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견책 받고도 ‘절반’은 교단에 남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교내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론의 충격이 크다. ‘집단 성추행’, ‘교실 내 몰카 설치’, ‘지적장애 학생 성폭행’ 등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학교 안에서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터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어린이집 교사가 5~6세에 불과한 원생들을 상대로 유사 성행위‧성추행을 해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를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0여 명 집단 성추행에 교실 내 몰카 설치도···수직적 관계가 문제?
어린이집 교사, 5~6세 원생에게 유사 성행위‧성추행으로 징역 ‘8년’


지난 9월 전남 여수시의 한 중학교에서 13세인 지적장애 여학생이 활동보조인으로 근무하는 공익요원에게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가해자가 사건 이후 한 달이나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성폭력상담소는 “학교는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더욱이 교실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수사기관이 인지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교 측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익요원을 근무하게 했고 피해 학생의 등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CCTV영상으로 확인된 피해자와 공익요원이 함께 있었던 시간이 짧아서 ‘설마’ 하다가 일이 잘못됐으며, 사건 후 제대로 조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올 하반기에는 유난히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들의 성범죄 사건이 잇따랐다.

전북 부안의 한 여고 체육교사가 여학생 40여 명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건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에서는 인권 담당 부장교사 등 2명이 2년 여간 해당 학교 여학생의 34%인 72명을 성추행해 온 사건도 불거졌다. 경남의 기숙형 대안학교 남교사가 여중생 3명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는 사건, 담임교사가 여고 교실에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하는 일도 발생했다.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학교 안에서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허다하게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잇따르는 학내 성폭력이 수직적 권력 관계에서 비롯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 전북의 체육교사는 생활기록부 작성 권한으로 학생을 협박하기도 했다. 또 가해 교사 1인이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를 입히고 그 기간도 상당히 길어 심각한 피해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성 비위로 퇴출된 11%
다시 교단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성 비위 징계 건수가 지난 2014년 44건에서 2016년 135건으로 3배나 급증해 3년간 총 27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중 절반에 가까운 44%(121건)는 강등, 견책 등 징계를 받고도 교단에 남아있어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 특성상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파면이나 해임징계를 받은 56%(155건)도 교원소청 심사를 통해 징계 수위가 낮아져 다시 교단에 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금년 7월까지 성범죄로 해임과 파면 등 배제징계를 받은 교원의 청구가 141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 의원은 그 중 11%(15건)가 실제 취소결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성범죄 피해자 유형 중 학생이 가장 많은 64%(93건)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학교에서 퇴출된 성범죄자를 교단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이러니 ‘솜방망이 처벌’이 교사의 성범죄를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사건축소에만 급급한 교육 당국의 안이한 태도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내 성폭력 문제가 크게 터졌을 때만 반짝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관계 부처의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무관용 원칙, 징계 강화’를 외치지만 말고 실제 교사들이 성범죄에 연루되면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다는 두려움과 긴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원과 학생을 상대로 관련 교육과 홍보를 철저히 시행해 성 문제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교사가
소아성애자?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5~6살에 불과한 원생들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범행을 동영상 등으로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교사 A(27)씨에게 징역 8년에 치료감호,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담임교사로 근무하면서 5~6세 여자 원생 3명을 화장실로 유인해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원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 일부를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고 함께 근무하던 동료 교사의 치마 속을 17차례 촬영한 혐의도 있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의뢰로 A씨에게 정신 감정을 실시한 결과 사춘기 이전 아이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소아성애자로 판명된 것이다.

A씨의 정신 감정을 담당한 의사는 “(A씨가) 소아성애증, 성주물성애증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장기간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반복했고, 어린이집 교사로 도덕적·법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탕이나 젤리로 어린 피해자들을 화장실로 유인해 성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을 신뢰하고 따르던 어린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의 부모도 피고인에 대하여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교사가 소아성애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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