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온라인 영업에, 아마존은 오프라인 영업에 투자 늘려
미국 전통 소매업체 가운데 18%가 신용등급 CCC 이하로 전락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소매기업 아마존과 미국 최대 전통 소매기업 월마트가 갈수록 상대방의 고유 영역으로 활동을 넓혀 나가면서 미국 소매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을 비롯한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취급 품목을 늘리는 등 갈수록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실제 점포를 갖고 영업해 온 전통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등 미국 소매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10일 미국 아칸소 주 벤턴빌의 본사에서 연례 투자자 회의를 열고 2019 회계연도에 전자상거래 매출을 40%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에만 5000여 곳의 점포를 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기업인 월마트가 아마존의 선제공격을 받자 맞불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아마존의 선제공격이란 아마존이 지난 6월 미국 전역에 점포 470여 곳을 가진 유기농 식료품 체인 업체 홀푸드를 인수하고 오프라인 소매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을 가리킨다. 이런 아마존에 위기감을 느낀 월마트는 온라인몰인 월마트닷컴을 통해 주문한 식료품을 찾아갈 수 있는 픽업센터도 현재의 두 배인 190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양사의 승부를 가를 주요 변수는 배송이다. 월마트는 온라인몰을 통해,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 인수로 각각 고유 영역에 발을 들인 만큼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물류 체계를 누가 먼저 고객의 마음에 들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가구업체 이케아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대형 온라인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시작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가구업체로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이케아의 이런 몸짓은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즈, 세계 최대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하고, 대형 쇼핑몰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흐름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명품 업체들이 온라인과 거리를 두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가운데 중저가 제품은 오프라인이 점차 온라인에 밀리는 양극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케아는 또 지금까지 고집했던 교외 지역에 넓은 주차장이 포함된 매장만을 고집하던 오프라인 매장 방식도 바꿔 도심에서 특화된 소규모 전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도 도입키로 했다. 도심 매장에서 구경한 뒤 주문을 하고, 제품을 인도하는 곳에서 소비자가 나중에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대형매장만을 마케팅 정책으로 삼아 왔던 이케아의 변신은 달라진 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 가면서 시어즈, 토이저러스 등이 파산하고 미 대형 쇼핑몰들이 어려움을 겪는 등 전통적인 매장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월마트와 아마존은 지금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더 닮으려고 노력중이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 외에 실제 서점들을 개설하고 이제는 실제 슈퍼마켓(홀푸드)까지 운영한다. 이 두 유통 공룡 사이의 경쟁은 그들끼리의 싸움에 그치지 않고 주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마존이 생수에서 와이셔츠에 이르는 생활필수품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급하기 때문에 미국의 쟁쟁한 백화점들이 속속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소매업계 전반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투자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서브프라임(부적격자들에게 주택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들) 산업 주식을 공(空)매도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공매도는 앞으로 내릴 성싶은 주식을 증권회사에서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을 되사서 증권회사에 갚고 주가 차액을 이득으로 취하는 매매기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전통 소매업에서 공매도 기회를 본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인베스토피디아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미국 전통 소매업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대기업들로부터의 경쟁에 직면하면서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소매산업의 쇠퇴는 공매도에 뛰어난 투자자들에게 다음번 대형 공매도 대상으로 다가서고 있다.

현재 미국 소매업체들의 18%가 신용등급 CCC 이하로서 이들 회사의 채권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로 분류된다. 이런 비율은 2017년 초에 비해 2배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지금까지 최소 19곳의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지난 8월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장난감 체인점인 토이저러스 본사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 최신 사례다. 130억 달러를 굴리는 헤지펀드인 사운드 포인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케첨은 지난 7월 미국 소매산업의 위기와 관련해 FT에 “우리는 이런 공매도의 규모가 서브프라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첨은 FT 인터뷰에서 온라인 상점 아마존을 빙산에, 소매업을 타이타닉호(號)에 각각 비유했다. 지난 1년 동안 백화점 체인 메이시즈의 주식이 43% 하락했고, 콜스, JC페니, 타겟, 시어즈, 노드스트롬 같은 대형 소매업체 주식이 적게는 2%에서 많게는 61% 하락했다. 이런 추세에 반항하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곳은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삼는 보석상점 티파니가 거의 유일한데 이 회사 주식은 같은 기간 29% 올랐다. 이는 다이아몬드 같이 고가의 보석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매업체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반면, 소매·접객업 전문 컨실팅업체 IHL 그룹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올 연말 소매업체가 실제로 연초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한 전자부품 전문점 라디오색과 다양한 의류 업체들이 발생시킨 폐점포 수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 할인점과 편의점들이 주도하는 공격적인 확장으로 생겨나는 새 점포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확장 주도 기업들로는 달러 제너럴, 달러트리, 세븐일레븐, 서클 케이 등이 있다. 망한 소매업체들이 비운 점포는 새로 진입하는 소매업체들의 영업에 적합하지 않아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소매점이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시에 빈 가게들도 늘고 있는 기현상이 존재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