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명예훼손” vs “의혹 여전”

고 김광석 씨의 친형이 “제수 서해순 씨가 자기 딸을 일부러 사망하게 만들어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점을 취했다”며 서 씨를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수사 결과 고의로 딸을 숨지게 한 유의미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딸 서연 양의 사망 과정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양측의 공방은 이후 무고 및 명예훼손 소송과 후속 취재 등을 통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일 김광석 씨 아내 서 씨의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 씨는 앞서 두 가지 혐의를 받았다. 딸 서연 양이 2007년 12월 23일 급성폐렴에 걸렸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와 딸 사망 사실을 밝히지 않아 유리한 조정 결과를 유도했다는 소송 사기 혐의(사기)도 유기치사 혐의다. 서연 양이 사망했던 당시 김광석 씨의 친형과 모친 측이 서 씨 측과 음악저작물 지적재산권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연 양은 사망 며칠 전 감기 증세를 보였고, 서 씨와 병원을 방문한 서연 양에게 의사는 단순 감기 진단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서연 양이 생전에 앓고 있던 질병과 그의 사망에 대한 연관성에 집중했다. 여러 의료기관에 문의한 결과 서연 양은 정신 지체와 신체 기형을 유발하는 희소병 ‘가부키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이 경우 면역 기능이 약해 급성폐렴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서연 양의 양육 과정에서 서 씨가 방치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서 씨는 서연 양의 유전질환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국내·외 병원 진단을 받았었고 생활기록부 등 학교기록과 교사, 학교 친구와 학부모 진술, 일기장, 휴대폰 문자 내용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서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서연 양의 생존 여부가 지적재산권 판결 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 씨는 경찰 수사를 통해 혐의를 벗음에 따라 조만간 김광복 씨와 이상호 기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서 씨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광복 씨의 무리한 주장을 이상호 기자가 아무런 검증 없이 서해순 씨를 연쇄 살인범으로 몬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김 씨와 이 기자 측에 공개 토론을 요청했다.
 
김광복 씨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의혹을 알린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여전히 의문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김 씨는 언론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들었고 서연이 죽음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어떻게 물 한 잔 마시고 쿵 쓰러져 죽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혐의가 면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딸의 죽음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 대가로 광석이의 저작권을 상속 받아 광석이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은 이모씨와 동거해온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 역시 서 씨의 무혐의 결론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적 의혹에 비춰 미흡한 내용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김광석 부녀의 죽음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에서 김광석 의문사는 공소시효 만료라는 벽에 부딪혀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영화 김광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제보자들께서 혹시나 김광석 죽음의 진실이 드러날까, 불이익을 감수하고 경찰에 나가 진술해주셨는데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기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다만 느림보일 뿐. 포기하지 않겠다.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끝까지 취재하겠다. 수사는 국민이 위임했지만, 의문은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취재를 계속해 나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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