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숙청ㆍOPEC 감산연장에 국제유가 더 상승 전망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2년 4개월 만에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 석유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경유가격도 지난 6일 리터당 평균 1300원 대를 넘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율로 경유의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라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심이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석유 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일(현지 시간) 기준 1배럴당 60.58달러로 전일 대비 2.8% 상승한 이후 다음날인 7일에는 1배럴당 62.39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1일(60.93달러) 이후 2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최근 유가를 끌어올린 사우디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모하메드 빈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이유로 왕자 11명을 포함해 현직 장관과 기업인 등 수십 명을 체포했다. 그동안 감산 합의를 지지해온 빈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가를 60달러대로 상승시킨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2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말까지 감산기간이 연장되기를 바라며 감산기간 연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모스크바에서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한 후 감산기간이 2018년 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비OPEC 국가들은 내년 3월까지 일일 180만배럴 감산하는 데 합의해 시행 중이다. 오는 30일 당사국들은 총회를 열어 감산 재연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연내 7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씨포트 글로벌 증권의 로베르토 프리드랜더 에너지 거래 책임자는 “사우디 내 최대 정계 개편 이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하기보다 70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오르면서
경유가도 오름세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지표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치 불안에서 시작된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 불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생산자물가를 계속 밀어올려서다.

우선 유가 상승과 맞물려 올해 초 소비자물가지수가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치인 2%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상승세로 돌아선 생산자물가의 상품지수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9월 들어서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도 9월 10.7%라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5주 연속 오름세다. 8월 기준, 리터당 1451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8일 리터당 1513.18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용 경유도 1244.9원에서 1305.19원으로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연료 의무혼합제도(Renewable Fuel Standard, 이하 RFS제도)’를 강화해 내년에도 경유가격이 상승될 전망이다. RFS제도는 기존 경유에 일정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혼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바이오디젤 혼합율을 매년 0.5%씩 높여 중장기적으로 5%까지 확대한다는 ‘제1차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의 부담이 큰 관계로 2%의 혼합율을 이어갔다.

이후 2013년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함에 따라 RFS제도를 신설해 2015년~2017년까지 2.5%, 2018년~2020년까지 3%를 혼합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생산원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복잡한 생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바이오디젤은 경유 대비 리터당 약 2배 정도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바이오디젤 혼합율이 늘어날수록 경유가격이 치솟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혼합율 0.5%포인트 상승 시 리터당 3원이 상승된다. 바이오디젤을 혼합하기 전과 비교해보면 3%가 혼합되는 내년부터는 리터당 18원이 상승하는 셈인 것.

한 화물차 운전자는 “일평균 운행거리가 300~400km라 한 달 평균 주유량이 2000ℓ정도 된다”며 “내년부터 바이오디젤을 3% 혼합하면 연간 약 45만 원의 추가 유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해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바이오디젤의 친환경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친환경 연료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의 배출가스가 일반 디젤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를 유럽이 채택하기도 했다는 것.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바이오디젤을 사용했다.
 
“경유가 올라도
운임 인상 기대 어려워”

 
최근 국제유가 상승, RFS제도 강화 등 경유 관련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경유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반 화물차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경유를 쓰는 일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지출액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에 달한다. 수입의 절반가량을 유류비로 지출해야 하는 것. 그런데다가 화물차주들은 경유가격이 치솟아도 운임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시름이 깊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유철상 부장은 “화물차주들은 업체와 연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경유가가 변동된다 하더라도 운임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며 “화물운송업계에서는 기름값이 떨어질 때는 운임이 함께 떨어지지만 반대로 기름값이 오를 때에는 운임이 쉽사리 오르지 않는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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