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경선’ ‘기초·광역의원 물갈이’ 천명 까닭은?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텃밭 정치 일변도의 정치 풍토에‘전략공천→경선’ ‘기초·광역의원 물갈이’ 천명 까닭은? 태풍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TK(대구·경북) 지역 단체장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하고, 기초·광역의원은 대폭 물갈이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당은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보수 정당 분열’등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는 박 전 대통령에 ‘연민’이 남아있는 TK 지지층의 분열을 심화킨 모양새다. “어쩔 수 없었다”는 홍 대표의 해명에도 TK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수의 심장’ TK 수성도 자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바른정당 경북도당이 내년 TK 지방선거에서 ‘비(非)자유한국당 선거 연대’를 제안하고 나선 것도 악재다. 민주당의 TK 지역 당원 확장 추세도 두드러진다.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TK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 한국당,“당 내 TK 의원 영향력 전 보다 커져… 무시 못했을 것”
- 바른정당, “TK 地選, 한국당 대 非한국당 구도로” 연대 제안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TK 지역 경선을 공식화하면서 출마 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일 대구를 방문해 “야당이 경선을 남발하면 통제가 안된다”면서도 “전체를 전략 공천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한국당의 강세 지역인 TK는 낙선자들의 출마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경선 의지를 피력했다.

수도권과 같은 경선 후유증이 심한 곳은 전략 공천으로, TK를 비롯한 한국당 강세 지역은 경선으로 가는 등 지역별로 선거 전략을 차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홍 대표는 지역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구·경북지역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공천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기초·광역 의원은 45세 이하의 청년과 여성에게 50% 정도 할애해 젊은 피를 수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 대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현역 단체장에 대해서는 출마 원천 봉쇄 가능성도 언급했다.
 
洪의 TK 보듬기...
박근혜 내리고 박정희 올리고

 
이렇듯 ‘전략공천’에 무게를 뒀던 홍 대표가 ‘경선’으로 급선회하더니 기초·광역의원 물갈이까지 예고했다. 홍 대표 스스로 내년 지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방증이다.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보수 정당 분열’등으로 인해 자칫 ‘보수의 심장’ TK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다.
 
특히 최근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와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에 대해 공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은 대구 지역 유권자들의 상당한 불만을 초래했다. 실제로 지난 10 대구 수성관광호텔 스카이홀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홍 대표는 친박 단체 회원들의 욕설에 곤욕을 치렀다.
 
이날 친박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주변 도로에 현수막을 들고 “배신자! 홍준표! 패륜아! 홍준표!”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집회에 참가한 K씨는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 대구의 민심”이라며 “배신자 홍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쫓아낸 지 일주일 만에 보수 성지 대구 땅을 밟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를 의식한 홍 대표는 행사장에서 “저쪽(여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지방선거용으로 몰고 가고 있다. 10월 중순 구속 기한이 만료됐을 때 선고를 했다면 내년 2월엔 항소심 선고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 기간에 (박 전 대통령 문제가) 잊힐 가능성이 있어 (여당이) 무리하게 구속 기간을 연장하고 재구속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치재판’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 재판 자체가 부당하고 심지어 구속 기간 연장까지 하는 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 우파 전체가 궤멸할 상황”이라면서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고 결단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날 홍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수차례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으로 끓어오른 TK 민심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달래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공과가 있지만 강단과 결기, 추진력을 보면 대한민국 지도자 중 그만 한 지도자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다음 주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건국의 아버지 이 전 대통령,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 전 대통령, 민주화의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정치권은 홍 대표가 ‘전략공천’에서 ‘경선’으로 급선회한 것을 두고 당내 TK지역 의원들의 영향력이 전보다 커졌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유력한 대구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만 최고위원은 지난 9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전략공천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을 믿고 지지하고 있는 지역인 강남과 영남 지역은 경선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전략공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전체를 전략공천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한국당의 강세 지역인 TK는 낙선자들의 출마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홍 대표의 지난 10일 발언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한다. 이로써 이 최고위원의 당내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한국당, 책임당원
연말까지 3만 명 돌파?

 
어쨌든 홍 대표의 ‘경선’ 천명 이후 TK 지역 기초단체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제각기 경선을 향한 책임당원 모집에 행보를 집중시키는 등 경선 대비책 마련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현재 책임당원이 2만 2천여 명으로 올 초보다 1만 명 가까이 늘었다. 홍 대표의 ‘경선’ 선언으로 인해 올 연말까지는 3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9명의 한국당 복당은 TK 지역 정치권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혼란의 중심에는 복당을 선언한 주호영(수성을) 의원이 있다.

현재 대구지역은 윤재옥·김상훈 국회의원만 재선일 뿐 나머지 5명은 모두 초선의원이어서 주 의원은 입당과 동시에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 의원은 복당과 동시에 공석인 당협위원장을 꿰찰 수 있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성갑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공천권 행사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수성구청장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사이가 멀어진 이동희 대구시의원 등과 거리를 두게 될 우려가 있다. 또 주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갔던 상당수 인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어서 자유한국당을 지켰던 인사들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이재만 최고위원은 “보수 통합을 위해 복당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당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당을 지키고 배신자들과 맞섰던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복당파들에게는 내년 선거 공천을 절대로 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의 내홍을 겪는 사이 동진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집권 여당의 당원 확장이 두드러진다. 10월 말까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권리당원 즉, 당비를 내는 당원은 8천500여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천 명 이상 늘었다. 전체 당원도 3만3천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진짜 배신자’는 바른정당,
오히려 한국당 결집 야기”
 

한편 최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바른정당은 당 지역 기반인 TK에서조차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바른정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각각 ‘대구 수성구을’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과 주성영 전 의원이 최근 잇따라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구시당은 기존 공석으로 비어 있던 4곳에다 이번 탈당 2명까지 더해 전체 12개 당협 중 6곳의 위원장이 공석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바른정당 경북도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비(非)자유한국당 선거 연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바른정당 권오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 후보 대(對) 비(非)자유한국당 후보의 1대 1 구도로 가야 승산이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지역 패권정치 청산을 위해서라도 선거 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당과 연대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과도 부분적인 선거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며 “얼마 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을 만나 ‘TK지역에서 실제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선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민주당의 입장을 존중해야겠지만, 꾸준히 연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관계자들은 바른정당의 이번 발언이 오히려 방황하는 TK 지지층을 한국당에 집결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관계자 A씨는 “박 전 대통령 출당과 바른정당 복당 등 홍 대표에 대한 원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에선 홍 대표를 ‘배신자’로 칭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TK 주민들에게 ‘진짜 배신자’는 바른정당이다. 만약 이들이 내년 지선에서 민주당 국민의당과 연대한다면 이는 오히려 ‘배신자’ 정서를 자극할 것이고, 이는 한국당에 TK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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