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국감 풍경

노회찬 정의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매년 국정감사 시즌에는 국회의원들의 여러 행동과 이색 소품들이 주목을 받는다. 이번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퍼포먼스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황금 프라이팬’, ‘솔부엉이’, ‘몰래카메라’, ‘신문지’, ‘짝퉁 가방’ 등이 그 사례다. 국감의 본질인 감시‧비판과 맞지 않다는 일부 비난도 나오지만 시각 효과로 문제 제기의 주목도를 높인다는 호평도 함께하는 상황이다.

이색 소품 열전···‘몰래카메라’, ‘짝퉁 가방’ 등장 의도는?
노회찬 의원, 신문지 깔고 누워···‘국감 스타’ 위한 시선 끌기인가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뉴시스>
     지난 13일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한국의 게임 산업과 e스포츠 진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질의를 시작하며 황금색으로 손수 칠한 프라이팬을 들어 올려 주목을 받았다. ‘황금 프라이팬’은 국내 게임개발사인 ‘블루홀’이 개발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대회 상패로 수여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라이팬은 배틀그라운드 게임 내에서 무기로 사용돼 근접 공격 기능과 함께 총알까지 막아내는 방어용도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게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아이템이다.

이 의원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황금 프라이팬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힌트는 게임과 연관 있다”면서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가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6개월 만에 1200만 장 판매와 동시 접속자 수 199만 명을 돌파한 것은 우리 게임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 신화가 우리나라에서 쓰일 수 있도록 문체부가 토양을 만들어 주길 요청한다”고 도종환 장관과 문체부에 거듭 강조했다.

도 장관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고 게임이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인정받았다. 게임 진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 국감장에 등장한 황금 프라이팬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해외 미디어 매체인 코타쿠(kotaku)는 한국 문체부 정부 감사 청문회에서 이 의원이 배틀그라운드 상패를 본뜬 황금 프라이팬을 꺼내 이 작품이 한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박제된
천연기념물 등장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박제된 천연기념물 ‘솔부엉이’와 ‘수리부엉이’를 보이며 야생 조류 사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환노위 국감에서 박제된 부엉이를 가리키면서 “여기 박제된 솔부엉이와 수리부엉이는 모두 유리벽에 부딪혀 죽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6년 간(2011~2017년) 야생 조류 1만6800여 마리가 사고를 당했다. 그 중 4500마리는 법정보호종”이라며 “부딪힌 야생조류 중 약 65%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맹금류는 속도가 빨라서 부딪히는 순간 폐사하고 만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부터 죽어가는 조류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솔부엉이는 사고 개체수 1위인데 무려 726마리가 충돌 사고를 당했고 그 중 401마리가 죽었다”고 강조했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환경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책을) 2015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질의 내용이 충실했다는 호평이 나오는 가운데 소품을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더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칭찬이 돌았다.
 
국감장
웃음바다 되기도

 
지난 19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감사원 국감 현장에서 신문지를 들고 나와 바닥에 펼친 뒤 직접 드러누워 화제를 모았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유엔 인권기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반박하기 위해서다.

노 의원은 “누운 것을 보면 알겠지만 옆 사람과 닿는다”며 “일반 재소자들은 신문지 두 장 반을 붙인 방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노회찬 신문지’는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섰고 여러 언론사도 앞다투어 소식을 전했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경찰청 국감 현장에서 몰래 촬영한 ‘몰카(몰래카메라)’를 공개했다. 촬영 도구는 경찰청장이 소지한 생수병과 차 열쇠, 발언시간 측정용 탁상시계에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였다.

누구나 몰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진 의원은 “(몰카의) 가장 큰 위험은 내가 범죄 대상이 됐는지 아닌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위장 카메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하고 있어 불법 촬영에 대한 심각성을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에는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현장에서 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이른바 ‘짝퉁’ 상품을 들어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이날 명품 브랜드의 유사 복제품을 들고 나와 특허청장에게 불법 유통 근절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문제의 상품을 들어 보이며 “이건 에르메스 버킨백인데 진품일 경우 소가죽이면 1500만~2000만 원, 악어가죽이면 3000만 원, 장식하면 1억도 한다”며 “근데 이건 145만 원에 파는 짝퉁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것(유사 복제품)을 사라고 내게 문자가 오는데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고 질의했다.

성윤모 특허청장은 “과거에는 이태원 등에서 많이 만들었고 요새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데 적발되면 계정을 폐쇄하고 있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해서 근절이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게 진품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데…우리 김수민 의원님이 시집갈 때 하나씩 준비해야겠네”라며 말하자 국감장이 한동안 웃음바다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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