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는 성역인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를 찾아 경산 장응철 종법사 예방하며 두 달여간 어이진 주요 종교계 예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부총리의 행보는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예방을 마무리한 뒤 “국민들께서 일부 교단이나 종교계가 과세를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쭉 보니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고, 준비 부족을 우려하는 것이다”라며 “주신 말씀들 겸허히 받아들여 종교계에서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방문 과정에서 얻은 의견을 반영해 내년부터 차질 없이 과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아직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목회활동비·사역지원금·접대비 등 실제 지출 비용 과세 제외
국민개세주의 원칙 입각, 모든 국민은 원칙적으로 세금 내야


정부가 종교계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8일 개최 예정이었던 종교인 과세 토론회가 개신교 반대로 무산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세당국은 이날 전체 종단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개신교 측에서 타 교단과 함께하는 것을 반대해 간담회를 14일 다시 열기로 했다. 

개신교 측에서 다른 교단과 함께 토론회를 진행하기보다 정부 측과 개신교만 만나는 자리를 원하고 있어 일정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나머지 종단 참여 없이 개신교만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개신교 의견 수렴을 주 목적으로 하고, 다른 종단도 관심 있으면 참여하라고 한 것이었다”며 “나머지 종단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단계이지, 토론이나 간담회를 다시 할 상황은 아니다. 제도와 보완대책을 설명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 무산과 관련해 “종교인 과세 시행 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1일 시행
사례비·주례비·강의료 제외


종교인 과세 시행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준비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부터 7대 종교계 9개 종단 지도자 예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개신교 단체들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종교인도 소득 구간에 따라 6%에서 최대 38%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9월 18일 기획재정부가 종교계에 배포한 ‘종교인 세부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명칭이나 지급 명목에 관계없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정기·정액적으로 받는 돈에 세금을 매긴다.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뿐 아니라 공과금, 사택공과금, 건강관리비, 의료비, 목회활동비, 사역지원금, 연구비, 수양비, 도서비 등이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목회활동비, 사역지원금, 접대비 등 실제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산이 증명된다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종교단체가 직접 소유 또는 임차해 종교인에게 거처만 제공하는 경우 비과세 대상이지만 현금으로 주거비를 지원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하는 종교인의 20만 원 초과 유지비도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종교인이 신도로부터 받은 사례비 역시 과세 대상에서 뺀다. 병원에 방문하는 심방에 대한 사례비, 결혼식 주례비, 학교에서 받는 강의료 등이 해당된다. 다만 학교에서 종교의식을 치르고 받는 사례비는 종교인 소득으로 과세 대상이다.

천주교·성공회 자진납세
추가 세수 100억 원 정도 


종교인 소득에는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올해 6∼40%)을 적용한다. 그러나 종교인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므로 필요경비 공제가 인정된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소득 2000만 원 이하는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자동 공제하고, 2000만∼40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1600만 원(2000만 원 이하 구간)에 더해 2000만 원 초과분의 50%(최대 2600만 원)를 공제한다. 4000만∼6000만 원 구간은 최대 3200만 원, 6000만 원 초과 구간은 3200만 원에 더해 6000만 원 초과분의 20%를 공제한다. 또 연말 정산에서는 인적공제와 의료비 등 세액공제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더라도 실제 내는 세금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주교와 대한성공회가 교단 차원에서 자진 납세하고 있는데다 일부 종교인들도 기타소득 또는 근로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과세당국에 신고·납부하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전체 종교인 23만여 명 중 실제 세금을 내는 경우는 20% 수준인 4만~5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되는 세수는 1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한다. 

오히려 정부에서 받아가는 돈이 많아져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소득이 낮은 종교인들이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EITC는 가족 재산이 1억4000만 원 미만이고 연소득이 맞벌이 2500만 원, 외벌이 2100만 원 미만이면 받을 수 있다. 

1968년 과세 필요성 제기
2012년까지 공식 논의 無


종교인 과세 논란의 핵심인 ‘세무조사’ 범위를 놓고도 여전히 시끌하다. 종교계는 세무조사가 자칫 이단 세력이 종단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흠집 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적 이유로 세무조사를 빙자한 사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세무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이미 소득세법에 종교인 세무조사의 범위를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에서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재정 공개나 세무조사 악용 우려는 이해하나, 세무조사 시 장부와 서류를 종교인 개인 소득 부분에 한해 제출하도록 이미 입법화돼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국민 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 원칙에 입각한 종교인 과세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논의는 지난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반세기 가까이 종교인 과세는 성역처럼 여겨져 왔고 정부 차원의 공식적 논의도 2012년까지 사실상 없었다. 

이명박정부 말기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역시 유야무야됐고,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12월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다만 시행일을 2018년 1월 1일로 정해 2년을 유예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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