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남양유업’ 사태? 유업업체들의 이면성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대리점 문제는 남의 일 대리점 수익은 본사 차지

건국유업→대리점→소비자 악순환의 고리 이어져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건국유업(건국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 조사결과 건국유업 측이 본사 측의 수요예측 오차로 인해 발생한 잘 팔리지 않은 제품, 생상 중단을 앞둔 제품 등의 피해를 대리점에 떠넘기는 등 이른바 ‘대리점 밀어내기’를 약 7년여간 해 왔다. 무엇보다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로 불매운동까지 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건국유업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입장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1184호 [돈벌이에만 급급한 건국우유의 민낯 “어이없다”]를 통해 건국유업의 배달 해지 위약금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공정위 제제를 통해 본사가 ‘대리점 밀어내기’로 대리점의 수익구조는 악화됐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시 건국유업 측은 대리점과 소비자 간의 문제라며 본사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펼친 바 있는데, 대리점 문제는 대리점 책임으로 회피하고 정작 대리점에게는 ‘갑질’을 행한 것으로 알려져 건국유업을 향한 비난은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유업)으로 유제품 사업을 하는 건국대학교는 2008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72개 가정배달 대리점을 상대로 주문이 없는 상태에서 신제품과 리뉴얼제품, 판매부진 제품, 생산중단 예정제품 등을 구입하도록 강요했다. 건국유업이 이른바 ‘대리점 밀어내기’를 해온 사실이 적발된 것.

건국유업 측의 ‘대리점 밀어내기’ 행위를 살펴보면 대리점이 원치 않은 주문을 주문시스템에서 수정해 일방적으로 출고 수량을 늘렸고 이를 포함한 대금을 대리점에 청구하며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건국유업 대리점은 이를 알고도 ‘공급 받은 제품 반환 불가’라는 계약서상의 내용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초과 수량 제품 대금을 본사에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건국유업 측의 밀어내기에 포함된 제품은 판매량 예측이 어려운 신제품 하이요, 유기농우유 등과 판매부진 제품인 천년동안, 헬스저지방우유, 생산 중단을 앞둔 제품 연우유, 연요구르트 등 13개 품목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한 강력 제재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제23조가 규정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인 구입강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한 데 이어 검찰에 고발했다. 5억 원은 정액과징금 최고액이다.

아울러 향후 법위반 예방을 위해 구입강제행위(밀어내기) 금지명령, 최초 주문기록과 변경 기록 및 사유, 최종 주문량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최종주문시스템 수정명령, 대리점에 대한 시정명령 사실 서면 통지명령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실마리 풀린 '불법 계약’ 원인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1184호 [돈벌이에만 급급한 건국우유의 민낯 “어이없다”]를 통해 건국유업의 배달 해지 위약금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계약서 위조’, ‘계약불이행’, ‘원치 않는 계약’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리점이 소비자들이 원치 않은 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하거나 수정해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통해 해당 문제의 실마리가 풀렸다. 건국유업 측이 대리점 밀어내기를 행해 대리점의 수익구조는 악화됐고 수익 악화로 인해 대리점은 소비자를 통해 피해를 메우기 위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문제는 건국유업이 대리점과 고객 간의 문제일 뿐 본사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는 자세를 취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건국유업 측은 피해자들의 호소에 대리점과 소비자의 문제일 뿐 본사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건국유업이 대리점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회피했지만 실상은 원인 제공을 했고, 이번 ‘대리점 밀어주기’를 통해 정작 대리점에는 ‘갑질’을 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촉발시킨 건국유업을 향한 비판의 불꽃은 계속 튈 전망이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 불가피
 
일각에서는 2013년 발생했던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와 건국유업이 유사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제2의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남양유업 사태란 남양유업의 대리점주가 자신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남양유업 영업 직원과의 대화 녹취록 파일을 공개되며 시작됐다. 녹취록의 주 내용은 남양유업의 영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강압적으로 제품을 받으라고 한 내용과 욕설과 폭언 등이었다. 이에 남양유업을 향한 여론 악화는 빠르게 확산됐고 남양유업의 매출 급감, 주가 폭락 등의 후폭풍로 이어졌다. 특히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이 심각했다.

이번 건국유업의 공정위 제재 역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져 피해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유업 관계자는 “지난주 생각지 않았던 시점에서 기사화되고 결과도 나오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해서 나온 것이라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검찰 고발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서는 말씀드리기가 힘들다.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으로서 방향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조금 더 상황을 추스르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방향이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가맹점주들의 본사 측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지 소통을 해 왔다. 특별한 내용이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납품하는 게 충실해야하는 부분이 제일 커 그부분들 위주로 고민하고 이 일이 있으면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계속 돼 왔고 앞으로 계속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