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리용호·틸러슨·왕이, 넘어야 할 장애물 너무 많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첫 국정감사를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장관 취임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라는 관망이 나온다. 외교부 내에서는 강 장관의 첫 국감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워낙 다뤄야할 사안이 많다 보니 국감 전에 강 장관이 내용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부터 전투적으로 질문을 던져대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잘 방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거기다 최근에는 ‘외교부 장관 패싱론’이 일 만큼 국내외적으로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축소된 듯한 모습에 정치권에서는 강 장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취임 5개월 채 안 됐지만 ‘스타 장관’에 거는 기대 크다
한미동맹 강화는 기본, 호주·벨기에·프랑스 등과 공조 꾀할듯 

 
문재인정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타급이다. 은발의 외모부터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화려한 경력이 기존 장관들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외무고시 출신 장관으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받고 있다. 게다가 북핵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의 입장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강 장관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 졌다.

강 장관의 상대는 석유 사업으로 국제무대를 누볐던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중국 최고의 외교 실력자 왕이 외교부장, 배짱이 두둑한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등이다. 이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 외교의 성공 여부가 결정지어진다. 하지만 강 장관이 이들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장애물부터 넘어야 한다.
 
입김 센 외교안보특보
외교 수장은 누구?

 
최근 정치권에서는 ‘강경화 장관 패싱론’을 제기했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외교부가 아닌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핵 등과 관련된 외교안보 사안마다 강 장관의 발언보다 문 특보의 발언이 더 비중있게 다뤄지고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는 최대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연일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맞서 있다. 여기서 중국은 북한 제재에 소극적이고 러시아는 미국과 북한이 수준 낮은 말싸움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은 일본대로 동북아 안보 불안을 이유로 자체 군대를 창설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인 상황이다. 또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우리나라도 핵무장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이 경우 일본도 핵 보유국에 뛰어들겠다고 나설 수 있다.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갖고 있다면 딱히 일본의 핵무장 주장을 주변국이 막을 명분도 사라지는 셈이다. 나아가 대만마저 핵을 갖겠다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중국이 발끈하고도 남을 시나리오다.

이 같은 상황인데 우리 외교부의 역할과 활약이 드러나는 게 없다. ‘강경화 장관 패싱론’의 또다른 이유다. 물론 ‘외교는 결과로 말한다’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강경화 장관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강경화 장관은 취임 직후인 6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유엔 출신 장관인 만큼 유엔 안팎의 사정에 정통한 점을 적극 활용해 정상 외교 보좌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정상회담은 긍정적이었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공격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개소리’에 비유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당초 평화를 주장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지금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내 반한감정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과거사와 관련한 재협상 문제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러시아의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했지만 대북 제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어디와도 매끄럽게 사안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화살이 외교부를 향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아직 취임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업무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소리도 나온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큰 만큼 하루빨리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국민적 염원이 크다.
 
위기의 한중관계
“관계 개선 토대 마련했다”

 
강경화 장관의 4강 외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강 장관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한반도 위기 극복의지는 확고하다. 더불어 호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의 공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핵 국면에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미동맹의 핵억제력을 토대로 한 대북(對北)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강 장관은 “한미 간 고위급 차원의 소통을 강화하고, 비핵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가속해 나가겠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가지는 대북 영향력도 적극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게 필수라는 데 공감하고,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에 기반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 장관은 “한중관계는 신정부 출범 이후 정상, 고위급 교류 복원을 통해 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북핵 관련 중국의 건설적 협력을 견인해 나가면서 사드 관련 중국 내 우리 기업이 겪는 어려움의 조속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에 대해서 강 장관은 “한일관계는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 다양한 레벨에서의 소통강화, 북핵 관련 공조 강화, 실질적 협력 증진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에 기반한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를 포함한 양자 간 현안 관련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지난 2015년 12월의 한일 정부 간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결과라는 입장이 확고했다.

강 장관은 국감장에서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안의 본질, 인권 유린 문제임에도 위안부 할머니가 배제된 협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외교협상이 필요에 따라 비밀리에 할 수는 있지만 문제 사안에 있어 결코 좋은 방안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강경화 장관과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일을 똑부러지게 한다” “남성 못지않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이제 그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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