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우리은행의 중국 대형 쇼핑센터 화푸 투자 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4월19일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중국 조선족에게 떼인 돈 3800억 원 중 지분 매각을 통해 1700억 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그동안 받은 계약금을 합쳐 총 2500억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우리은행 측은 ‘비밀엄수주의’에 따라 매수인과 맺은 계약서와 돈을 제공한 계좌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은행 측은 계약서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상대 회사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 2014년부터 지분 매각… ‘우리-매너’ 계약서 내용 보니…
- 우리은행, “조선족 부부 민봉진-김홍연과 접촉 마라” 주문


민영화된 우리은행(초대 은행장 이광구)이 ‘주인 없던 시절’에 투자한 중국 대형쇼핑센터 화푸 빌딩 건이 정권이 바뀌면서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2007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투자가 시작된 우리은행의 화푸 빌딩 지분 매입건은 4년 차인 2011년 우리은행이 3800억 원에 대해 대손상각(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할 때 채권을 회계상 손실처리하는 것)처리하면서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우리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을 발표하면서 1700억 원 지분 매각대금과 2014년 1월과 10월 그리고 2015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받은 700억 원을 합쳐 총 2500여억원의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은행측은 계약서, 계좌번호, 회수한 돈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고 숨겨 왔던 태도와는 달리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민영화가 된 이후 계약서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 계좌번호 등을 국회에 공개하면서 적극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푸 건은 애초 파이시티 비리 주범으로 알려진 이정배 전 사장(법정구속)과 조선족 중국인 동업자 민봉진(법정 구속) 두 인사가 우리은행으로부터 투자받아 시작됐다. 두 인사는 백익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차려 건물 소유주인 중국 소재 중지부동산개발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중천굉업 지분을 매입했다.

우리은행 ‘정권교체’되니
계약서 제출 왜


백익은 이 과정에 3단계 ‘징검다리’ 회사를 만들었다. 홍콩의 ‘뉴파이인베스트먼트’라는 특수목적법인(SPC),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자회사로 만들었다. 뉴파이는 카리브해에 있는 바베이도스에 ‘마운틴브리즈’(MB)라는 SPC 지분을 100% 사들였다. 바베이도스는 조세 회피 지역으로 유명한 영국령 섬나라다.

MB는 다시 화푸빌딩의 실소유주인 중천굉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사정 당국은 우리은행 3800억 원 중 1600억 원이 화푸빌딩 지분을 사는 데 쓰인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애초 우리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주고 국민은행과 대한생명으로부터 1300억 원, 2500억 원을 대출을 받은 백익 대신 마운틴브리지의 전제주식 1주와 뉴파이의 전체 주식 2주를 담보로 은행 측에 제공했다.

하지만 당시 가치 7000억원대인 화푸 빌딩을 팔아 대출금을 갚기로 했던 민 씨는 2010년 만기가 됐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국민은행과 대한생명은 만기가 도래하자 지급보증을 선 우리은행에 채권을 넘겼다.

우리은행 측은 민 씨에게 전체주식에 질권 설정을 요구했지만 민 씨는 빌딩 매각에 걸림돌이 된다며 설정유예를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민 씨는 전체주식 1주와 뉴파이의 전체주식 2주를 분실신고 처리한 다음 이를 감춘 채 은행 측에 질권을 넘겼다. 이어 전체 발행규모가 2주였던 뉴파이의 주식을 100주로 추가 발행해 자신의 부인이자 역시 조선족으로 중국에 있는 김홍연 씨에게 소유하도록 했다. 뉴파이의 지분 100%였던 우리은행의 담보권은 순식간에 1.96%로 떨어져 버렸다.

현재 이정배 전 파이시티 사장과 함께 사업 파트너였던 민씨는 지난 2017년 4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파이시티 개발건과 화푸빌딩 매입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아 각각 8년과 6년을 선고당해 구속된 상황이다.

이때부터 우리은행 측은 김앤장 법무법인을 고용해 중국에 거주하는 김 씨와 화푸빌딩 소유권 소송을 벌였으나 주요 소송에서 패해 사실상 김 씨에게 건물 소유가 넘어간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북경법원에서 이긴 소송은 김 씨와 대표이사 명의변경 소송이었으나 이마저도 등기를 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2014년 국정감사 시절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치권에 알려진 직후에도 우리은행은 지분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상대 회사가 어느 회사인지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계약서는 존재하는지에 대해 일체 ‘계약상 비밀’이라며 함구했다.

급기야 2015년 계속된 야당 의원의 조사에 700억 원 상당의 돈이 우리은행 홍콩지점으로 들어온 입금표를 제출하면서 상대 회사도 매너인터내셔널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2016년 그리고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된 민주당 의원들의 계약서 공개와 3800억 원 돈에 대한 구체적인 지출 내역, 그리고 소유권 행사를 하며 매년 200억원 상당의 임대료까지 챙기고 있는 김씨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수장은 MB 고려대 후배이자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리던 이팔성 금융지주회장(2008년 6~2013년 6월)에서 이순우 은행장(2011년3~2014년 12월), 그리고 2014년 12월부터 이광구 현 은행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야당에서 여당이 된 민주당 관련 상임위에서 재차 우리은행 측에 관련 계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우리은행 측은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계약서, 법무법인 김앤장 계약서, 홍콩 계좌번호까지 공개하면서 적극 대처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우리은행과 매너인터내셔널 계약서를 보면 일단 핵심 내용은 가리고 상대 계약자 회사와 주소 그리고 대표명만 알 수 있도록 했다. 일단 눈에 띄는 항목은 매너인터내셔널이 당소 바베이도스 소재라고 밝혔던 우리은행 측 주장과는 달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상대 보니 ‘조세회피처’
유명한 섬 소재 회사


버진아일랜드나 바베이도스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곳이다. 조세회피처는 개인 또는 법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 및 지역을 가리킨다. 버뮤다, 룩셈부르크, 케이먼군도, 홍콩 등도 ‘조세회피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법인을 세울 때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어서 탈세와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의 온상으로 불린다. 다양한 조세협약, ‘제로’에 가까운 원천과세율, 강력한 법률 시스템, 자본이동에 과세를 부과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세회피처에 묶여 있던 자금이 다른 국가로 흘러들어가거나 홍콩, 케이먼군도 등과 같은 조세회피처로 유입된 비자금의 경우에는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고 사정 당국은 토로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조세회피처 관련해 1조원의 비자금을 만들기위해서 5단계만 거치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인물, 둘째 은행 관계자, 셋째 조세회피 전문 법률사무소 고용 넷째 은행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명의로 조세회피 지역에 유령회사 설립, 다섯째 법률사무소 통해 페이퍼컴퍼니에 1조원 대출 승인하면 끝이다.

화푸 매매관련 정통한 중국사업가 A씨는 “우리은행 측이 1700억 원이든 2500억이든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돈의 출처가 명확치 않다. 돈이 어느 계좌로에서 들어왔는지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이 인사는 돈의 출처가 김 씨 것이거나 검은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A씨는 “조세회피처에 만들어진 법인 상당수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하는 데 이용된다”며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 해외 금융계좌도 신고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버진아일랜드와 엮인 대표적인 국내 유력 인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의 동업자였던 김경준 씨가 경영했던 ‘BBK투자자문’의 모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었다. 이 ‘BBK 버진아일랜드’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공방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도 버진아일랜드 관련 박연차 홍콩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2016년도 초에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또한 계약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은행은 ‘매각자산 및/또는 본건 거래와 관련하여’, “매수인(매너인터내셔널)은 거래 종결일까지 매도인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김홍영, 민봉진 또는 민봉진의 가족구성원 및 관계인 포함해 연락하거나 협의하거나, 협업하거나 협상하거나 정산하거나 여하한 약정의 체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 4번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씨는 화푸빌딩 소유권을 중국에서 행사하고 있고 민 씨는 국내에 법정 구속된 상황이다. 구속된 민 씨보다는 중국에서 임대료를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씨와 매너인터내셔널의 접촉을 막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민 씨가 화푸 빌딩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지분을 매각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투자금 60% 회수?
실제 손실은 3500억원 육박


우리은행 측은 화푸빌딩건물 지분 매입 관련 건물 융자금 3800억 원에, 빌딩 임대료 1000억 원 이상, 파생거래손실 370억원에 김씨 부부에 우리은행 북경분행에서 신용대출해 못 받고 있는 420억 원까지 모두 55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여기에 김앤장 법무법인 초기 선임 비용이 200억 원, ‘성공보수 5%’로 계약을 맺은 것을 감안해 우리은행 측의 주장대로 2500억 원이 회수됐다면 300억 원 넘게 변호 비용이 들어갔다. 화푸 지분 매입 및 매각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전체 손실은 6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07년 화푸빌딩 가치가 7000억 원대로 추정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의 가치는 1조5천억 원대로 업계에서는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화푸 빌딩의 가치가 높아졌고 실소유주는 김씨로 돼 있는 데 화푸 지분을 매각하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고위 인사는 한 명도 없고 실무자만 구속해 여당과 업계관계자는 향후 검찰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정치권과 금융권에 적잖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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