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이 살아야 모기업이 산다? 기업 총수와 야구단 인연도 화제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11번째 우승을 거머쥔 기아부터 안타깝게 우승을 놓친 두산 그리고 나머지 롯데, NC, SK, LG, 한화, 삼성, KT 까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타이어 대표기업 넥센타이어도 스폰서 형태지만 이들과 함께 프로야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프로야구 전 구단이 대기업의 영향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상관관계는 어떤 형태일까. 모기업 매출이 좋으면 구단 성적이 잘 나오고, 구단이 잘나가면 모기업 매출도 오르는 것일까. 올해 프로야구 순위표와 모기업 성적표를 비교해보자. (스폰서인 넥센과 모기업이 없는 구단 넥센히어로즈는 제외)

기아자동차-KIA타이거즈

기아자동차의 경우 구단이 형편이 힘든 모기업을 먹여 살리는 모습이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내내 통상임금으로 인한 실적 부진, 중국 판매 부진 등 다소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실정이다.

특히 10월 판매대수는 23만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가 하락했다. 그런 중에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가져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또 이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KBO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서 정규 시즌·올스타전·한국시리즈 MVP에 자사 차량을 시상하는 등 홍보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선착순 1만1000명에게 최대 12% 할인을 제공하는 발 빠른 프로모션으로 실적부진을 만회한다는 노림수다.

두산그룹-두산베어스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야구사랑은 이미 재계에서 유명하다. 두산베어스 구단주도 역임했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총수에 오른 뒤에도 구단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우승, 올해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야구광이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베어스가 우승하자 “앞으로 구단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줄 것”이라고 밝힌 일화도 유명하다.

그런 만큼 두산그룹과 두산베어스는 상부상조를 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두산은 매출액 4조5884억 원, 영업이익 389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액 7.9%, 영업이익 27%가 증가했다.

롯데그룹-롯데자이언츠

올해 롯데 자이언츠는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그룹 총수 일가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신격호 총괄회장부터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까지 모두 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돼 각각 10년, 5년형의 구형이 내려지는 등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재미있는 점은 구단과 모기업의 모습처럼 롯데그룹과 롯데자이언츠는 무엇인가 애매한 관계라는 것이다. 팬들은 ‘롯데’보다 ‘부산’이기를 자처하고, 부산 자이언츠 협동조합 설립 추진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시민구단까지 추진한 바 있다.

경제적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롯데자이언츠는 95억 원의 계열사 지원금(자료. CEO스코어)을 받았다. 다만 계열사 광고 및 지원금 내역이 공개된 8개 프로야구구단이 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총 1752억 원, 8개 구단 가운데 롯데그룹이 가장 적은 지원금을 줬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긴 하지만, 거듭되는 그룹의 악재에 각자도생하는 꼴로도 보인다.

NC소프트-NC다이노스 

NC소프트와 NC다이노스는 모기업이 지원하고, 구단이 성적을 내는 식으로 서로 돕는 관계의 전형이다. NC소프트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쓸 땐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박석민을 4년 96억 원에 영입하는 등 FA 투자와 외인 투자, 승리 보너스와 같은 지출에 아낌없다.

지원은 기업의 매출이 뒷받침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NC소프트 매출액은 6988억 원, 영업이익은 3290억 원으로 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1.2%, 405.3% 급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NC도 1군 진입 이후 매년 성적이 좋아지고 있으며, 올해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게임사업 특성상 고령층이 잘 알지 못했던 NC소프트라는 기업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SK(와이번스), LG(트윈스), KT(위즈)

일명 이동통신3사 라이벌은 야구장에서도, 장외에서도 맞대결을 펼친다. 실제 이들은 올해 프로야구 개막 때부터 야구장을 5G(5세대 이동통신) 전초기지로 삼아 치열한 장외대결을 벌였다. 성적은 흥미롭게도 재계 순위대로 나열된다. 재계 순위 2위인 SK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SK와이번스는 5위, 3위 LG그룹의 LG트윈스는 6위, 그 다음이 KT 10위 순으로 이어진다.

한화(이글스), 삼성(라이온즈)

8위 한화와 9위 삼성은 어느 구단보다 모기업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단단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표적인 야구 사랑 경제인이다. 김 회장은 회사의 상황이나 야구 외적인 비난 여론과 상관없이 구단 운영만으로 의리남에 등극했다.

김 회장은 한화이글스 팬들의 요구에 항상 화답해 야구에서만큼은 의리 있는 구단주, 쓸 때는 쓰는 화통한 구단주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경기를 보기 위해 종종 야구장을 찾았으나 어느 때 이후 야구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전하면 삼성라이온즈가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의 ‘재용불패’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현재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어 야구장에서 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삼성라이온즈 성적도 곤두박질쳤고 9위에 머물렀다.

한편, 경제적인 득실만 따지자면 기업이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프로야구 성적과도 직결된다. 

반대로 모기업 총수가 야구장에 얼굴을 자주 비치기만 해도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정도로 부수효과는 엄청나다. 또 올해 프로야구 관중수가 800만 명에 이렀을 만큼 기업의 홍보도 확실하다. 이들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는 재계와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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