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 관계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주요 의제는 ‘북한’과 ‘무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북 해결사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통상 분야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유의미한 성과를 향해 각오를 다지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한·중 합의문’과 ‘전시작전권(전작권) 조기 환수’ 논란은 다수의 외교 전문가들로 하여금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미국과의 잦은 ‘불협화음’으로 ‘코리아 패싱’ 논란을 자초했던 문재인 정부다. 이번 한·미 정상이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한·중 사드 합의 , 전작권 조기 환수 文 회담 주도 난망
- 심상치 않은 美, FTA 개정 강행 전망 “빠르게 밀어붙일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의제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극대화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로 좁혀졌다.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가진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압박과 한·미 FTA 개정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정마다 ‘북한’,
대북 압박 방점 찍어야...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각 정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 등 최고의 압박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관측한다.
 
이는 순방 일정에서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앞서 하와이에서 미 태평양 사령부를 찾아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다. 태평양사령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관할한다. 이는 곧 군사행동의 시작점을 뜻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자체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권(전작권) 조기 환수와 관련,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 합의에 실패한 점은 이번에도 한·미가 대북 압박에 ‘불협화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래연합군사령부는 전작권을 환수했을 때 현 한미연합사를 대신하게 되는 조직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에 양국 승인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세부사항에서 양국 간 이견이 생겨 결국 내년에 재차 논의키로 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전작권 조기 환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리란 예측도 나왔지만 정작 협의 단계부터 이견이 불거지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북핵 위기가 극에 달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하필 한·미 간 이견 조율이 필요한 전작권 조기 환수 카드를 꺼냈어야만 했냐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양국 간 군사·안보 분야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전작권 조기 환수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만에 하나 미국이 전향적으로 선회해 전작권 조기 환수를 수용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됐을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문 정부의 이 같은 전작권 조기 환수 강행에 야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전작권 전환 논의는 우리의 준비 태세에 달려 있다”며 “‘시기’보다 ‘조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이 말은 전시작전권 전환이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이 북의 위협을 억지·격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는 전술핵을 포함한 대북한 억제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정치적 구호에 매몰된 나머지 성급하게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요원해지는 대선 공약
‘독’된 전작권 조기 환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 이행에 압박을 느낀 나머지 전작권 조기 환수를 서둘렀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전작권 조기 환수는 탈(脫) 원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신고리 원전 공사가 재개됨에 따라 탈(脫) 원전 정책에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공약 이행에 압박감을 느낀 문 정부가 공약 이행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전작권 환수를 서둘렀으나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10월 31일에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은 한·미 관계에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 내용은 “한국 측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한 중국 정부 입장과 우려를 천명한다”고 적시했다. 세 항목 모두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극명히 갈린다. 미국은 동북아 MD 강화와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전화 회담에서 “우리가 100%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미·일 동맹의 강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는 중국의 북핵 제재 동참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코리아 패싱’을 넘어 다시 미·중 사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일 이 같은 ‘3불 약속’에 대해 “이러한 합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3국의 강력한 단합을 통해 가하려는 대북 압박뿐 아니라 대북 압박에 더 적극 나서라고 중국을 압박하는 노력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염려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이날 전화 기자설명회에서 “한국 측 약속 중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관련 기대와 상충될 수 있다”면서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등을 만나 외교안보 상황과 관련 “어제 한중 관계 회복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제 시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지나면 큰 흐름이 일단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작으로 생각한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외교는 그때그때 다 보여드릴 수 없는 속성이 있다”며 “언제든지 물밑 노력을 다 하고 있으니 시간을 좀 주시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美, ‘실리’ 추구에 방점
FTA·방위비 분담 압박
 

그러나 문 정부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한·미 간 ‘안보 엇박자’가 자칫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초부터 경제 분야는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됐다. 사업가 출신이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통상 분야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고자 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측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방한의 핵심 의제는 경제 분야”라며 “양국은 한미 FTA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협력을 포함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평평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측이 유화적인 표현을 썼지만 FTA를 둘러싼 신경전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양국이 지난달 만나 약속한 통상장관회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이번 방한에서 ‘실리’ 추구에 방점을 두었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DMZ가 아닌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는 것만 비추어 봐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로 백악관 측은 캠프 험프리스 방문 배경에 대해 “이곳은 한국 정부에 의한 부담 공유의 훌륭한 사례”라고 밝혔다. FTA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 압박도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일정
7일
▲ 일본 출발-한국 도착
▲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방문
▲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 문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
8일
▲ 주한미대사 가족·직원 환담
▲ 국회 연설
▲ 국립묘지 참배
▲ 서울 출발-베이징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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