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의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수사'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검 변창훈 검사가 투신해 병원에 실려갔지만 사망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 변 검사는 인근의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4시께 사망했다.

 병원 측은  1시간 동안 변 검사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아 산소호흡기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서 변 검사의 유서 등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변 검사는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이곳에서 변호사와 상담을 하며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변 검사가 투신 직전까지 자신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와 영장실질심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의논 중이었다"며 "얘기 중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한 뒤 갑자기 투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타살 가능성은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족과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2일 변 검사를 비롯해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 등 5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국정원 현안 TF(태스크포스) 소속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 허위 증언을 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정원 현안 TF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구성됐다. 변 검사는 오후 3시부터 이들과 함께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기하던 중 강한 중압감 등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 전 부산지검장의 경우 전날 영장심문 포기서를 검찰과 법원에 각각 전달했으며, 나머지는 예정대로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30일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가 목숨을 끊은 이후 변 검사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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