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때리는 교수들…고막 파열, 정강이 피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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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각종 폭력 등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나 선배들이 전공의나 후배들에게 도를 넘는 폭력, 폭언, 성추행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전북대병원에서는 선배가 후배 전공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대병원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부산대병원에서 있었던 전공의 폭행 사건이 폭로됐다. 소위 엘리트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의사들 사이에 만연된 부끄러운 민낯이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피해 전공의에게 타 수련기관 이동 수련 제도화 
가해자는 전공의 수련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지난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국감장에서 부산대학교병원에서 A교수에 게 폭행당한 전공의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11명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유 의원은 “부산대병원 측이 해당 교수에 의한 전공의 폭행 사실을 인지한 것은 지난 8월 해당 병원 노동조합에 의해서였다”며 “‘습관적인 두부 구타로 고막 파열’, ‘수술기구를 이용한 구타’, ‘정강이 20차례 구타’, ‘회식 후 길거리 구타’, ‘주먹으로 두부 구타’ 등 폭행은 수차례 여러 사람에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폭행 사실 접수하고도
외면한 병원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 피해자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피멍이 든 다리는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부산대병원 측은 이러한 폭행 사실을 접수하고도 적극적인 조사는 물론 해당 교수 처벌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오히려 전공의 개별 면담을 통해 폭행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다”며 “공공병원인 국립대병원이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수의 전공의 폭행을 외면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A교수는 지난 24일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이를 반려했고 26일 A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직위 해제된 A교수는 진료·수술 등의 업무에서 배제된다. 대학 측에서는 조만간 A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당초 전공의 폭행 사실은 병원 해당 진료과에 알려졌지만 특별한 징계나 경고조치 등이 없이 자체적으로 덮었고 병원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병원, 과태료 100만 원에 
전공의 정원 감축 처분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전공의 폭행·폭언·추행 등이 만연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강력한 행정처분에 나섰다. 지난 24일 복지부는 병원 내 전공의에 대한 폭행이 발생한 전북대병원에 앞으로 2년간 전공의 정원을 감원하는 등 행정처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의 첫 행정처분 사례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 내 설치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6월 폭행피해자인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로부터 관련 민원을 접수한 후, 7월 5, 28일 2차례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폭행 외에도 수련환경평가 제출자료 허위작성, 입사 전 사전근무 지시, 상급년차의 임의 당직명령 등의 사실을 확인했고, 복지부는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8월 25일, 10월 20일 2차례 수련환경평가 위원회 심의와 9월 22일 전북대병원 의견청취를 거쳐 행정처분 내용을 최종 확정했다. 

전북대는 이에 따라 2018~2019년도 정형외과 레지던트 정원(올해 기준 3명)을 책정하지 않으며, 인턴 정원의 경우 기준(올해 44명) 대비 5% 감원된다. 

복지부는 다만 2019년 전공의 정원은 2018년 수련환경평가 및 개선사항 이행점검에서 개선이 확인될 경우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고, 수련 환경 개선도 지시했다. 

개선사항은 전공의 채용을 조건으로 한 입사 전 근무지시 금지, 전공의별 수련 스케쥴 체계적 관리, 전공의 간 임의당직 지시 금지, 기존 정형외과 전공의의 타 수련기관으로의 이동 수련 요청 시 병원은 적극 협조, 향후 3년간 수련 규칙 이행 여부 현지평가 실시, 병원 자체 전공의 폭행 예방 및 대응계획서 제출 등이다.

한 발 늦은 복지부
지원금 삭감 안까지 검토


복지부에서는 현재 전공의 폭행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태료 규정을 마련해 타 위반사항보다 엄격히 규제하거나 의료질평가 지원금 기준에 전공의 폭행 등 비인권적 환경 여부를 반영하여 발생 수련기관에 대한 지원금 삭감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또 피해 전공의 퇴사를 예방하고, 적극적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피해 전공의는 타 수련기관으로 이동수련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폭행 가해자는 전공의 정원 책정에 인정되는 지도전문의 자격을 일정기간 박탈해 전공의 정원 감축뿐만 아니라 해당 전문의는 전공의 수련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행 수련병원 취소처분 외에 수련과목 지정 취소 규정을 신설하여, 타 진료과목 및 전공의 지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전공의 폭행에 대한 수련기관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협의하여, 병원 차원의 폭행 예방 및 대응지침 마련·배포하기로 했다.

한편 복지부 내 설치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북대병원 외에 한양대병원, 삼육서울병원, 부산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 중이다.

한양대병원은 성형외과 교수의 폭행·폭언 사건이 접수됐으며, 삼육서울병원은 가정의학과 상급연차의 폭행이 있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또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산부인과 전공의 2명이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부산대병원은 교수의 여성 전공의에 대한 성추행 민원과 지도교수로부터 전공의 11명이 폭행 등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확인 중이다.

복지부는 조사결과에 따라,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 외에도 3년간 수련규칙이행여부 현지평가를 실시하는 등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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