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정현호’앞세운 밑그림 삼성의 新 컨트롤타워 ‘부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옥중’에서 첫 사장단 교체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지난달 권오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번에 단행된 인사폭이 커 주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각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했기 때문이다. 오너가 부재 중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이 부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친정 체제 구축이라는 주장이 함께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컨트롤타워 대체할 이사회 차기 의장으로 이상훈 낙점…절묘한 한 수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인 미전실 인사실장 출신 정현호, 화려한 귀환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와 관련 가장 눈에 띄는게 사퇴를 선언했던 권오현 부회장의 회장 승진 등 물러나가겠다고 한 인물들의 승진이다.

삼성전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권 부회장의 승진 등에 대해 “회사 발전에 기여한 노고를 위로하고 경영 자문과 후진 양성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 정현호, 오른쪽 이상훈> 뉴시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지만 이건희 회장의 투병과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종의 고문단 역할을 맡긴 것으로 재계는 풀이한다.

권오현 회장 내정자는 기술을, 신종균 부회장 내정자는 인재 담당을 맡게 됐고 윤부근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외부 소통 창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군 보강한 삼성전자 인사

예상했던 대로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미니 컨트롤타워도 생겨난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신설됐다. 다만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기존 삼성그룹 전체의 큰 계획을 짜고 집행했다면 이번 사업지원TF는 전자계열사들 간의 업무조정에만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사업지원 TF를 맡는 이가 정현호 전 미전실 사장이다. 

정 사장은 국정 농단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다른 미전실 임원들과 함께 사퇴한 지 8개월 만의 복귀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 동문으로 미전실 경영지원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지내는 등 이 부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정 사장의 복귀에 대해 “해체됐던 미전실의 부활이 아니라 전자계열사 간 협의와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에만 한정된다”며 확대 해석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부문장에 김기남 사장을, CE(소비자 가전)부문장에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장, IM(ITㆍ모바일)부문장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신임 부문장들은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 시스템 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로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이다.

김현석 사장은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선도해 11년 연속 글로벌 TV 1위 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의 최고 개발 전문가다.

고동진 사장은 무선사업부 개발실 팀장과 실장을 역임하면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갤럭시 신화를 일구며 모바일 사업 일류화를 선도해온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가 조직을 쇄신해 활력을 주는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도 사퇴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번에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사외이사들에 의해 이사회 의장에 추천됐다.

이상훈 사장과 새로 부문장을 맡은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이사로 선임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행대로 3인의 CEO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부문장 교체에 이은 후속 인사에서도 이러한 세대교체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관 업무 축소, 역할론은 재주목

결국 이번 인사 조치는 ‘이상훈-정현호’로 이어지는 ‘이재용 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당초 미전실에서 문제가 됐던 홍보 및 대관 업무는 축소되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이인용 사장, 백수현 전무 및 백수하 상무 등이 안정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 사람 모두 이건희 체제 당시 중용된 언론인 출신 정통 ‘홍보맨’이라는 점에서 삼성의 체제 전환기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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