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중심 FA시장, 최대어 3인방 향방에 시선 집중…해외파 변수
-과열된 시장 ‘꼼수 계약’ 난무…치솟는 몸값에 1000억 원 돌파 관건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으로 마무리됐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최대 승부처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개막하면서 어떤 대형 계약이 쏟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매년 과열되는 시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올 시즌 역시 역대 최대를 예고하고 있어 프로야구 선수들의 빈부격차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종반보다 뜨거운 FA시장을 만나봤다.

 
손아섭, 민병헌, 강민호 선수(왼쪽부터)
  2017 프로야구 FA시장이 지난 8일 개장한 가운데 롯데 문규현이 친정 팀과의 2+1년 총액 10억 원으로 계약하며 포문을 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가장 많은 내부 FA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롯데는 지난 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내야수 문규현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문규현은 군산상고를 졸업한 후 2002년 신인 2차 10라운드에서 롯데에 지명으로 입단해 올해까지 16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선수다.

그는 올해까지 통산 86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7 20홈런 218타점을 기록했다.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문규현은 오랫동안 유격수로 활약하며 롯데 내야의 중심을 담당했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측은 “문규현은 우리 롯데의 프랜차이즈 선수다 그에 따른 대우를 해준다는 생각이었고 오래전부터 선수와 교감을 해 왔다”며 빠른 계약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문규현 선수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일 2018 FA 자격을 획득한 22명 중 권리행사 승인을 신청한 18명을 공시했다. 김주찬(KIA)을 비롯해 김승회·민병헌(이상 두산), 강민호·문규현·최준석·손아섭·이우민(이상 롯데), 손시헌·지석훈·이종욱(이상 NC), 정의윤(SK), 채태인(넥센), 박정진·안영명·정근우(이상 한화), 권오준(삼성), 이대형(kt) 등이 FA자격을 얻었다.

이에 따라 2018 FA 승인 선수는 지난 8일부터 국외를 포함한 모든 구단과 협상해 계약할 수 있다. 특히 KBO는 지난해부터 원 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기간을 없앴다.

타 구단 소속 FA 선수와 다음 연도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와 구단이 정한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을 보상해야 한다. 원 소속 구단이 선수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전년도 연봉의 300%로 보상할 수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FA시장이 열리자 구단마다의 치열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유독 외야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누가 대어급 선수들을 데려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가장 많은 내부 FA를 보유한 롯데가 집토끼 단속에 얼마나 많은 베팅을 할지도 관심사다.

구단들 집토끼 단속
잰걸음


우선 이번 시즌 최대 관심사는 손아섭과 민병헌, 강민호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8년 연속 3할 타율의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타격을 선보였다.

또 올해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381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큰 경기에 강한 선수임을 입증했다. 손아섭의 통산 성적은 1141경기 출장해 타율 0.325 115홈런, 574타점, 774타점을 기록했다. 손아섭의 최대 변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지난달 2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KBO 손아섭에 대한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절차이지만 미 현지 매체가 손아섭을 ‘주목할 만한 FA’로 꼽을 정도로 현지 구단들의 관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손아섭은 2년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당시 한 팀도 입찰한 팀이 없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FA신분인 만큼 성사가능성도 높다.

민병헌도 이번 시즌 최대어 중의 하나다. 민병헌은 최근 5시즌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 중이다. 정확도를 비롯해 장타력 기동력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여기에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 그의 가치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2006년 두산에서 데뷔한 그는 12시즌 통산 1096경기에 나서 타율 0.299, 71홈런, 444타점, 578득점을 기록했다.

더욱이 두산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민병헌의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강민호는 타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데다 포수라는 프리미엄이 매력적이다.

최근 모든 팀이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강민호의 가치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그는 130경기에 나와 타율 0.285, 22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또 두 번 째 FA지만 여전히 만 32살로 여전히 전성기라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최대어 외에도 준척습 선수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 중 30대 후반에 접어든 베테랑, 김주찬을 비롯해 이종욱, 이대형, 박정진 등은 기존 소속팀과의 재계약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구단들이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선수를 보상선수까지 주고 데려가기에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서 기존 소속팀에 남는 것이 최대 수확일 수 있다.

다만 수비력과 출루율이 우수한 정근우를 비롯해 정의윤, 손시헌 등은 충분히 다른 팀이 탐낼 만한 선수로 꼽힌다. 준척급 선수들에게도 변수는 남아 있다.

예산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최대어를 놓친 구단들이 전력 강화를 위해 이들에게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 목적지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 알 수 없다.

ML출신 복귀가
태풍의 눈

 
김현수 선수
 여기에 최대 변수는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 여부다. 이번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 무대에서 뛴 김현수와 황재균이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에 따라 FA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 김현수는 첫 해 정교한 타격을 앞세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두 번째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며 트레이드가 됐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지만 2년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복귀 가능성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일본 리그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빅리그 재도전 의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국내 복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어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수 에이전트는 “계약 확정이 발표될 때까지 말을 아끼려고 한다”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봐야 알겠지만 아직 말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김현수가 미국 진출 전 마지막에 두산에 있었다는 점에서 두산 복귀설도 솔솔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미 두산 외야진은 박건우, 김대환, 민병헌으로 새 판을 짰다. 또 민병헌이 FA자격을 얻으면서 두산이 이들 두 사람을 함께 품기는 쉽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대신 외야수 보강이 시급한 LG, 삼성, NC 등이 김현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뛰었던 황재균은 국내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더욱이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와 100억 원대 FA계약에 합의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t 측에서는 “현 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다. 그러나 황재균이 우리 팀에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가치를 인정했다. 특히 황재균은 이번 FA시장에서 젊은 내야수가 적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0억 돌파
올해도 폭등

 
황재균 선수
 이처럼 국내 FA뿐만 아니라 해외파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FA시장 규모 역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역대 최대 규모 FA 시장은 21명이 쏟아진 2016년으로 총액 기준 766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4명밖에 나오지 않아 계약 총액 703억 원으로 줄었지만 1인당 총액은 훨씬 올라갔다. 올해는 거물급 선수가 즐비한 만큼 총액 1000억 원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매년 폭등하고 있는 FA시장이 올해도 과열될 것으로 보여 기대와 함께 우려도 쏟아진다.

이미 FA 시장은 지난 시즌 100억 원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FA 몸값 거품 현상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KBO리그 시장 규모와 구단들의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폭등하는 몸값은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야구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구단들이 발표 금액과 다른 실제 계약에서 일명 꼼수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FA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 역대 최고액 기록을 새로 쓴 강민호는 4년간 75억 원에 롯데 잔류를 택했다. 당시 75억 원은 세후, 즉 선수가 고스란히 보장 받는 액수로 세금을 감안하면 실제 계약 규모는 92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도 70억 원에 계약했지만 곧 바로 전 소속팀 SK가 “70억 원까지 제안했다”고 발표해 실제 계약사항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또 2014년 롯데 88억 원을 마다하고 두산과 84억 원에 계약한 장원준은 여전히 6년 계약설이 따라다닌다.

역대 최고 몸값은 올해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가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4년간 1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공식 FA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FA계약이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FA 최대어들의 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태풍의 근원지인 해외파의 경우 100억 원은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황재균은 이미 100억 원 이상의 액수에 합의 봤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김현수 역시 친정팀 두산보다 타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방 몇몇 구단에서 김현수에게 관심이 크다. 두산에 비해 김현수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 이대호 이상 거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알린 바 있다.

국내파 최대어인 손아섭도 FA 시장 과열 양상을 보인다면 100억 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들에 대해 6년 계약설이 나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커지는 빈부 격차
악순환 우려


시장이 과열되면서 우려가 속출하고 있지만 마땅한 제동장치 하나 마련되지 않으면서 한국프로야구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매년 구단들은 “더 이상의 몸값 폭등은 없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뒤로는 규정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어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계약 후 외부 시선을 의식해 금액을 축소하는 다운 계약서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지난겨울 최형우와 이대호가 100억 원 경계선을 넘어섰으나 실질적으로 이미 3년 전 총액 100억 원이 넘은 계약이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

선동열 아시아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감독은 최근 FA선수들의 몸값에 대해 “내가 현역일 때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연봉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났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더 많이 준다. 일본 특급 FA와 비교해도 금액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 시장 규모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며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더욱이 선수들 간의 빈부 격차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KBO리그 등록선수 614명을 대상으로 2017년 연봉 현황을 살펴보면 1군 선수 평균 연봉은 지난해보다 11%가량 상승했지만 2군 평균 연봉은 7.6%에 그쳤고 최저 연봉인 2700만 원을 받는 선수도 전체 19.8%에 달했다.

여기에 구단 간 격차도 커져 선수당 연봉 1위는 한화로 가장 적은 kt보다 2.7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산되면서 선수들 간의 박탈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소수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는 야구 저변 확대, 경쟁력 확보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구단과 선수들, 야구인들이 함께 심사숙고해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편 올 시즌에도 4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지만 포기했다. 먼저 이호준(NC)은 3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일찌감치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나머지 3명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만 각자의 판단에 따라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임창용(KIA)은 2018년 만 42세가 되는 만큼 고향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김성배(두산)는 만 37세가 되는 나이와 더불어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차가운 시장에서 나가는 것보다 두산과 재계약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용규(한화)는 명성, 기량, 나이 등을 고려할 때 FA선언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그는 올 시즌 보여준 게 없다면서 팀에 도움이 됐을 때 신청하고 싶다는 말로 FA권리 행사 포기 이유를 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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