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중독자> 저자 다니엘 S. 밀로 / 역자 양영란 / 출판사 추수밭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과거의 기록물인 역사는 인류가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냐에 따라 비약의 정도가 달라진다. 긍정적인 미래를 기약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 유일하게 존재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꺼이 양보하기도 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의 유희를 포기하기도 하고 모험을 감수하며 오늘까지 일궈낸 모든 것을 단념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래를 ‘내일의 상상'이라고 말하며 내일을 제대로 발명하는 사피엔스가 진정한 인간 역사를 움직인 종이라고 독자에게 전하는 신간 <미래 중독자>가 출간됐다. 

철학자이자 역사가이면서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도였던 저자 다니엘 S. 밀로는 지구 역사속 생물체가 보여준 삶에 대한 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지적 모험심을 가지고 ‘미래중독자’를 집필했다. 

저자는 인간이 여느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을 찾았다. 책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느 날 문득 ‘내일’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고 전한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오늘만 사는 동물’의 낙원에서 추방당했으며, 돌연 아프리카를 떠나게 되기도 했다고 짚어준다. 동물은 같은 종의 죽음을 인식하는 감정과 이성을 지니고 있는데 종의 사체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묻고, 또 그렇게 보이지 않게 된 모습을 기억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책에서 지나침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여주기도 한다. 첫 번째는 현재를 의미하는 ‘거품’이다. 여기서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이성을 지나침, 과도함으로 정의한다. 두 번째는 과거를 의미하는 ‘뿌리’다. 여기서 우리는 오히려 뇌의 지나친 성장 때문에 극도로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된 우리 조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래를 의미하는 ‘전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역량은 현대인이 가진 결정적인 장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내일을 발명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연속적으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자가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인류는 내일이라는 상상을 발명한 이후 삶에서 항상 불확실한 미래를 염두에 두느라 만성적인 불안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와 계획이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상상된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과 잉여가 탄생했고, 이윽고 호모 사피엔스는 ‘과잉’의 소용돌이라는 현세의 지옥에 빠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저자 다니엘 S. 밀로가 주장하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인간다움이란 오직 내일이라는 상상과, 그 상상에서 비롯된 과잉이라는 현상뿐이다. 모든 것이 과잉으로 치닫는 현대사회의 모습은 이미 수만 년 전부터 예정되었던 셈이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로는 ‘시간을 배반하다Trahir le temps’, ‘역사 총서Histoire’와 ‘또다른 역사Alter histoire’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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