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거지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마지막 저항할 듯
서방 언론인 참수, 소수민족 학살 등 잔학 행위 일삼아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군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칭 ‘칼리프국가’의 수도라고 주장하며 오래 점령해 온 시리아 북동부 락까 주(州)의 주도(州都) 락까 시를 IS에게서 마침내 탈환했다.

이로써 극악무도한 잔학 행위를 일삼으며 세계인의 공적(公敵)으로 규탄받아온 IS가 힘을 잃었다. 넉 달에 걸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압박해 온 쿠르드족-아랍족 연합의 ‘시리아 민주군(SDP)’은 락까를 점령함으로써 IS가 꿈꾸었던 칼리프 국가를 관 속에 집어넣고 그 뚜껑에 못질을 한 셈이 됐다.

최근 역사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최악의 학살을 저지른 IS는 이제 사실상 붕괴됐다.
점령 지역의 주민들에게 3년 넘게 잔혹한 짓을 일삼았던 IS는 이제 본거지를 잃고 이라크와 시리아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소규모 단위로 남아 사방으로 포위당한 채 마지막 저항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IS가 완전히 소멸됐다거나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에서 유혈 사태가 신속하게 종식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IS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간 어떤 만행을 저질러 왔나.

IS는 이라크 내의 알카에다 잔당으로부터 생겨났다. 알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국제 테러단체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납치한 민간 항공기 두 대를 충돌시켜 엄청난 참사를 저질렀다.

알카에다의 두목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의 북동쪽 50km 지점에 위치한 아보타바드 호화 주택가에 위치한 안전가옥에 숨어 있다가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알카에다에 뿌리를 두고 출현한 IS는 2014년 초 중동 각지로 뻗어나가기 시작해 이라크 도시 팔루자를 유린하고 인근 도시 라마디의 일부를 점령했다. 시리아에서 IS는 경쟁자인 시리아 반군 세력을 제압하고 락까를 차지했다. 2014년 6월 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그곳에서 IS 두목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제멋대로 ‘칼리프국가’를 선언했다. IS는 등장하면서 정의, 평등, 이슬람 지상낙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여러 해에 걸쳐 IS는 그들의 통제 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테러를 가하고, 이라크에서 소수파인 야지디 공동체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하며, 소녀들을 포함한 여자들을 납치해 성노예로 부리고, 서방 언론인들과 원조기관 요원들을 참수하며, 중동지역의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을 파괴하는 등 악마와 같은 만행을 저질러 왔다.

IS는 또 외국인 전사(戰士)들을 끌어들였는데, 이들 대부분은 주변적인 삶을 살아온 유럽 청년들과 IS의 명분에 동조한 다른 지역의 철부지 외국인들이었다. IS가 여느 테러 단체와 달리 일정한 영토를 확보하자 놀란 세계는 이내 국제적인 IS 퇴치 연합을 형성했다.

미국은 2014년 8월 이라크 내 IS를 겨냥해 공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이를 시리아로 확대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이라크 정부군과 제휴했는데, 이라크 정부군은 이라크 내 소수파 이슬람인 시아파가 주도하는 민병대, 그리고 이라크 내에서 어느 정도 자치를 인정받는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페시메르가 민병대와 협력했다.

시리아에서 미국은 현지의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민병대, 즉 SDP와 제휴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수 만 회에 달하는 공습의 지원을 받아 이들 반(反)IS 세력은 여러 해에 걸쳐 IS 거점들을 하나씩 공략해 왔다. 그 중 가장 큰 전투는 IS의 행정수도로 오래 간주돼 온 모술이 지난 7월 해방될 때 벌어졌다. 현재 시리아에서 IS는 SDF에 의해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도 별도 작전을 통해 동시에 IS를 공격하고 있다. 한 고위 SDF 지휘관은 지난 10월 17일 그의 부대가 지뢰 제거와 잠복세력 색출을 마치면 정식으로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서방 언론에 밝혔다. 북부 이라크에서, IS 잔당은 지난 10월 초 그들의 거점이었던 하위자가 함락된 후 이제 더 이상 어떤 거점 도시나 마을도 갖고 있지 않다. 이제 이라크 군대는 시리아 국경까지 뻗은 광활한 안바르 사막을 마지막 거점으로 삼아 반항하는 IS를 소탕할 차비를 차리고 있다. 시리아에서, IS는 이라크 국경 근처의 보카말 읍(邑)을 여전히 움켜쥐고 있으며 동부에서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IS를 파괴하기까지 시리아와 이라크 양국이 치른 대가는 엄청나다. IS의 잔인한 지배 하에서 사람들이 겪은 고통도 극심했다. 전투와 공습으로 한때 번성했던 도시들은 가루가 됐다. 라마디, 모술, 락까는 폐허가 됐다. 지난 10월 초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2014년 이래 IS가 점유해 온 토지 가운데 83% 이상을 현지 주민들에게 돌려주었으며, 600만 명이 넘는 시리아인과 이라크인을 해방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발표했다. 연합군의 폭격으로 최소한 73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아홉 달에 걸친 모술 해방 작전에서 이라크 군 최대 1500명이 전사했다, 연합군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시리아의 락까와 데이르 엘주르 전투에서 최소 1100명의 SDF 전사들이 사망했다.

IS가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한 이래 3년 동안 IS는 수천 명을 살해하고 수백 만 명을 살던 곳에서 내쫓았으며, 어린이들에게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하려 광분했다. IS의 발호와 그에 이은 전쟁, 그리고 IS를 패퇴시키기 위한 동맹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정치적·분파적 복잡성을 심화시켰다. 두 나라 모두에서 IS 격퇴에 공이 적지 않았던 쿠르드족이 두 나라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으며, 자국 영토 내에 쿠르드족을 품고 있는 이란과 터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IS를 상대로 싸운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2014년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손에 넣었다.

최근 이라크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자체 주민투표를 통해 쿠르드족 독립국가 수립을 꾀하자 이를 억누르기 위해 키르쿠크에 군대를 보내 유전지대와 여타 기반시설들을 접수했다. IS 소탕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공적을 내세운 이라크 내 쿠르드 족과 이라크 중앙정부 사이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는 묘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연합군에 남은 과제는 IS 잔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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