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5가지 감각기관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정도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도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커피는 향으로 먼저 감각을 자극시키기도 하지만 시각적인 효과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커피 위의 크레마, 커피 위에 올라간 하얀 우유거품, 커피 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등은 커피가 주는 맛있는 시각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시각적 효과를 넘어 커피 위의 예술이라 불리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라떼아트다.
 
‘라떼’는 우유, ‘아트’는 예술로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만남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라떼아트는 이탈리아 바리스타들이 커피에 우유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생겨난 것으로 처음에는 로제타 아트라고도 불렸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시애틀의 바리스타 데이비드 쇼머가 지금의 라떼아트를 담아내는 기술을 선보이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라떼아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라떼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쇼머는 1988년 카페 에스프레소 비바체를 열었고 그 카페는 지금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애틀에서 꼭 들려야하는 커피명소로 유명하다.
 
라떼아트는 바리스타의 기술적인 면과 함께 고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예술적 감각과 기술적 스킬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라떼아트를 할 때 기본적으로 3가지가 필요로 한다. 첫 번째는 잘 추출된 크레마가 올라간 에스프레소이고 두 번째는 실크같이 부드러운 우유거품, 세 번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예술적으로 섞어줄 바리스타의 스킬이다.
 
이중 어떤 것 하나도 미흡함이 있으면 아름다운 라떼아트는 나오기 어렵다. 크레마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우유가 커피와 그냥 섞여버려 아름다운 포물선이 그려지지 않는다. 또 우유 거품을 잘못 내어 거친 거품이 만들어지면 커피와 부드럽게 섞이지 않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우유의 비릿한 향이 커피의 향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우유거품은 만드는 과정에서 꽤 민감하게 맛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실크같은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커피와 우유의 거품이 준비가 되면 컵에 담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어주며 손 기술을 이용해 하트나 나뭇잎모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라떼아트의 기본 방법이 된다.
 
라떼아트가 인기를 끌면서 도구를 이용하여 동물의 캐릭터를 그리기도 하고 식용색소로 우유위에 화려한 컬러를 담은 카페 라떼를 선보이는 카페들도 생겨나면서 고객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라떼아트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사실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와 적당한 온도의 우유가 섞이며 시럽을 넣지 않아도 달콤하고 고소한 카페라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우연히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매우 밝고 싹싹했던 젊은 바리스타는 커피에 우유는 따르듯 그냥 부어버렸고 거품은 커다란 스푼으로 떠서 올렸기 때문이다. 왜 그런 방법으로 만드는지 물으니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교육을 받은 대로 성실하게 만든 카페라떼는 어김없이 맛이 없었다. 달콤한 라떼를 기대했던 마음은 이내 이 맛없는 커피를 어떻게 다 마셔야하나 하는 부담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라떼아트는 예술적으로 눈으로만 감상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다. 좀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커피를 만드는 것이 빠르게 매장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음식은 시각과 후각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미각, 맛이기 때문이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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