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1개월여 만에 승소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할 수 없다”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난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여성 진출 확대 기조에 따라 다수의 여성 검사가 주요 보직에 발탁된 가운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로 승진한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 검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 검사는 그동안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나 관행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검찰 내 대표 반골’로 분류됐고, 경력상 순서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2~3차례 정기인사 부부장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일요서울은 검찰 조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임 검사를 조명했다.

‘도가니 검사’로 불리는 임은정 검사(43·사법연수원 30기)가 대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특별3부는 지난달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4년 12월 1일 대법원에 상고된 지 2년 11개월여 만이다.

앞서 임 검사는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선고해 달라”는 이른바 ‘백지구형’을 할 것을 방침으로 정한 상태였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이에 공판2부장은 이 사건을 다른 검사가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임 검사는 당일 법정으로 통하는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고 적힌 쪽지를 붙이고 문을 잠그는 행동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그 무렵 검찰 내부 게시판에 “재심사건 무죄 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한다"며 무죄 구형을 하게 된 경위와 관련 의견을 담은 ‘징계청원’ 글을 올리고, 이후 반일연가를 내고 퇴근했다. 이에 법무부는 2013년 2월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임 검사는 3개월 뒤인 5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이어 대법원도 임 검사 손 들어줘

1심과 2심은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은 임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지 않고 무죄 구형을 한 것을 징계사유로 인정했지만 징계 정도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직무이전명령이 이뤄져 위법하므로 백지구형을 적법한 지시라고 할 수 없어 무죄 구형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특별3부는 무죄 구형을 주장하는 임 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한 직무이전 명령은 권한 없는 이에 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의 장의 구체적·개별적 위임이나 검사 직무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검찰청 예규 ‘사건배당지침’의 사건 재배당이나 서울중앙지검의 ‘위임전결규정’이 정한 직무분담은 그 근거가 될 수 없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의 개별 위임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공판2부장이 한 것으로 위법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백지구형이 적법한 지시가 아니므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어 본 원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 검사의 진술서 등에는 재심사건 공판에 관여하거나 직무를 이전받은 검사의 법정 출입을 막은 행위를 중심으로 소명돼 있고 백지구형 지시를 어기고 무죄 구형을 한 경위는 부수적으로 기재돼 있다”며 “1심 선고 전까지 징계 처분의 청문 절차나 소송 과정에서 백지구형 지시 자체의 적법성에 관해 다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임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을 일으키거나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근무시간 위반만으로 정직을 징계한 것은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직을 향한 ‘직언’ 계속

임 검사장의 검찰 조직을 향한 ‘직언’은 계속되고 있다. 임 검사가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로 승진 부임한 첫날부터 특정 검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며 해당 사연을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임 검사는 지난 8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치외법권인 듯, 무법지대인 듯 브레이크 없는 상급자들의 지휘권 남용, 일탈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체 하실 듯해 부득이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 풀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로이 꾸려진 대검 가찰 등 감찰 인력들에 주의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북부지검 부임 첫날 내부게시판에 글 하나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장 검사로 서울북부지검에 부임한 첫날 내부망에 폭로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한 것.

앞서 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새로운 시작-감찰의, 검찰의 바로섬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글에서 “경찰을 상대로 수사 지휘를 하는 당번 근무일에 ‘K씨의 음주·무면허 운전 지휘 건의가 들어오면 보고해 달라’는 모 검사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구속은커녕 벌금만 낸 게 너무 의아한 사람이었다. 음주 삼진아웃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지금껏 벌금만 낸 이유가 검사장이 보고 지시를 한 배경과 같겠구나 짐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임 검사는 경찰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수사 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임 검사는 “얼마나 귀한 경찰력을 쓸데없이 낭비케 한 것인가 싶어 그 일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검사는 최근 문제가 된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과 유사한 일도 종종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전관 변호사가 선임되자 영장을 몰래 빼와 불구속 기소하거나 공소장이 접수된 당일 공소장을 회수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례 등을 적시했다.

검찰 내 폭언 행태 고발해 주목

임 검사의 SNS를 통한 검찰 내부 폭로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특히 그가 주목받았던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는 부장검사가 있었다”는 내용의 검찰 내 폭언 고발은 주목을 이끈 바 있다. 임 검사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후배 검사 부친이 “아들이 폭언에 시달렸다”며 부장검사를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페이스북에 과거 자신이 당했던 폭언 사례를 공개했다.

임 검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남부지검에서 연판장을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 평검사회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말들이 떠돌아 사그라졌다”며 “말리지 못한 죄로 동료들 역시 죄인이라 누구 탓을 할 염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저 역시도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며 “스폰서를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절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 10여년 전 맘고생을 많이 했다”고 적었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장을 만나 사표 내지 않으면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하여 사표를 받기도 했고, 검사와 스폰서,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하는 간부를 만나고는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못 받겠으니 부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사 적격 기간을 단축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정부에서 재추진하는 중인데 인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롤모델로 꼽혀

임 검사는 2007년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 검사를 맡으며 유명세를 탔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더 킹’의 주체적이고 능력 있는 검사 ‘안희연’ 역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영화 상영 당시 임 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안희연 검사가 최초의 여성 감찰부장이 됐다는 주인공 멘트에 위로를 받았다”며 “대법원 판결로 징계 취소가 확정되어 결격사유가 없어지면 감찰을 지망해보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조작’에서 검사 권소라 역을 맡은 배우 엄지원은 자신의 롤모델이 임은정 검사라고 밝혔다. 배우 엄지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검사는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권소라를 연기하며 임은정 검사님이 떠올랐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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