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 한터여종사자연맹(성매매 관련 종사자들의 모임) 여성 1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성매매특별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4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또는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젠더폭력 근절’ 공약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 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 성 산업 및 성 착취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성매매특별법이 기존에 약속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세희 한터여종사자 공동대표 “질병관리본부가 건강검진과 피임기구 등 질병관리 홍보물을 지원해왔지만 올해 초부터 전면 취소됐다”며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 종사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처벌에만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을 폐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데다, 성 판매자가 성구매자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 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다. 당시 헌재는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며 국민 생활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등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허물어뜨린다”며 “성매매를 처벌하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성매매 피해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에이즈 여중생’ 사건은 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이었던 A양은 휴대전화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30~40대 남성 10여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용인지역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A양은 지난해 연말부터 산부인과에서 비뇨기과 치료를 받았고, 올 5월 혈액검사를 통해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이 성 매수자를 추적했지만 실패한 상태다.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거나 피해자를 비범죄할 경우, 이를 악용한 범죄가 만연할 것이란 지적은 이 때문이다. A양의 성매매 역시 20대 남성 B씨의 알선으로 이뤄졌는데,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대담한 범죄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또 성매매에 대한 올바르지 않은 인식이 저연령층에 퍼질 소지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성매매특별법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 법으로 인해 성매매가 더욱 음지화, 퇴폐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왁싱숍’ ‘셔츠룸’ 등의 신·변종 성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흥가 일대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이 같은 성매매는 주택가 깊숙이 침투해 단속망을 따돌린다. 특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안마방, 키스방으로 대변되던 변종 성매매 업소가 더욱 퇴폐적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공동대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현재 안마시술소와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 음성적 성매매는 오히려 늘었다. 이는 법으로 성매매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이 폐지돼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여성들이 성매매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 해야 또 다른 형태의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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