년 IDS홀딩스 행사에 축하영상도 보냈다. 충남지역 지역구의원 출신인 전직 의원도 IDS홀딩스 창립행사에 축하 화환과 축하영상을 보내는 등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 유 씨는 이들 정치인과 학교 동창이거나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확대한 것은 맞지만, 특정인물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먼저 해외로 빼돌려진 자금을 추적,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 피해자 보호부터 실행돼야 

IDS홀딩스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1조960억 원에 이르지만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회수한 금액은 910억 원으로 김성훈 대표의 금고와 계좌에 남아있던 돈이다. 1조 원의 돈이 증발한 셈이다.

결국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구제를 위해서는 김 대표가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빼돌린 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은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조960억 원을 빼돌린 사기 사건이다.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홍콩 FX마진 거래에 투자하면 월 1~10%의 배당금을 주고 1년 내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1만 2706명으로부터 1조 960억 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피해자 가운데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30여 명은 화병 등 합병증으로 병사했다.

FX마진거래란 통화 간 환율 변동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으로, 투기성이 큰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 결과 IDS홀딩스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홍콩에 송금한 사실이 거의 없었다. IDS홀딩스는 4843억 원을 먼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후순위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했다.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씨는 2016년 9월 구속기소돼 2017년 9월 2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와 함께 주요 모집책 10여 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