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vs 홍준표·김무성 vs 유승민... 보수 야권 ‘춘추전국시대’ 개막?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보수 통합의 첫 단추가 꿰매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직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지었다. 당초 반발이 예상됐던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마지못해’ 수용했다. 홍 대표가 당내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미루면서 친박계와의 ‘정치적 타협’을 도모한 것이 주효했다. 이로서 바른정당 통합파의 ‘거사’에도 어느 정도 명분이 갖춰지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까지 ‘보수대통합’을 논하기에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한국당 vs 바른정당’ 양자 경쟁 구도가 오히려 ‘한국당 내 친박계’와 ‘바른정당 복당파가 합류한 비박계’ 그리고 ‘바른정당 자강파’의 3각 구도로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야권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관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朴 출당’·‘서·최 징계안 계류’... 한국당의 최종 타협안
- 親朴, 통합파 견제 돌입 “직책 배제, 공직선거에서 제외해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가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안을 놓고 회의를 벌였지만, “홍준표 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한다”는 결론만 내고 싱겁게 끝났다. 이후 홍 대표는 자신의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지었다. 결국 보수 재통합을 위해 친박 청산에 나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의 최종 타협안은 ‘박 전 대통령 출당, 서청원·최경환 의원 징계안 계류’였다.
 
잡음 없이 끝난 ‘朴 출당’
洪·親朴은 휴전 중?

 
당초 친박계의 집단 반발이 예상됐던 최고위가 싱겁게 끝난 데는 홍 대표의 식사정치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하루 전 날인 지난 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3선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대해선 “원칙대로 하겠다. 내일 끝난다”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조치에 대해선 “그것은 원내대표의 소관이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하면 펜딩(pending·계류)되는 것”이라고 결정권을 정 원내대표에게 미뤘다.
 
홍 대표는 서·최 의원의 출당을 두고 정면대결을 회피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리위 결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펜딩되는 것 이다. 펜딩이 되면 상황을 (지켜) 보자는 말”이라며 애써 부인했지만 홍 대표가 친박계를 비롯해 서·최 의원과의 정치적 타협을 도모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홍 대표로선 이미 바른정당 통합파가 서·최 두 의원의 출당 여부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시점에 미리 계파 갈등의 뇌관을 건드릴 이유는 없다. 여기에 의총이 열린다고 해도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홍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성완종 재판 관련 녹취록 파문과 관련 당내에서 홍 대표와 서청원·최경환 의원 양자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도 홍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홍 대표가 서·최 의원과의 ‘휴전(休戰)’을 도모해 당내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것으로 큰 잡음 없이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바른정당 통합파를 향하게 됐다. 보수 야권 재편의 시작은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그간 논의를 통해 서·최 의원의 출당 여부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말하면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을 최소한의 명분으로 삼아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규모’다. 한국당으로 회군하더라도 자칫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이들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데려가는 게 지분 행사에 유리하다. 15명 이상 데려가 자유한국당에 원내 1당 지위를 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비박 세(勢) 확장...
격랑 이는 한국당

 
물론 이를 모를 리 없는 친박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홍 대표와 손잡은 바른정당 통합파의 복당은 비박계의 세(勢) 확장을 의미하기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친박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이재만 최고위원은 지난 2일 김무성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경우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김 의원 등이 당을 분열시키고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김무성 지도부에게 공천을 받지 못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술 더떠 친박계 일각에서는 바른정당 통합파가 복귀하더라도 당협위원장 등 직책을 맡지 못하게 해 공직선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보수 야권의 경쟁 구도는 ‘한국당 vs 바른정당’의 양자 구도에서 ‘친박계 VS 비박계 VS 바른정당 잔류파’의 3각 구도로 오히려 통합보다 경쟁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비록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되기는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 장기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제1야당으로서 여당과 정부를 압도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의석수라는 근거에서다. 여기에 최근 우클릭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보수 통합이라는 간판을 얻은 한국당이 ‘반(反) 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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