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 멜라니아 여사, ‘그레잇 케미’(최상의 궁합)
- ‘곶감 말리는’ 사진연출 네티즌 ‘찬반논쟁’

 
25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청와대는 정성스럽게 영접했다. 그중에서도 김정숙 여사의 역할은 특히 돋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멜라니아 여사의 ‘광대 미소’는 단연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동유럽 출신으로 그동안의 미국 영부인들과는 매우 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외에는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이란 별칭을 듣기도 했다. 또 잘 웃지를 않아 ‘로보트’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방한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 내외의 다정한 모습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사이가 나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의 ‘그레잇 케미(최상의 궁합)’는 청와대 경내의 녹지원 산책 때 압권을 이뤘다. 어린이 환영단의 뜨거운 환호과 함께 트럼프 부부 그림을 선물 받은 멜라니아 여사는 매우 즐거워했다.
 
청와대 소정원 ‘불로문’ 앞에 서 김정숙 여사가 “늙지 않는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이 문을 꼭 지나야겠다”고 화답하는 등 소소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모습은 보는 이들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한국을 떠난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한국 방문이 매우 인상적이었음을 공식 성명을 통해 표현했고 “김여사와 새로운 우정을 계속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이전 대통령 영부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와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취임 초 집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라면 먹고 가세요”라고 말해 서민적 소탈함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여야 대표 회담 당시 손수 만든 인삼정과를 각 당 대표들에게 선물하거나 청와대 기자단에 화채를 보내는 등 ‘음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고 사람들은 여기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에도 청와대 사저에서 김 여사가 곶감을 말리는 사진이 인스타에 돌면서 영부인의 평화로운 가을맞이 풍경에 많은 네티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쓰일 식재료고 연출된 사진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씁쓸하다는 견해도 일부에 있었다.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의 활동은 ‘그림자 내조’처럼 도드라지지 않는 조용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활발할 경우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활동의 대부분은 소외계층 봉사나 어르신 공경 활동 등으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영부인의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외국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령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홍보나 스포츠 중심의 캠페인 등을 주도하면서 대표 외교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력을 높여 주기를 기대한다.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의 영부인이나 여성 총리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사용하는가가 미디어의 주된 관심사가 된 것이나, 미셸 오바마 여사가 어린이 비만 개선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추진을 위해 벌였던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은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 사례다.
 
김정숙 여사가 보여주는 활동의 ‘소재’는 매우 신선하다. 독일 방문 시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 동백나무를 묘소에 식수한 것이나 미국 방문시 미국 무가 쓰기 때문에 ‘단맛 나는’ 한국 무로 깍두기를 담가간 사례 등은 미담으로 꾸준히 회자될 수 있는 ‘스토리’와 ‘비주얼’이 충족된 소재들이다.
 
그리고 이런 소재들은 SNS미디어, 특히 인스타와 같이 ‘감각’이 요구되는 매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서 김 여사가 보여준 다채로운 활동들은 사전에 연구되고 기획된 것이며 SNS미디어에 이해가 있는 플래너들이 뒤에 포진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부인의 활동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상적 ‘공식(公式)’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김 여사의 활동은 현 정부의 분위기와 성격을 가장 밑바탕에서 형성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0월 13,14일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운영 긍정평가 이유와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이 32.7%로 1위에 오른 이면에는 김 여사의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활동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95% 신뢰구간에서 표본오차는 ±3.0%p.
 
하지만 20대 연령층에서는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젠더 관점’이 빠져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활동의 내용들이 과도하게 가부장제 하의 ‘어머니’ 역할에 치우쳐 있다 보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여성 리더인 영부인이 보여줘야 할 메시지적 측면이 누락된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집권 초기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혹여라도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하여 영부인의 역할이나 활동이 매우 미미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김 여사가 보여준 모습은 박수받을 만하다.
 
다만 임기 중반기로 들어가서도 ‘종갓집 맏며느리’와 같은 이미지 행보가 지속된다면 지금까지의 좋은 평가들이 반감될 수 있다. 아울러 김 여사의 행보가 환호받는 이유는 현 정부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가 유지되기 때문이라는 점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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