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의원총회 ‘주목’… 親朴 의석수 앞서지만 ‘글쎄’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내치려는 지도부와 버티려는 친박 간의 대립이 사생결단식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의원총회 결과’와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서청원 의원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녹취록의 존재 유무가 이번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나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게 자명하다. 결과에 따라선 본 궤도에 올라섰던 보수통합에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서·최(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 3인 제명 후 보수 통합’이라는 홍 대표 식 보수우파 재건 계획의 성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朴의 역설’… 죽은 박근혜가 산 홍준표를 잡는다
- ‘성완종 녹취록’ 존재 유무, 친박 청산·보수통합 최대 변수로

자유한국당이 친박 청산 작업을 추진하면서 지도부와 친박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적을 정리하겠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결기에 맞서 친박계가 결사항전에 나선 양상이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친박계지만 이미 친박 청산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홍 대표 체제를 뿌리째 흔들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친박계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을 결정짓는 의원총회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의총은 원내대표가 소집하거나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열 수 있기 때문에 의총 개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최 두 의원의 제명 의결은 얘기가 다르다. 친박계의 결사항전 배경에도 한국당 재적의원 107명 중 3분의 2, 즉 72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親朴 잡으려다
코너에 몰린 洪

친박계 한 관계자는 “친박이 다수인 당 구조상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만 해도 56명이지 않았나”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친박계 인사들이 원내 의석 분포도에서 아직까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세 싸움으로 갈 경우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친박계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데는 자유한국당 ‘투 톱’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친박 청산에 사활을 건 홍준표 대표와 달리 정우택 원내대표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현직이자 선배·동료 의원인 사람을 당에서 제명해 출당시키는 것을 많은 의원이 내켜하지 않고 있다”며 “탄핵을 반대한 사람이 탄핵을 찬성했던 사람들 (바른정당 의원) 때문에 축출되는 게 과연 올바른가 이야기하는 의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치권은 정 원내대표가 두 의원의 제명을 의결하는 의원총회 소집에도 적극 나서지 않으리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 지원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는 빚이 있기에 의총 소집을 최대한 임기 후로 미루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親朴, ‘달콤한 유혹’에
의리 지킬 수 있을까?

하지만 친박계의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당 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의총에서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의 제명안이 의결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의총 투표는 무기명으로 치러진다. 친박계 의원들이 끝까지 의리를 지킬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서청원·최경환 두 사람만 총대를 메고 나가면 친박계를 다 살려주겠다는 것인데, 이런 달콤한 유혹을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다음 총선도 생각해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선 공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홍 대표 측 핵심 인사 역시 23일 “서·최 제명을 위한 의총은 홍 대표에게 꽃놀이패”라며 “제명이 가결되면 홍 대표의 당 장악력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고, 부결되더라도 정치적 후폭풍은 친박들을 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바른정당 통합파의 조기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친박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당초  바른정당 내 통합파들은 한국당의 내홍과 당내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는 등 잇단 돌발 변수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한국당에서 친박계에 대한 출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출당을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던 당내 통합파 의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잔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바른정당 통합파는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히려 탈당 시기를 앞당기는 선택을 한 모양새다. 이들은 ‘당 대 당 통합’은 물 건너갔다고 보고 부분통합이라도 강행해야 한다며 사실상 탈당 결행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제명 수순 돌입 이후 내홍에 직면한 가운데,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조기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 통합파들 사이에서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이들이 국정감사 기간인 31일까지는 탈당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탈당 시점은 11월 초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바른정당 내 탈당 규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파 핵심인사들은 선제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후속 탈당이 이어져 상당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박 청산 드라이브에
‘성완종 녹취록’ 되치기

다만 최근 서청원 의원이 작심하고 터뜨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 관련 폭로 녹취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홍 대표의 성완종 리스트 구명 청탁 사실을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사람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면서 “고 성원종 의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제가 진실을 증거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명 청탁 의혹이 폭로되자 같은 날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수사 당시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윤 모 씨는 서청원 대표 사람 아니냐”면서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해명했다.

홍 대표는 “그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를 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 증언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 번 받아보자”고 맞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 ‘성완종 리스트’가 다시 도마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홍 대표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설상가상으로 서 의원이 언급한 증거 즉 녹취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홍 대표는 정치적 치명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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