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굿판 멈추라’ 비판에  檢 “철저하게 수사하겠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검찰의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을 기점으로 검사 2명 등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됐다. 관련자들의 구속으로 검찰은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각각 1명씩 자살 해 강압수사 논란과 함께 ‘하명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들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잘못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하는 검찰을 비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고 조작한 주범을 비판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괴감에 빠진 검사들 “다들 탄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기 수석대변인 “윤 검사장은 XX입니까, 검사입니까” 


지난달 30일 변호사 A씨에 이어 지난 6일 서울고검 변창훈 검사가 투신해 사망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법조인에 동료였던 만큼 내부적인 동요가 클 수밖에 없었다. 비록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의 파장은 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이들의 죽음을 계기로 검찰을 ‘보복 수사’ ‘정치 깡패’ 등으로 비판하며 ‘죽음의 굿판을 멈추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속도 내던 검찰 ‘난감’
댓글수사 중 두 명 사망


고 변창훈 검사는 2013년 국정원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을 시킨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변 검사를 비롯해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당시 국정원에 파견돼 ‘은폐 TF’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다.

변 검사는 사망 당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구속심사 직전 평소 친분이 있는 모 변호사와 상담을 하다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고 말한 뒤 나가서 갑자기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대상자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에 일정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검찰은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속도전’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국정원 은폐TF’에 현직 검사들이 소속돼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틀 만인 27일 장호중 전 지검장과 변창훈 검사, 이제영 전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같은 날 검찰은 이제영 전 부장검사를 소환했고, 28일에는 변 검사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장호중 전 지검장은 29일 검찰에 소환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2일 이들에 대해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이 국정원TF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불과 1주일 만에 구속영장 청구까지 단행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권성동 의원
“보복·복수심리 있었을 것”


댓글 수사로 검찰 내부는 한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다. 각 사건들마다 전직 국정원장, 장관 등은 물론 전·현직 검찰이 줄줄이 연루된 만큼 여론의 주목도 커 검찰이 느끼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검사의 죽음은 이들로 하여금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은 사건이지만 사람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다들 탄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실질적 세력을 가진 정치 검찰에 의한 정치 보복 수사로 현직 검사가 투신자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자살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이 굉장히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사태의 추이에 대해 한국당은 일정한 입장과 함께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도 “윤 지검장은 정권이 바뀐 후 사건 수사를 하면서 보복심리, 복수심리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무리한 수사를 했고, 변 검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윤 지검장에 대한 지휘권을 제대로 확립하든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본인의 명예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윤 지검장은 일부 언론에서 정치적인 혹은 개인적인 보복의 우려를 전달하자 ‘그런 보복을 한다면 그게 깡패이지 검사입니까’라고 했다”며 “현재 고검 검사가 수사 중에 투신 자살한 상황에서 묻고 싶다. 윤 검사장은 깡패입니까, 검사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대검과 협의해서 수사팀 교체를 검토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보수 정치인들의 이같은 반응에 정치칼럼리스트 B씨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분석도 내놨다. 어떻게 해서든 댓글 수사 등 일명 ‘적폐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시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다. 

이들이 윤석열 지검장을 타깃 삼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B씨는 “현재 윤 지검장은 검찰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 사람처럼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던 검사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지검장을 끌어내려야 적폐 청산 수사의 동력이 상실된다는 얘기다.

문 총장 “인권 보장”
검찰 “피해자는 국민”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8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국정원 관련 수사에 대한 인권 보장과 신속 수사를 지시했다.

대검에 따르면 문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윤 지검장과의 정기적인 면담 보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관련 수사에 대해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 6일 빈소를 찾아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과 가족분들께 애도를 표한다”고 침통함을 표시했다. 윤 지검장은 변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지만 유족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고심 끝에 빈소를 찾지 않았다.

검찰은 이런 분위기에서도 국정원 댓글 수사과정에서 진행된 사법 방해의 피해자가 특정 개인이 아닌 국민인 만큼 이 사건 수사를 철저하게 해나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사법 방해와 관련해서 피해자는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전 국민과 국가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그런 진실을 은폐하거나 덮지 않았다면, 사실이 다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졌다면 4년이 넘도록 이런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사안이 중대한 데다,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2013년 사법 방해가 있었다고 말하는 만큼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관진 전 장관 수사 후 
이명박 정부 수사 고민 중


검찰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2010부터 2014년까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연제욱 전 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등에게 지시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사이버 정치 관여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2년 7월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친정부 성향 기준으로 선발토록 신원 조사 기준을 상향 실시하고, 면접에서 호남 출신을 배제토록 조치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 7일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과정에서 “북한의 기만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서 만든 것이 국군 사이버사령부 사이버 심리전단이다”라며 “그들은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 진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은 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국방비서관 등과 관련된 내용도 혐의에서 제외됐으며, 김 전 장관이 댓글공작 활동을 청와대 등에 보고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장관 대한 조사가 일단락된 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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